‘역대 마블 영화 중 가장 깊이 있는 영화’라는 호평은 호들갑이 아니었다.‘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이하 시빌 워)는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 히어로간의 분열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히어로무비가 계속 지속돼야 하는 영화적 이유와 명분을 보여주며, 벌써부터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한다.
‘시빌 워’에는 역대 최다 슈퍼히어로가 등장한다. 히어로무비 팬이라면 흥분되는 점이 아닐 수 없다.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 등 ‘어벤져스’ 멤버뿐 아니라 비전, 스칼렛 위치, 워 머신, 팔콘, 윈터 솔져에 새로 합류한 앤트맨과 블랙 팬서 그리고 저작권문제가 해결된 스파이더맨까지 일명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핵심인 ‘어벤져스’시리즈보다 더 많이 집결했다.
‘마블스튜디오’는 마블코믹스 히어로를 속속 스크린으로 옮기면서 각각의 히어로가 주인공인 영화와 이들을 한데 모은 시리즈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축해왔다. ‘시빌 워’는 ‘퍼스트 어벤져’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저’로 이어진 캡틴 아메리카가 주인공인 시리즈나 등장한 히어로 수만 보면 ‘어벤져스 2.5’라 명명할 만하다.
역대 최다 슈퍼히어로가 등장한 배경에는 그들 간에 싸움이 났기 때문이다. ‘분열이 시작되었다’는 단순명료한 카피는 이 영화를 잘 대변한다.
전투가 벌어지면 선의의 희생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에서 캡틴 아메리카와 그의 충실한 동료 팔콘, 염력이 장기인 스칼렛 위치와 더욱 성숙해진 블랙 위도우가 작전을 수행하다 사고를 내고 만다. 각국 정부는 이들이 정의의 수호자지만 가만히 놔두면 무법자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 어벤져스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시스템인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제안한다. 기존 시리즈를 감안하면 미군 출신인 바른 사나이 캡틴 아메리카가 이를 지지하고, 자유분방한 플레이보이 아이언맨이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하나 그 반대상황이 연출된다.
두 파로 나뉜 슈퍼히어로는 진짜 싸운다. 그들끼리 갈등하다 공공의 적에 정신을 차리고 대동단결해 맞서 싸우는 구태의연한 구도가 아니다. 당신은 캡틴파를 지지할 수도, 아이언맨파를 지지할 수도 있다.
제작진은 두 팀이 싸울 때 양 팀의 누구와 누가 싸울지, 어떻게 싸울지, 어떤 순서로 서서 대결구도를 연출할지 액션과 동선, 감정선을 다각도로 연구해냈다는 후문이다. 공을 들인 티가 난다. 대결신은 긴장감 넘치면서도 영화적 재미도 가득하다. 스몰사이즈의 앤트맨이 갑자기 빅사이즈로 변해 아이언맨을 식겁하게 만든다든지, 토비 맥과이어나 앤드류 가필드가 아닌 청소년 티가 팍팍 나는 톰 홀랜드가 연기한 수다스런 스파이더맨이 마치 아이처럼 신나게 전투하는 등 예상치 못한 전개로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캡틴 아메리카는 이번 영화에서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정부기관에 소속돼있다기보다 슈퍼히어로들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동료애를 기본으로 세계평화를 지키는 히어로의 올바른 태도를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물러나야 할 때와 끝까지 버텨야할 때를 구분하고, 무릇 히어로라면 개인적 복수를 위해 자신의 힘을 쓰면 안 된다는 점을 꿋꿋이 지킨다.
반면 아이언맨은 처음으로 부모의 죽음에 얽힌 트라우마가 밝혀진다. 캡틴 아메리카와 달리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신체, ‘금수저’로 태어나 자랑스러운 과학자 아버지까지 둔 히어로다. 늘 자신만만한 그였지만 이번에는 마음이 여리고 정신적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으로 인간적 매력을 드러낸다. 배트맨이나 슈퍼맨도 부모 문제에 있어서는 이성을 잃었는데, 아이언맨도 예외가 아니다. 연인 ‘페퍼 포즈’와도 사이가 소원해진 설정으로 나온다.
결국 세계의 평화를 지키는데 캡틴 아메리카의 리더십이 필수인가? 정신력과 근성으로 슈퍼히어로가 된 캡틴 아메리카는 이번 영화에서 새로운 연인까지 만나면서 더욱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그는 ‘강철 멘탈’로 이번 시리즈를 이끌면서 결과적으로 가장 미국적인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가 슈퍼히어로의 수장임을 다시금 확인시킨다.
147분, 12세 관람가, 27일 개봉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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