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대학 선배인 장수영 박사는 공학박사이고 포항공대 총장을 지낸 분이다. 다시 말해서 공학도이다. 그런데 이분이 전공이 공학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한국 역사에 박학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전공 수준이다. 그리고 여러 곳에 초청되어 강연도 했지만 지금도 열심히 공부도 하신다. 그분이 역사 고교 교과서의 8개 중에서 가장 극좌라는 금성사 출판 고등학교용 역사 교과서를 한국에서 특별 주문해서 가져와 읽으신 후 아마도 내가 제일 관심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나에게 한번 읽어 보라고 하시면서 건네 주셨다. 그리면서 “조선조에서 무오사화, 갑자사화 같은 것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보천부 전투를 기록하면서 김일성 이름을 나타내지도 않는 등 긍정적인 것들이 제법 있어요. 한편 휴전 협정 조인자 이름, 김구 선생이 옥살이 했던 형무소 이름 같은 것에 다소 오류도 있지만 이 정도면 종북 좌파 운운하며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소” 했다.
사실 내가 “한시적이지만 국정 교과서 찬성 한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 후 에 두 가지 질문을 내 스스로 했었다
하나의 자문을 하게 된 동기는 아마도 나의 젊은 시절 모 백화점 학생부 교복 지정 판매 때문인 것 같다. 그 당시 그 교복 판매 담당 부장이 나의 친구이었는데 이 친구 하는 일이라는 것이 여러 학교 교장하고 술 마시고 주머니에 돈 찔러 주는 것이었다. 왜냐고? 그 학교 교복은 그 백화점에서 의무적으로 사게 하려고 말이다.
같은 맥락으로 검정 교과서는 글을 쓴 사람, 출판사, 그리고 학교에서 교과서 중 어느 것을 교재로 할 것인가를 고르는 교장 또는 교사 3개 그룹의 금전적인 이해관계가 있다. 그래서 음성적인 잡수입 때문에 국정 교과서 채택을 그리 극렬하게 반대하는 인상이었고, 그래서 그것이 극렬한 반대이구나 생각 한 것이 올바른 추측이었나 하는 자문 이었고, 또 하나는 국정교과서를 외곽적인 자료 다시 말하면 국립 민속박물관 등에서 본 글들, 그리고 이곳저곳의 논문들의 글을 보고 한시적 찬성 운운 했지만 정작 교과서는 보지도 않고 쓴 것이 제대로 쓴 글이냐 하는 나의 자문이었다.
나는 책을 받고 단숨에 읽었다. 그리고 내 자문에 대답이 곧 나왔다. 그것은 장 선배 말 대로 ‘뭐 그 정도면 극좌 또는 종북이 아니고 그런대로 괜찮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고대사가 마음에 들었다. 판타지 소설 같이 4천 년 전에 중국 대륙을 호령했니 어쩌니 하지 않고, 고조선은 3000년 청동기 시대 부터이고, 고구려에 앞선 부여국은 2000년 전 철기 문화부터 시작으로 보며, 그리고 당시에 나라라는 것이 강력한 중앙집권제가 아니라 각 지방들의 자치형태로 있었고 제천 의식으로 동맹체를 이루었다는 현실적 인식이 마음에 들었다. ‘우물 안 개구리’ 식 역사관은 아니었다.
그리고 현대 역사도 김일성이 소련에 가서 군수품을 얻어 내고 중공과 군사동맹을 하고, 그리고 6.25는 북한이 남침을 했다고 명확히 서술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승만을 외교적인 방법으로 독립을 꾀하려 했다고 하는 등 극좌 교과서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꽤나 사실적이었다.
물론 고려를 귀족 사회로, 조선조를 유교 사회로 그리고 동학란부터 서서히 유물론적 사고와 인민이라는 주체의 시선이 있지만 그 정도는 좌파적인 역사가라면 그럴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내가 읽은 이 교과서는 금성사 검정 교과서이다. 한때 금성사 교과서는 북한에 주체탑이 있는데 그 돌맹이 수가 김일성이 한일 무력 투쟁 숫자와 같다고 하기도 하고, 남한이 북한의 남침 전쟁을 유도 했다고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국정 교과서 운운하기 시작 하니까 국정 교과서가 필요 없다는 것을 강조 하려고 했는지 스스로 극좌, 종북의 틀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글을 쓰려고 노력한 것 같다.
이제 한 두 해 정도 국정 교과서가 교재로 쓰인다면 검정 교과서 출판사들이 국정 교과서가 필요 없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라도 균형을 갖고 검정교과서를 출판하여 제대로 된 교과서 역할을 할 것 같다. 좋은 흐름이 될 것이다. 사실 이미 내 손에 있는 이 현재의 금성사 검정 교과서 이 정도면 꽤나 잘 쓴 교과서 같다.
<이영묵 전 워싱턴 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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