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 글로브(Boston Globe)는 판매부수만이 아니라 질에 있어서 미국의 10대 신문 중에 하나로 손꼽히곤 했었다. 약 23년 전에 뉴욕타임스가 그 신문을 11억불에 구입했지만 2013년에는 인터넷과의 경쟁으로 종이 신문들이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현상 앞에서 타임스사는 보스톤 글로브를 보스톤 레드삭스 구단주에게 단돈 7000만 불로 매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신문이 지난 일요일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 직 수행에 대한 제1면의 풍자해학적인 기사와 제2면에는 그에 대한 설명의 사설을 실어 화제가 되었다. 제1면 기사들의 제목들 가운데는 “(불체자들의) 추방이 시작되다” 그리고 “무역전쟁이 가능해짐에 증권시장이 추락하다” 등이 있었다. 그 사설은 제1면의 해학(諧謔)적인 기사들이 트럼프의 레토릭과 정책을 결론까지 끌어가면 어찌 될 것인가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한다. “그 사람말대로 연습해본 것이다”라는 주장이다. 그 사설은 또 트럼프가 선동정치꾼이며 그의 정치적 사상은 근본적으로 비(非)미국적이라고 규탄한다. 그리고 트럼프의 가장 유력한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그와 마찬가지로 극단주의자임으로 공화당원들이 7월 달의 지명대회에서 믿음직하고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는 후보를 찾아 대통령 후보로 지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면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2012년 공화당 후보였던 밋 롬니를 거명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자격이 없으니까 공화당 후보가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금년 선거에 있어서 신문의 바른길이라는 것을 만 천하에 공표한 셈이다.
필자의 짐작으로는 미국의 1,300여 일간신문들 중 보스톤 글로브처럼 노골적으로 트럼프를 조롱하지는 않더라도 사설로 트럼프의 자격부족을 지적하면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될 뿐더러 공화당 후보로 선발 되는 것조차 공화당의 저주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신문들이 적어도 80퍼센트 이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 적어도 필자가 기억하는 한국 신문들의 관행과 미국의 관행이 다르다는 결론이다. 요즘은 좀 달라졌는지 몰라도 한국 신문들은 심지어 야당지들조차 사설로써 야당후보를 지지해온 역사가 없다. 이승만의 자유당 말기 언론탄압의 역사 때문이었는지 또는 불편부당의 정론은 편들기를 배제한다는 언론관 때문이었는지 당대의 야당지들이었던 동아나 조선 또는 경향의 논설에서 야당 후보들의 당선을 지지한다는 논설이 존재한 적이 없었다. 하기는 경향신문이 이승만 정부에 의해 폐간되어 정치부의 두 스타 기자들이었던 권오기(문민정부의 부총리)와 이웅희(전두환정권의 공보장관)가 동아일보로 발탁되어 오던 시절이었고 고바우 영감 만화로 인기 있었던 김성환이 경무대 똥푸는 사람마저 거들먹거리는 네 컷짜리 만화를 그렸다가 경찰서에서 불려다니던 시절이었으니까 언론활동이 많이 위축되어 있기는 했었다. 그래도 자유당의 원천적인 부정선거 만행, 즉 사전투표 그리고 야당후보들의 표를 무효화시키기 위해 한사람이름 앞에 찍힌 손도장을 여러 사람에게 찍은 것으로 둔갑시킨다고 해서 생긴 표현이었던 피아노표 등을 나뭇가지에 올라가 몰래 사진찍어서 폭로기사와 함께 대서특필하던 취재와 보도가 얼마나 민초들에게 인기가 있었던지는 4.19 학생의거 때 정부기관지 서울신문이 불태워진 것과는 대조가 되게 동아일보 사기를 단 취재 짚차들이 박수를 받았던 것으로도 짐작이 된다.
이제는 한국언론도 성숙할 대로 성숙한 상황이라서 선거철에 흔히 볼 수 있는 미국 신문들의 관행을 본받을 때가 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미국신문들은 팩트보도에 있어서는 기자들의 주관을 될 수 있는 대로 억제시키고 객관적으로 뉴스를 다루고자 하는 편이다. 선거유세 중 후보자가 하는 말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한다. 그러나 후보자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거나 그 자신의 이미 알려진 견해와 상반된 것이라면 그의 과거 발언과 대조하거나 전문가들의 분석을 곁들인 팩트점검(fact checking) 컬럼이 실린다.
그리고 후보자들의 정견과 정책제시를 분석검토한 후 사설로 대통령후보로부터 지방의원들에 이르기까지 누구를 지지하는가를 선거전에 발표한다. 이때 언론사의 소유주 견해가 많이 참작이 됨은 물론이다. 한국신문들도 그렇게 할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지난주 컬럼에서 모색폰세카로폼이 취급했던 개인고객들과 회사의 수는 4,000이 아니라 21만 4,000인 것이 오식되어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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