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호·이대호·오승환·김현수·최지만 25인 로스터 확정
▶ 시범경기 마무리… 3일부터 정규시즌 대장정
토론토 블루제이스 1루수 크리스 콜라벨로가 3일 플로리다 세인트 콜라벨로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1회말 레이스의 코리딕슨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하고 있다. [AP]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들이 2일 에인절스와 다저스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시범경기 일정을 모두 마치고3일부터 본격 정규시즌에 돌입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뒤를 이어 올해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들 중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보여준 실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한 선수도 있었고, 불안한 입지로 전전긍긍한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다. 메이저리그는 3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정규리그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팀당 162경기를 치르는 대장정에 들어갔다.
◇ 박병호·이대호·오승환·최지만 ‘맑음’
시범경기 첫 경기에서 3차례나 삼진을 당하며 우려를 낳았던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힘을 한껏 뽐냈다.
박병호는 시범경기 첫 7경기에서 홈런 3개를 터트리며 한국프로야구 4년 연속 홈런왕의 위용을 금세 드러냈다. 박병호는 이날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비록 3타수 무안타 3삼진을 기록하긴 했지만 시범경기 20경기에서 타율 0.259(58타수 15안타), 홈런3개, 13타점, 1볼넷, 17삼진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박병호는 장타력과 더불어 정교함까지 뽐내며 “뛰어난 투수가 많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라는 일부 팬들의 의구심을 말끔히 씻어냈다.
일찌감치 개막 25인 로스터 진입을 확정한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이 선정한 올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후보 2위에 오르며 기대감을 높였다.
MLB닷컴은 “한국에서 온 박병호는 엄청난 파워를 보여줬다”면서 “그가 빅리그 투수들에게 적응한다면 올해 데뷔하는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터뜨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네소타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박병호는 4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개막전에 6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 수영초 마운드의 쌍두마차로 활약한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와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는 4일부터 열리는 시애틀과 텍사스의 개막 3연전에서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 2월 시애틀과 스플릿 계약(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소속에 따라 연봉이 차이가 나는 계약)을 맺고 마이너리그 초청 신분 자격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한국프로야구와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한 이대호지만 메이저리그 진입 가능성은 불투명했다.
매년 메이저리그 구단은 20명 안팎의 선수를 스프링캠프에 초청 선수로 부르지만 그중 빅리그 25인 로스터에 진입하는 건 한두 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좌완투수를 상대로 홈런을 쳐내며 자신이 좌완투수가 나올 때 활용할 우타 1루수 후보로 최적임을 웅변했고, 수비와 주루플레이에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결국 이대호는 헤수스 몬테로, 스테판 로메로 등과의 경쟁을 뚫고 꿈에 그리던 개막전 25인 명단에 포함되며 ‘성공 신화’를 썼다.
이대호는 이날 콜로라도 로키스와 마지막 시범경기에서 2타수 2안타 3타점으로 시범경기 성적을 타율 0.264(53타수 14안타) 1홈런 7타점으로 끌어올리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좌완투수에게 약점이 있는 주전 1루수 애덤 린드와 짝을 이뤄 플래툰시스템으로 기용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대호는 마침 5일 개막전에서 텍사스 선발이 좌완 콜 해멀스라 선발 출전 가능성이 크다.
추신수 역시 이번 시범경기에서 허리 통증으로 몇 차례 결장했지만, 타율 0.289(38타수 11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2014년 텍사스 입단 후 가장 좋은 시범경기 성적을 거뒀다.
추신수는 한껏 달아오른 타격감으로 이대호에게 메이저리그 선배로서의 위력을 보여줄 참이다.
긴 시간 마이너리그에서 사투를 벌인 최지만(25·에인절스)은 마침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밝게 됐다. 최지만은 이날 다저스와의 마지막 시범경기를 마친 뒤 개막 25인 로스터 진입을 확정했다.
최지만은 이날 다저스와의 시범경기에 7-1로 앞선 8회말 2사에서 대타로 등장해 솔로포를 터트렸는데, 결과적으로는 메이저리그 입성을 자축하는 축포가 됐다. ‘룰5 드래프트’로팀을 옮긴 최지만은 이번 시범경기를 타율 0.212(66타수 14안타) 2홈런 11타점 10볼넷으로 마쳤다.
최지만은 주전 1루수 앨버트 푸홀스의 뒤를 받치는 백업 1루수로 출전기회를 엿볼 것으로 보인다.
◇가시밭길 앞둔 김현수…재활 중인 류현진·강정호
올해 메이저리그에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한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던 ‘타격 기계’ 김현수(28·볼티모어)는 정작 ‘위기의 남자’로 전락했다.
미국으로 건너갈 때만 하더라도 주전 좌익수 무혈입성이 유력했던 김현수는 이제는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 가장 입지가 불안한 편이다. 일차적인 원인은 부진한 성적 때문이다. 김현수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0.178, 2타점에 OPS(출루율+장타율) 0.402에 그쳤다.
김현수에게 실망한 볼티모어 구단은 룰5 드래프트로 영입한 조이 리카르드가 기대 이상의 타격에다 탄탄한 수비력까지 선보이자 주전 좌익수로 리카르드를 일찌감치 점찍었다.
볼티모어 구단은 김현수 방출 가능성을 언론에 흘리는가 하면 지난달 26일 뉴욕 양키스전 이후 6경기 연속 선발에서 제외하며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을 사실상 종용했다. 김현수는 지난 2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대타로 한 타석에 나선 것이 6일 만에 얻은 기회였을 정도다. 하지만 김현수는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을 사용한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열심히 훈련하면서 감독이 출전 기회를 줄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며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볼티모어 구단으로서는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사용하겠다고 한 이상 김현수를 25인 로스터에 포함한 채 개막을 맞이하든지, 아니면 700만 달러를 모두 주고 방출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볼티모어 구단이 700만 달러를 허공에 날려버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김현수는 개막 25인 로스터에 들어갔다. 볼티모어는 3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김현수를 아웃필더로 25인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앞으로 김현수가 어떻게 타석에서 팬들과 구단의 마음을 사로잡을 지 관심거리다.
지난해 왼쪽 어깨를 수술한 류현진(29·다저스)은 2016년 정규리그를 애리조나주에서 맞이한다.
2월 첫 불펜피칭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개막 로스터 진입 이야기가 나왔지만, 한 차례 어깨 통증이 찾아와 다시 캐치볼 훈련으로 돌아가는 통에 팀의 스프링캠프인 애리조나 주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에 남아 ‘연장 스프링 트레이닝'을 치르게 된 것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6월 이전에 돌아오는 건 비현실적이다. 천천히 몸을 만들도록 돕겠다”고 선언했다. 현실적인 복귀 시점은 전반기 막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강정호(29·피츠버그)는 순조롭게 재활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100% 몸 상태는 아니지만, 마이너리그 연습경기에서 홈런포를 가동하며 타격감을 조율했고, 직선 주로 베이스러닝과 수비 등을 하면서 서서히 몸 상태를 끌어 올리고 있다.
강정호는 일단 부상자 명단에서 개막전을 맞지만 4월 중순에서 늦어도 4월 말에는 순조롭게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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