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두 컷짜리 만평이 수천 단어의 컬럼보다 더 정곡을 찌른다. 두어주 전의 어떤 시사만화의 작품도 그런 종류였다. 미국공화당의 상징인 코끼리가 현재 공석중인 대법원 판사의 후임은 11월의 대통령선거로 민의가 분명해진 다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는게 첫 컷이다.
둘째 컷은 내년 1월 20일에 대통령 선거를 마친 힐러리 클린턴이 “본인은 버럭 오바마를 대법원 판사로 지명합니다”라고 발표하는 그림이다. 피임까지도 최악시하는 독실한 천주교신자로 9명의 자녀들을 두었던 연방대법원 보수파의 우두머리 이론가 안토닌 스칼리아 판사가 사냥 여행 중 돌연사한 다음 공화당의 입장은 오바마가 후임자를 임명하여 대법원 판도가 5대4로 진보성향을 띠게 될 것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물론 아직 대통령으로서 권한인 임명권을 행사하여 얼마 전 메릭 B. 갈랜드 DC 연방항소법원장을 스칼리아의 후임으로 임명했다. 임명인준권은 상원에 있고 현재는 상원의 다수당이 공화당(54석)이다.
공화당원내 총무는 갈랜드가 임명되자마자 인준청문회를 열기는 커녕 그의 상원 예방 마저 거절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오바마가 역시 연방항소법원판사들인 최초의 아시아인이나 또 하나의 흑인도 고려하다가 갈랜드를 점찍은 이유는 그가 민주당이기는 하지만 중도성향으로 19년전 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되었을 때 76대 23으로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다수 그에게 한 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당시 상원법사위원장이던 오린 햇치의원은 갈랜드가 대법원판사감이라고 칭찬까지 했었다.
따라서 공화당이 다수당 위치를 악용하여 갈랜드의 청문회 열기를 거절한다면 62퍼센트 미국인들의 의사를 무시하는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갈랜드의 자격은 출중하다.
오바마의 소개 연설에 의하면 갈랜드(63세)는 하버드 학부와 법과대학졸업 후 워싱턴 제1류의 로펌 아놀드 포터의 변호사가 된 지 불과 4년 만에 파트너가 된다. 그러나 개인적인 치부보다는 공익을 추구하는 목표를 가졌던 그는 워싱턴 DC연방검사로 50%이상의 봉급감면을 감수한다. 그리고 그의 검사로서의 실적 때문에 연방법무부 고위직에 발탁된다.
갈랜드는 1995년에 오클라호마시의 연방청사 폭발사건으로 직원들의 탁아소시설에서 희생된 여러 아이들을 포함한 168명이 죽임을 당했을 때 그 사건의 지휘를 자임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희생자들을 수습되는 과정에서부터 테러범의 재판 및 사형집행에 이르기까지의 전과정을 감독한 바 있는데 모든 것을 교과서대로 꼼꼼하게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바마가 설명한 것처럼 “사람들이 증거물들을 자진해서 제출하고자했을 때 그는 거절 하고 적법적인 소환장발부라는 더 힘든 방법을 택했다. 그 이유는 갈랜드가 무죄한 미국인들을 살해한 인간이 절차상 하자를 근거로 무죄방면 될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갈랜드는 그 사건의 희생자들 가족들에 대해서도 사건의 경과를 수시로 알려주는 등 철저한 배려를 했다는 것이다. “그가 어디를 가던지 그의 가방속에는 희생자들 하나하나의 이름이 적힌 장례식 프로그램이 들어있어 그 사건 소추에 있어서 왜 그가 성공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다짐이 되었었다”는게 오바마의 설명이다.
갈랜드 판사는 몇 년전 대법원 바로 다음으로 중요하다는 DC 항소법원장으로 승차했지만 동료판사들에 대한 겸손성은 물론 자기재판정에 출두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존경심을 나타내는 사람이라고 평가를 받는단다.
법과대학들의 우수한 졸업생들이 법률보좌관으로 그와 함께 몇 년 일하고 떠난 후에도 법률지식을 사용하여 지역사회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격려 할뿐만 아니라 그 자신이 18년 동안 워싱턴 DC 노스이스트 초등학교학생들을 개인지도함으로써 본을 세우고 있다는게 오바마의 칭찬이다.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이 인구에 회자되는 시점에서 공화당의원들이 갈랜드 인준을 방해한다면 훨씬 더 진보적인 인물의 대법원 등장을 초래하게 될지 모른다. 그점이 바로 만평의 지적대로 공화당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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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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