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에 50회 수퍼보울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덴버 브롱코스의 쿼터백 페이튼 매닝이 지난 7일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의 은퇴선언은 쿼터백에게 환갑에 해당하는 40세 노령도 있었지만 커리어의 가장 절정에 올랐을 때 은퇴하는 것이 좋겠다는 주변의 조언과 본인의 장기적인 숙고에 따른 것이다.
2006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생애 첫 번째 수퍼보울을 거머쥔 후 2012년 덴버로 옮겨 공격력이 한창 왕성했던 2013년 수퍼보울에서는 정작 우승을 놓치고 나이도 든데다 팔심도 현저하게 떨어진 올해 수퍼보울 경기에서 그 흔한 터치타운 하나 없이 동료선수들의 막강한 수비와 덴버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명장 게리 쿠비액 감독의 절묘한 작전구사와 배려에 힘입어 생애 마지막 경기에서 두 번째 수퍼보울 우승반지를 덴버에서 끼게된 것도 참 묘한 아이러니이다.
NFL 기록을 다 갈아치운 매닝을 덴버 브롱코스로 영입한 사람이 바로 덴버를 두 차례 연이어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끌었던 불세출의 쿼터백 존 얼웨이인데 현재 브롱코스의 단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LA에서 그라나다 하이를 졸업하고 북가주의 스탠포드 대학에서 쿼터백으로 활약했던 존 얼웨이는 선수와 단장으로 수퍼보울 우승반지를 끼는 영광을 안게 됐다.
그는 1987년 수퍼보울에서 뉴욕 자이언츠에 39:20, 1988년 재도전에서 워싱턴 레드스킨스에 42:10, 1990년 세 번째 도전에서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에 55:10으로 수퍼보울 사상 가장 기록적인 점수 차이로 패배하며 팬들의 조롱(?)을 받는 수모까지 겪어야했다. 그러나 8년간 절치부심, 1998년 4번째 도전 끝에 진출한 수퍼보울에서 그린베이 패커스를 31:24로 물리치며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연거푸 진출한 1999년 수퍼보울에서 애틀랜타 팰콘스를 34:19로 물리치고 모든 사람들이 아쉬워할 때 극적으로 명예로운 은퇴를 선언했다.
두 사람 모두 숱한 좌절과 실패를 극복하고 수퍼보울 두 차례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고 커리어의 정점에 섰을 때 뒤돌아보지 않고 명예로운 은퇴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매닝이나 얼웨이 모두 한 시즌만 더 뛰면 개런티도 두둑이 받고 더 큰 명예를 누릴 것이라는 달콤한 유혹이 있었다. 그러나 과감히 결단을 내리고 아쉬움을 남기면서 은퇴함으로써 영원히 명예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한인사회의 내로라하는 교회의 목회자들 가운데 어떤 목사는 명예로운 퇴직으로 교계에 모범을 보이고 교회도 부흥했다. 반면 은퇴했다고 하면서도 끝까지 교회 주변을 맴돌다가 교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목사들이 재직하는 교회는 영락없이 쇠락의 길을 걸었고 해당 교인들은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인은행도 마찬가지이다. 명예롭게 떠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전직 은행장들의 최후(?)는 어떠한가? 은행은 합병당하거나 문을 닫고 지금은 형체를 찾아볼 길도 없게 됐다. 한인타운의 일부 단체장들 가운데도 지나친 명예욕 때문에 떠나야할 때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본인은 물론 그 단체의 위상도 함께 무너지고 있음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명예로운 퇴진에도 기술이 필요하며 평소에 연습을 해야 한다. 첫째, 은퇴 시기는 타인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정한다는 것이다. 본인이 물러날 시기를 조직이나 타인이 정하는 것처럼 비참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 시기는 스스로 묵상하는 가운데 찾을 수 있다.
둘째, 매일 은퇴할 때의 모습을 연상하고 은퇴 후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될까 생각하라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잊혀지는 사람이 될 것인가는 본인이 더 잘 안다.
셋째 박수칠 때 떠나라는 것이다. 하나라도 더 성취하기 위해 몸부림치기보다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소명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 때 사람들의 아쉬움 속에 무대를 떠나라는 것이다. 박수칠 때 떠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두 명의 불세출 스타 쿼터백 모습에서 절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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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특집2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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