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모두의 세계 속 위상이 점점 더 수렁 속에 빠져 들고 있다. 북한은 오로지 김일성 일가의 세습권력을 보존하기 위해 오늘의 불행을 초래했다. 남한은 국가 주권 수호 사명을 망각한 무능외교로 세계의 격랑 속에 좌표 잃은 난파선처럼 표류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핵무기는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안정을 위해 군부 달래기 즉 선군정치를 위한 허풍일 뿐이다. 북한이 핵무기로 강대국들을 이겨 압도할 수 있다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의 군대를 회유하고 세뇌하여 충성심을 유도하고 백성들의 반발을 싹수부터 밟아 버리려 강대국들이란 외세 경계나 위협 등을 구실로 늘 군부세력에 신경을 써야한다. 처음부터 핵무기를 만들어 놓고 평화를 지향한다는 북한의 주장은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입장이라고 솔직히 고백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말이 있다. 당랑은 사마귀로 메뚜기과에 속하는 마디발 곤충이다. 이놈은 앞에 마주 다가오는 물체가 있으면 무조건 맞서 덤벼드는 습성이 있다. 춘추시대 제나라 장공이 수레를 타고 사냥을 가던 도중 사마귀가 달려들어 생긴 말이다. 북한이 세계 최강 미국에다 대고 전쟁을 하자고 계속 위협하는 것은 현대판 당랑거철의 우화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지금 뚜렷한 사상이념이나 정체성도 내세우지 못하고 어느 누구도 납득하지 않는 당랑거철 쇼를 벌이고 있다. 3대 세습으로 표현되는 수령 절대주의 외에는 그들의 지표가 무엇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들이 금과옥조로 삼던 주체사상은 그 논리적 기저를 제공했던 황장엽 씨가 망명하며 허구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3대 세습체제 옹위만을 위해 핵무기 만들어 놓고 당랑거철쇼를 벌리다가 유엔에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왕따 수모를 당하는 지경에 와 있다. 남한도 현재 위상을 보면 북한보다 나을 게 별로 없다. 경제적 입장은 북한보다 월등하다고 하지만 국가부채와 어두운 경제전망을 생각하면 얼마나 더 오래 버틸지 그 마저도 불안한 입장이다.
자유우방 국가들의 눈총을 받아가며 중국에 최선을 다 했지만 결과가 뭔가. 한중 FTA를 체결하고 중국의 아시아 개발은행 설립에 500억 달러나 투자하고 가입했다. 그들의 건국 기념일에 미국 등의 경고를 무릅쓰고 박대통령이 참여하는 모험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은 막상 북한의 핵문제 규제 협력을 요청받자 하루아침에 안면을 바꾸어 버렸다. 박대통령이 시진핑과 통화를 요청하자 한 달이 훨씬 지나서야 통화를 했다고 하는데 정말 통화를 했는지 조차 확실치 않다. 북한제재 유엔 결의안도 키는 중국이 쥐고 있는데 얼마나 진실성 있게 실천 할 것인지 얼른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한국 정부 외교라인이 조-중 우호 조약의 깊은 정서적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무능 때문이라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오히려 중국은 사드 문제를 놓고 한중관계까지 파탄 날지도 모른다는 노골적인 협박을 공식적으로 가해 왔다. 더군다나 중국의 주한대사 추궈홍이 김종인 더불어 민주당 대표를 만나 미리 적어온 메모지를 읽으며 “사드를 한반도에 설치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위협하기도 했다. 도대체 한 나라의 대사가 남의 나라 야당대표를 만나는 자체가 국제 관례상 민감한 사항일 뿐 아니라 위협적 메시지를 낭독하듯 전달하다니 대한민국을 이렇게 함부로 대하니 땅을 칠 일이 또 어디 있나.
사드 문제만 놓고 봐도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안하무인격 태도는 그냥 넘길 수 없다. 사드 한반도 설치가 양국 간 합의를 본 것처럼 일방적으로 발표해 놓고 북한 유엔제재 결의에 중국의 태도가 바뀌자 “사드 문제는 좀 더 논의를 해 봐야 한다”고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와중에도 한국은 사드를 평택에 설치하느냐 대구에 설치하느냐며 장소까지 검토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미국은 한국의 유도탄 개발을 철저히 견제하며 자신들의 의도대로만 컨트롤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일본은 너무나도 역사적으로 분명한 독도를 계속해서 저들의 영토라고 강변하고 정신대 문제 등 침략역사를 날조 부정하며 한반도의 분단을 즐기고 있다. 강대국들의 광란의 페스티벌이 한반도에서 질펀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남북 권력자들은 이 비극의 현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남북한은 현재 세계 속에서 장기판의 ‘졸’이다. 구한말 때 강대국들이 어지럽게 짓밟았던 그때의 참상이 다시 떠오른다. 그래도 그때는 분단국가는 아니었다.
<정기용 자유광장 상임대표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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