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화요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수퍼바이저위원회가 결정한 부동산 공시세율(Advertised Tax Rate)이 나로 하여금 탄식을 자아내게 했다. 결정된 공시세율은 내년도 부동산세율의 상한율이다. 실제 적용 세율은 그 상한율 이하에서 4월에 최종 결정된다. 그런데 이번의 결정에는 교육재정의 심각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일부 수퍼바이저들이 이성적 판단보다는 오기(傲氣)에 좌우된 모습을 보여 실망했다.
매년 이맘 때면 수퍼바이저위원회는 교육예산과 카운티 경상예산을 놓고 부동산세율을 심의한다. 페어팩스 카운티 정부 세수의 65% 가량이 부동산세에 의존되는 만큼 부동산세율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교육위원회는 카운티에 내년도 예산 보조액을 올해에 비해 6.7% 증액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전체 교육예산 인상은 4.8%이지만 주 정부나 연방 정부로부터 받는 예상 보조액 인상분이 상대적으로 적기에 결국 나머지를 카운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카운티 이그제큐티브는 이러한 교육위원회의 요청을 무시하고 내년도 카운티 경상예산을 수퍼바이저위원회에 제출하면서 교육예산 보조액 인상분을 불과 3%만 포함시켰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교육예산을 3% 증액하려면 부동산세율이 100불당 3센트는 인상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만약에 그 이상의 여유를 가지려면 세율이 1센트 정도는 추가로 인상되어야 할 것이라며 총 4센트 인상을 추천했다. 그러나 3센트만 인상될 경우 교육위원회가 제시한 내년도 예산에 약 7천만불 가량이 부족하고, 1센트가 추가 인상되어 추가 세수 모두를 교육예산으로 배정한다고 가정해도 거의 5천만불 가량이 모자란다.
그렇기에 교육예산의 절박함을 이해하는 일부 수퍼바이저들이 부동산세율을 최고 6센트까지 올릴 수 있도록 공시하자는 새로운 안건을 제출했다. 그러나 표결 결과 이 안건은 10명의 수퍼바이저들 중 단 3명만 찬성해 부결되었다. 그 세 명의 찬성자들 가운데 2명은 작년 11월 선거에서 처음으로 당선된 교육위원 출신 초선 수퍼바이저들이었다.
6센트 인상안 부결 후 5센트 인상안이 제출되었다. 그러나 거기서부터 믿기 힘든 일들이 일어났다. 이 안은 과반수인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만 통과되는데 찬성과 반대 각 5 동수로 부결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 반대한 5명 가운데 6센트 인상안에 찬성했던 전임 교육위원 2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아마도 6센트 인상안의 부결에 불만이 있었고 5센트는 너무 적어 찬성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5센트 인상안 마저 부결되자 결국 카운티 이그제큐티브가 추천했던 4센트 인상안이 7대3으로 통과 되었다.
그러자 5센트안을 반대했던 수퍼바이저들 가운데 후회하는 수퍼바이저들이 생겼다. 그래서 5센트안에 대한 재심 동의안이 제출되었다. 5센트안이 처음 제출되었을 때 반대했던 수퍼바이저들 가운데 2명이 이번에 찬성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어 5센트 재심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여기에서 또 한 번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 처음에 5센트안에 찬성했던 수퍼바이저들 중에 2명이 이번에는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결국 재심안은 찬반 5대5 동수로 또 다시 부결되었다.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선 2명의 수퍼바이저들은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2명의 수퍼바이저들의 처신에 대한 불만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에서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이다. 특히 추가 예산 배정으로 과밀학급을 줄이고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교사 봉급을 인상시켜 보려고 하는 교육위원회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처지가 되었다.
6센트 안 부결 후 차선책에 찬성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수퍼바이저들이나, 5센트 인상 재심안이 나왔을 때 처음에는 찬성했으나 반대로 돌아선 수퍼바이저들 모두 내가 보기에는 오기 때문에 중요한 일을 그릇친 것 같다. 최선책을 못 얻을 때, 차선책도 적극 고려해야 하는데 모두 최선만 고집하다가 최악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내년도 교육예산이 어떻게 될 지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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