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의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총을 들고 국경을 지키는 군인의 적극적 애국이 있는가 하면 자녀의 교육에 정성을 다하는 부모와 교실에서 수업에 집중 하며 공부에 열중하는 학생의 조용한 애국도 있다.
우리 한국 사람의 뛰어난 특질 하나가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지극한 교육열이다. 이러한 성향은 1905년 기울어 가는 나라의 운명과 가난에 떠밀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이민 직후부터 시작된 셈이다. 국권의 회복과 가난을 이기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라는 생존 의식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두된 시대적 요구의 현명한 수용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미국 이민 1세기, 현재 미국에는 전국적으로 1,000여 개의 주말 한글학교에서 5000여명의 자원봉사 교사들이 5~6만의 학생들에게 한글과 한국 역사 문화를 가르치려고 땀 흘리고 있다.숫자로 보아서는 수 많은 미국 이민 국가의 민족교육 학교수를 비교해 보면 한글 학교가 단연 으뜸 일 것이 확실하다. 여기에서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엄청난 한글 교육의 출생지가 35년 전의 우리 워싱턴이라는 사실이다.위안부 세계 인권운동의 산실인 워싱턴 정신대대책위원회가 그러하고, 불가능해 보이던 버지니아 동해 병기 성공의 주역도 워싱턴 지역 한인들의 몫이었다.이 말은 워싱턴 동포들의 무모한 자만심을 부추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 국제 정치의 중심인 워싱턴에 사는 동포들에게는 ‘자리 값’을 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더 감당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나는 지난 15년 동안 워싱턴에서 한글 교육 뒷바라지와 한때 전국 책임도 맡으면서 동포들에 대한 한글 교육이 안고 있는 몇 가지 난제에 부딪치며 안타까워했다.그 중 하나가 많은 한국학교의 규모가 너무 작아 교육의 체계화를 이루지 못하여 낙후된 교육에 빠져 있다는 아픔이었다. 그런데 작년 11월 우리지역 열린문 한국학교에서 개최된 워싱턴지역 학생백일장에서 메릴랜드 올니의 성 김 안드레아 한국학교가 입상을 휩쓸어 가는 돌풍을 일으켰다.그 동안 신문보도를 통하여 메릴랜드대 교수인 최규용 교장의 참신한 창의교육을 전해 들으며 과연 교육 전문가의 진솔한 교육 헌신을 보는 듯 하여 관심이 많았는데 한글 교육에서도 발군의 성과를 보여 새로운 한글 교수법의 모듈을 실험적으로 입증해 내는 것이 아닌가 기대하게 된다.
또 하나 이 학교의 획기적인 성취는 어렵기만 하던 한국 역사 교육에 <한국인의 미국 이민역사와 나>라는 전혀 새로운 방향의 교재를 만들어 실용적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보통의 역사 교재가 국조 단군과 고조선으로부터 내려와 내가 사는 오늘에 이르는 기년체를 쓰는데 이 방식은 특히 미국의 한국계 학생에게는 실감과 호기심을 일으키지 못하여 뜬구름 잡는 격이 되기 쉽다. 이에 비해 이번에 새로 지은 책은 한국의 핏줄로 미국에 와 살고 있는 현재의 나로부터 시작하여 부모 조상의 나라로 거슬러 올라가 이해와 호기심이 가깝고 실감나게 되어 있는 점이 발군의 장점이라 할 것이다.이 책을 들추어보면 근^현대 한말 미국 이민의 시작부터 오늘의 한국 이민사회를 기술 하고 있는데 풍부한 사진 자료, 지도 및 주요 단어의 영어 해설 <생각해 봅시다> 라는 교과 초점 제시, 이민 선조들의 치열했던 독립자금 모금운동 실태로부터 오늘날의 뛰어난 한국인들까지 미주 한인들의 흥미진진한 필수 상식을 가득 담고 있어 학교 안의 교재를 넘어 사람마다, 집집마다 갖추어야 할 한인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학교 <역사 문화 교재 편찬위원장>직을 맡아 국사 편찬위원회를 드나들면서 역사교육의 돌파구를 만들어 보려고 애썼으나 한미 문물의 차이와 한글 능력의 한계에 막혀 좌절하며 내린 결론이 <비디오 영상 교육>이었다. 이 신념은 아직 변함이 없으나 이번 성 김 안드레아 한국학교의 <한국인의 미국 이민 역사와 나>는 근현대 라는 기간적 한계는 있으나 미국의 한인들이 꼭 갖추어야 할 필수 지식을 실용적으로 교육하는 길을 열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최규용 교장님의 리더십과 집필 교사들의 노고에 경의와 찬사를 드린다.
<이내원 전 미주한국학교 전국 및 워싱턴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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