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석 이철승 선생께서 세상을 떠나셨다는 비보를 접했습니다. 한국정치의 거목, 우국충정의 빛나던 큰 별이 우리 곁을 떠나신 것입니다.
저에게 고려대 대선배이신 소석 선생은 7선 국회의원 임기를 마감하신 뒤에도 워싱턴을 자주 방문하시면서 미국의 조야인사들과 만나 한국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그 무렵 제가 통역을 도와드리는 것을 계기로 선배님을 자주 뵙고, 귀중한 말씀을 수도 없이 들으면서, 선생님의 변함없는 애국애족의 충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선배님은 대학시절부터 대한민국 건국의 한 바탕이 되셨습니다. 해방직후 반탁전국학생총연맹 중앙위원장으로 신탁통치 반대 운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무렵 백범 김구 선생이 “반탁승리” 란 친필 휘호를 써주신 것을 기억합니다.
그 시대를 지켜본 김상협 전 고려대 총장(국무총리 역임)은 그 당시 좌익의 목소리가 우익의 목소리보다 크게 들릴 땐데, “이 교우는 참으로 용감한 사람” 이라 평했고, 그 이후의 정치활동을 보고서는 소석 선생의 “뛰어난 선견지명, 명석한 판단력과 과감한 행동”을 높이 평가한 것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일제 때 중학생으로 창씨개명에 반대하여 일본인 장교를 목검으로 때려, 무기정학을 당했고, 보성전문 시절에는 당시 조선 총독을 상대로 학병거부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6.25 때는 군번 없는 학도의용군을 조직하여 직접 전투에 참여했습니다.
자신의 말씀대로, 소석 선생님은 “항일독립운동 세대의 막내이며, 광복건국 세대의 맏형”이셨습니다. 선배님은 평생 정치를 야당에서 시작, 야당으로 끝내셨습니다. 한 번도 권력을 탐한 적이 없으십니다. 오직 자유 민주의 건국이념에 충실하면서 나라를 지키고 부강하게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치셨습니다.
소석 선생님의 업적을 회고하면서, 국가안보와 민주주의란 두 개의 가치를 놓고 “안보는 민주주의의 수단”이란 신념아래 “중도통합론”을 제창하신 것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고희를 맞아 펴내신 “중도통합론과 나”에서 “정치는 바로 상식인 중화와 중용을 택하는 예술”이라 하셨습니다. 논리 정연한 정치철학이 담긴 이 저서는 한 때 소란했던 소위 “사꾸라 논쟁”을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중도통합론에 기초해서, 극단적인 양극대결을 피할 수 있는 내각책임제를 주창하시기도 했습니다.
유신 당시 이끄신 야당은 권력이 시퍼런 집권여당을 1.1%로 눌러 승리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두고 제도 안에서 이룩한 민주화 투쟁의 승리라고 말했습니다. 당수님은 자신의 후배였던 김대중. 김영삼씨와 함께 40대 기수로 박정희 정권에 도전했었습니다.
만약, 박정희 정권이 5.16 당시 3선 의원이던 소석 선생을 10년씩이나 정쟁법에 묶어놓지 않았더라면, 양 김씨보다도 먼저 대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믿어집니다. 소석 선생님은 대통령이 되지 못한 것을 “팔자소관”이라 넘겨버리시지만, 듣는 사람들은 얄긋한 쓴 맛을 느낍니다.
제가 미국정부 일로 평양을 드나들 때, 선배님은 “이러다가 (미국이 한국을) 김정일에게 넘겨 주는 것 아냐?” 하고 걱정을 하셨습니다. 그 때마나 저는 선생님의 충정어린 민주조국 수호의 결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씀드리곤 했습니다.
선배님은 왕성한 정열로 보수필진의 선봉에서 엄청난 양의 글을 쓰셨습니다. 특히 보수 이념지인 월간 “민족정론”을 창간하신 후, 매호의 권두언을 직접 쓰시면서, 사재를 털어 넣으시면서, 자신이 함께 세운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에 모든 심혈을 기울이셨습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민족협의회 대표, 서울평화상 이사장, 헌정회 회장 등 여러 단체장 직을 함께 맡아오셨습니다.
생존시에 선배님께 꼭 배워야 할 점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본 적이 있습니다. 첫째는 사심없는 애국심, 둘째는 일관된 신념, 셋째는 건강관리라 생각했습니다.
이제 그렇게 강건하시던 소석 이철승 선생님도 가셨습니다. 자연의 섭리 앞에는 선배님도 어쩔 수 없었던 같습니다. 선배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빌면서, 사모님과 유가족에게 위로를 드립니다.
<김동현 전 존스합킨스대 겸임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