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진아 이주·이영화
▶ “‘데드풀’이 재미있다. 하지만 ‘동주’를 더 많이 보면 좋겠다”
‘동주’
◇보통물건 아닌, 19금 히어로무비 ‘데드풀’과 캐스팅 화려한 ‘좋아해줘’
이번 주 극장가는 청소년관람불가 히어로무비 ‘데드풀’이 주도하고 있다. ‘데드풀’은 ‘검사외전’이 독식하던 지난 주말 유료 시사 등의 형태로 개봉해 변칙 개봉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17일 정식 개봉일에 청소년관람불가 역대 흥행성적 1위인 ‘내부자들’(2014)보다 더 많은 25만명이 봐 ‘청불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내부자들’은 약 23만 명이 봤다.
‘데드풀’은 나이가 젊을수록 더 재미있게 본다는 말이 있다. 2030대 관객이라면 “죽인다”는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오나 나이가 들수록 “재밌네” 쯤으로 그 정도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수위가 매우 높은 19금 농담을 쉬지 않고 날리면서 ‘아이언맨’은 명함도 못 내밀 악동 짓을 하는데, 그의 폭풍 수다와 피 튀기는 액션을 감당하려면 젊음의 에너지가 받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초등학교 고학년 아들과 아빠가 손잡고 보던 기존의 ‘아이언맨’이나 ‘스파이더맨’같은 12세 관람가 히어로무비가 아니다. 오랜만에 동성친구끼리 봐야 더 재미있는 청소년관람불가 히어로무비다. 알고 보면 꽤나 로맨틱한 영화라 데이트무비로도 손색없다고 ‘데드풀’은 주장한다. 단, 초반부 “이게 진짜 데이트무비 맞아?”라는 핀잔을 여친에게 들을 수도 있는데 실제로 관객의 속마음을 아는 듯 ‘데드풀’은 객석을 향해 말한다.
‘남자친구 손에 끌려 와 지금 이 영화 보면서, 피가 난무하는데 이게 무슨 데이트무비냐고 투덜대고 있지? 근데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지금부터 알려 줄 건데, 이거 사랑이야기 맞아’라고 능청을 떤다. ‘데드풀’은 기존 영화들을 과감하게 비틀고 패러디하면서 19금 유머를 날린다. 꽤나 중독성이 있다.
데드풀이 그녀의 여자친구와 처음 만나 말을 트는 대화신도 여느 연인들과 다르다. 자신들이 얼마나 더 불행한지 배틀을 하는데 ‘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했다’는 등 저질 농담인지 뼈아픈 진담인지 모를 말을 쏟아낸다.
‘데드풀’은 태어날 때부터 돌연변이가 아니라 어느 ‘미친놈’의 돈벌이 장사용 실험에 의해 만들어진 돌연변이라는 점이 기존 히어로와 다르다. 또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이 아닌 개인적 복수로 모든 게 시작된다.
이때 데드풀의 유머코드는 이렇게 작동된다. “왜 너희 둘뿐이냐. 돈 없어서 다른 애들 캐스팅 못했지?” 실험 때문에 얼굴이 망가진 뒤에는 이런 말도 한다. “얼굴이 왜 안 중요해? 넌 라이언 레이널즈가 연기력으로만 스타가 된 줄 아냐. 웃기는 소리 말아.” 맞다. 데드풀을 연기한 배우가 바로 라이언 레이널즈다. 영웅의 자격을 운운하는 한 엑스맨의 조언은 귓등으로 흘려듣는다. ‘내가 겪은 악몽을 봐라, 내가 저 나쁜 놈을 살려주는 게 말이 돼,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말라’는 입장이다.
‘좋아해줘’에는 요즘 한창 인기있는 유아인, 강하늘이 나온다. 어떤 여성 관객이 마다할쏘냐. 여성 관객의 마음을 대변한 대사도 툭툭 터져 더 반응이 좋다. 다만 이 영화는 요즘 별들을 모아야 흥행이 되는 한국영화 트렌드가 로맨틱 코미디 분야에도 적용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심화될 ‘배우 빈익빈부익부’가 예상돼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기존에 나온 옴니버스 멜로에 비해 세 커플의 이야기가 균형감 있고,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다 평균적 재미를 선사한다는 미덕은 분명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이 배우들이 캐스팅되지 않았어도 이 정도로 관객이 몰렸을지는 미지수다.
영화평론가의 말마따나 “다른 배우를 캐스팅해도 상관없는 이야기다. 배우들의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기보다 그들의 이미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캐스팅을 했을 뿐”이다.
◇영화팬이라면 ‘동주’와 ‘대니쉬걸’
이번 주 예매율 톱10에 든 영화 중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동주’(감독 이준익)와 제83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을 휩쓴 ‘킹스 스피치’의 톰 후퍼 감독 작 ‘대니쉬걸’은 영화팬이라면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동주’는 민족적 서정시인 윤동주(1917~1945)뿐만 아니라 그의 솔메이트이자 독립운동가인 송몽규(1917~1945)의 삶을 알 수 있는 기회며 일제강점기 나라를 빼앗긴 청춘들이 얼마나 뜨겁게 살았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이다.
마침 문학 초판본 열풍의 중심에 있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출간 즉시 완판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불우한 시대를 온몸으로 살다간 윤동주의 시를 향한 뜨거운 갈망을 느낄 수 있다. 영화를 볼 때는 전기물 같아 살짝 지루한 감도 있지만 극장을 나온 후 자꾸 떠오른다.
일본 유학 시절 조선인 학생에 대한 일제의 압박에 전학을 결심한 윤동주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밥을 앞에 두고 눈물 한 방울을 떨구는 장면이라든지, 시집 출간에 대한 열망에 처음으로 송몽규의 제안을 보류하는 장면, 일본 경찰 앞에서 시인을 꿈꾼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자책하는 교도소 취조신, 그리고 강하늘의 목소리로 시가 낭송되고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이 펼쳐지는 장면 등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동주 역할의 강하늘과 몽규를 연기한 박정민의 호연도 빛난다.
극장에서 꼭 보고 싶은 영화 ‘대니쉬걸’은 풍경화가 에이나르 베게너(에디 레드메인)와 초상화가인 아내 게르다(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진정한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남편은 부인의 부탁으로 어느날 우연히 여장을 한 뒤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매혹적인 멜로영화 ‘캐롤’이 조용히 흥행 중인데, 똑같은 여성취향의 이 영화가 얼마나 관객을 나눠가질는지 주목된다.
‘데드풀’
‘좋아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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