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소비 해결 위한 팁…
▶ 파트너 지출 비난하지 말고 “금전관 다른 탓” 이해 노력, 지출 플랜 함께 세워 충동구매 사전에 차단을
배우자의 낭비벽은 이혼의 주된 사유다. 미국의 전체 커플 가운데 50%는 해로를 못하고 갈라서는데, 파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경제문제가 꼽힌다.
풀네임을 밝히기 거부한 랜디도 아내 수잔의 헤픈 씀씀이에 넌덜머리가 났다며 정신과 상담의를 찾은 케이스다. 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아내가 온라인으로 주문한 소포가 배달된다”며 “그렇게 흥청망청 돈을 쓰다가는 아이들 양육비마저 동이 날 것”이라고 푸념했다.
그러나 수잔의 생각은 다르다. 그녀는 “남편이 나를 충동구매자로 몰아붙이는 건 그가 지독한 구두쇠이기 때문”이라며 “랜디는 양말에 구멍이 날 때까지 새 양말을 장만하지 않는 노랭이”라고 비난했다.
둘의 입장차는 완연했다. 랜디는 아내의 지출습관을 단속하길 원했고 수잔은 문제가 있는 쪽은 남편이라고 확신했다.
둘은 서로의 ‘돈 버릇’을 바꾸고 싶어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대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한다.
표면적으론 간단하게 보일지 몰라도 부부가 공동으로 금전관리를 하는 데에는 크고 작은 숫한 도전이 따른다. 이혼으로 연결되는 부부싸움의 최대 원인이 돈 문제라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부부가 서로 다른 경제적 배경을 지녔고 상반된 지출습관을 가졌으며 재무관리 능력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 돈 문제는 부부사이에 심각한 불화를 초래한다.
불화의 조짐은 종종 결혼식을 올리기도 전에 나타난다.
전국신용상담재단이 지난 2013년 예비부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전체 참여자의 68%는 약혼자와 돈 문제를 의논하는데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고 5%는 “금전문제에 관한 대화를 시도할 경우 결혼을 취소하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단지 “껄끄럽다”는 이유로 대화를 피한다면 돈에 관한 상대의 가치관을 파악할 수 없다.
사실 사회 전반의 분위기는 ‘돈 이야기’를 금기시한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돈과 관련된 문제를 정직하게 터놓고 의논하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최근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배우자들의 80%는 사랑하는 상대 몰래 물건을 구입한 적이 있다고 실토했다.
이런 행동은 일회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충동구매일 가능성도 있다.
과소비를 중단하는 방법에 관한 책을 쓴 에이프릴 벤슨 박사는 “충동구매란 과도한 시간과 에너지, 돈을 쇼핑에 사용하는 것이지만 결혼생활을 손상시킬 정도의 쇼핑과 물건구입을 생각하는 것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미국인의 과소비는 심각한 수준이다. 스탠포드대학의 연구진은 1,700만~2,80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이 과잉구매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과소비 습관은 대인관계, 재정상태, 직장일, 개인감정과 정신건강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
그러나 과잉지출의 근본 원인이 무엇이건 상대 태도를 변화시키려 드는 것은 재앙의 레서피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동된 견해다.
대신 이들은 아래와 같은 문제 해결의 팁을 제공했다.
1. 파트너의 지출습관을 비난하지 말고 이해하는데 초점을 맞춰라.
돈 문제로 싸움이 벌어졌을 때 커플은 서로 상대의 돈 버릇을 ‘잘못’으로 단정 짓고 손가락질을 한다.
그러나 상호비방은 긴장의 수위를 높일 뿐이다. 판단하고 정죄하려 들지 말고 파트너의 지출행동을 이해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최선이다.
이처럼 비난이 아니라 호기심과 궁금증을 앞세운 접근법은 상호이해를 증진시키고 상대를 긍휼이 여기는 마음을 키우면서 진정한 변화를 위한 토대를 이룬다.
2. 등식의 다른 한쪽을 살펴보라.
지금 ‘나’를 미치게 만드는 파트너의 행동이 결혼 전에는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라. 당시에는 돈을 물쓰듯 하는 파트너가 능력있게 보였을 수 있다.
혹시 자신이 경제적 주도권을 쥐고 싶어 경제적인 지식이 자신보다 떨어지는 상대를 선호한 것은 아닌지도 한번쯤 되돌아볼 문제다.
벤슨 박사는 “충동구매와 같은 배우자의 금전장애는 때로는 파트너의 부정적인 행동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남편의 외도에 대한 분노가 충동구매의 형태로 분출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싫건 좋건 해법은 파트너 모두가 그들의 행동에 변화를 주는 것이지, 어느 일방의 변화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3. 돈에 관한 자신의 사고방식을 검토하라.
개인의 금전관은 각자가 지닌 독특한 ‘쩐의 역사’를 바탕으로 형성된다.
금전관은 5~15세 사이의 시기에 부모의 금융습관을 지켜보면서 형성되는데 성격상 그 내용이 단순하고 유치하며 종종 무의식 속에 잠복한다.
또 극히 단순화된 규칙이기 때문에 성인으로서 금전관리를 할 때 부딪히는 복잡한 문제에 그대로 적용하기 힘들다.
따라서 자신의 금전관을 꼼꼼히 들여다본 후 시간을 갖고 배우자가 돈에 관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4. 돈 버릇을 교정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파트너와 본인 쌍방 모두의 금전관에 변화가 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내력이 요구된다.
둘이 합의한 지출 플랜을 어느 일방이 어길 경우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실족원인을 찾아야 한다. 또 실족을 일으킨 상황에 둘 모두가 어떤 기여를 했는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말다툼을 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고 대신 각자의 실수에서 교훈을 찾으려 노력하라. 진정한 행동변화는 시행착오를 통해서 발생한다.
5.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구할 것.
위에서 말한 룰을 지켰는데도 똑같은 말다툼을 계속한다면 전문적인 도움을 구해야 할 타이밍이다. 둘 모두에게 중립적인 재정문제 상담가나 카운슬러의 도움을 받으면 경제생활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고, 이혼을 피한 채 동화책 속의 커플처럼 “두고두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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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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