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권자들이 직접 투표하는 예선전으로는 최초인 뉴햄프셔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참패는 상당히 충격적이고 극적이다. 버니 샌더스에게 22퍼센트 차이로 승자의 자리를 빼앗겼기 때문만 아니다.
특히 여성 투표권자들이 55%대 44%로 자기보다 샌더스를 선호했다는 사실이 클린턴을 몹시 슬프게 했을 것이다. 선거 며칠전 클린턴 행정부에서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을 지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여성 투표자들이 힐러리의 승리를 도와야 한다고 호소하는 가운데 “지옥에는 여자들을 돕지 않는 여자들을 위한 특별한 자리가 있다”고 까지 한 것이 오히려 악재가 됐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자격의 유무는 제쳐놓고 여자니까 뽑아달라는 주장처럼 들릴 수도 있는 그런 호소가 젊은 층의 여성들에게 역효과를 가져왔음즉도 하다. 사실 클린턴이 샌더스보다 더 많은 표를 획득한 층은 65세 이상 세대였을 뿐이다.
이제 곧이어 있을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와는 달리 흑인과 라틴계 인구가 많기 때문에 클린턴이 열세를 만회할 것이라는 예측과 아울러 연방의회 흑인 의원 코커스(Congressional Black Caucus)가 클린턴을 지지하고 나섰기에 결국은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 주자가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미국의 1% 부자들에 대한 55% 세금을 거두어들인다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정견을 기초로 한 샌더스의 정치적 혁명 노력이 미몽(迷夢)으로 끝날 지언정 적어도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클린턴은 다르다.
아이오와주에서 1월에 열린 민주당 후보토론 때 청중으로부터 클린턴에게 첫 질문을 한 사람은 자신이 샌더스 지지자라고 밝힌 20대 젊은 청년이었다. 자기 친구들이 클린턴은 부정직하다고 말하는데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캐슬린 파커라는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는 클린턴이 그 질문을 받고는 약간 주춤하면서 슬픔과 피곤함이 교차되는 표정을 지었다고 표현했다. 역시 프로인지라 클린턴은 (특히 공화당) 사람들이 온갖 말을 지어내서 자기를 공격해 왔어도 자기는 아직도 서 있는 것이 진실 때문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파커는 몇 년 전 여성칼럼니스트로는 드물게 퓰리처상을 받은 사람이다. 그에게는 50대 이상의 많은 미국인들처럼 빌 클린턴이 여대생 인턴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말하기도 민망스러운 성행위를 했던데 더해 아칸소 주지사 시절 주 공무원에게 성추행을 한데 대한 고소사건 중 하원에서 탄핵까지 당하는 과정이 전개되던 과정에서 아이들이 불미한 내용을 들을까 염려되어 TV 리모컨으로 음량을 콱 줄이던 시절에 대한 불쾌한 기억이 있는 듯하다.
파커는 힐러리 클린턴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이 그가 국무장관 재임 시 발생된 벵가지 사태나 이메일의 개인 계정사용 이전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애당초 거짓말이 아니면 적어도 침소봉대(針小棒大)격인 과장 벽이 클린턴에게 있다고 단언 하면서 이미 고인이 된 윌리엄 사파이어라는 뉴욕타임스지의 칼럼니스트가 1996년에 쓴 칼럼을 인용한다.
“온갖 정치적 성향을 가진 미국인들이 의심할 여지없이 출중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 그의 세대 많은 사람들에게 역할모델인 여성, 즉 우리의 퍼스트레이디가 선천적 거짓말장이라는 슬픈 깨달음에 도달하고 있다.”
사파이어는 이어 클린턴이 거짓말을 해야 하는 강박관념이 있는 듯 하여 거짓의 거미줄에 친구들과 부하들을 옭아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닉슨 대통령의 연설집필자였다가 뉴욕타임스의 진보성향에 대한 균형을 마련하도록 보수 성향을 가진 칼럼니스트로 발탁됐던 그의 배경을 감안하더라도 전혀 근거 없는 견해는 아니다.
2008년 예선 때 자신의 영부인으로 보스니아 공항에 내렸을 때 내전중이라 머리 위를 핑핑 날아다니는 총알을 피하느라고 허리를 굽혀야 했다는 클린턴의 발언은 첼시까지도 옆에 서서 환하게 웃음을 짓고 있는 TV보도로 허풍으로 드러났다. 더욱 황당하기로는 힐러리 이름의 유래가 있다. 에베레스트를 세계 최초로 등반한 뉴질랜드 출신 에드먼드 힐러리 경의 이름을 따서 힐러리로 불렸다는 것인데 문제는 힐러리가 그 역사적 등반이 있기 6년전에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또 빌 클린턴 퇴임이후 자서전 집필로 큰돈을 번 것은 이해가 되더라도 여러 기업들이나 이익단체들로부터 연설하면서 고액의 강연료를 챙겨왔던 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퇴임이후에 생활이 궁핍할 정도였다고 한 점도 과장이다. 특히 자신이 국무장관시절 클린턴 재단에 쏟아져 들어온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외국정부유관 조직들의 헌금이 순전히 인도주의적인 헌금이었던 것처럼 해명한 것도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공화당 쪽 책사들이 예리한 칼을 갈고 있는 분야가 클린턴의 정직성이다. 이래저래 2016년도 대선정국은 짙은 안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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