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와 아마추어의 다른 점은 근성의 차이일 것이다. 열정이나 운에 기대어 우왕좌왕하는 자들을 프로라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프로란 자신의 살과 피… 뼈를 깎는 노력의 결정체와 맞바꾼 장렬한 이름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 분야의 프로일수록 빠지기 쉬운 취약점이 매너리즘이다. 자가발전의 한계라고나할까, 늘 하던 일(분야)에 길들여져 있는 자들일 수록 오히려 모험에는 취약한 법이다. 예를 들어 천재들의 작품이 때때로 그 작품이 그 작품, 그 나물에 그 반찬… 같은 내용에 무늬(제목)만 다르게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초심의 열정만큼 감동적인 것은 없다. 사람들이 영원한 호기심… (초심의 열정)을 가진 ‘어린왕자’에 열광하는 것도 이 때문이겠지만, 열정 없는 인생… 열정 없는 예술만큼 맥 빠지고, 율법(형식)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
모차르트는 천재였지만 죽기 몇 해 전 부터는 완전히 그로기 상태였다. 잘 나가는 작곡가로서, 많은 돈을 벌긴 했지만 씀씀이가 헤퍼 늘 빚독촉에 시달림받았다. 때문에 작품은 질보다는 양… 많이 쓸수록 생활의 안정을 보장받았기 때문에 그의 정신과 육체는 나날이 피폐해 갔다.
그 때(1789년), 즉 죽기 2년 전 모차르트가 접한 것이 바로‘Magic Flute’이었다. 내용은 성인동화 수준이었지만 그로기 상태였던 모차르트는 왠지 큰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죽음을 예감했음 때문이었을까… 흥행의 차원도 누구의 강요때문도 아닌, 단순히 모험심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수수께끼였는데, 당시 파산직전이었던 극장측(시카네더)의 독촉으로 작곡을 서두르는 바람에 과로로 사망케 된 것은 아이러니였다.
1791년 극장 배우 기젝케의 대본으로 3개월만에 완성되었는데, 당시 레오폴트 2세의 대관식에 맞춰서 공연될 오페라의 작곡이 촉박했던 모차르트는 프라하로 향하면서 마차 안에서 쓰는 등 18일 만에 오페라‘티토 황제의 자비’를 완성하고, 프라하에서 돌아오자 마자 ‘요술피리’를 완성지었다고 한다.
魔笛… 영어로 Magic Flute, 한국어로는 요술(마술)피리라고 부른다. 모차르트가 남긴 마지막 오페라로서, 내용상으로는 ‘신비한 피리’가 맞는 제목이지만 제목의 강렬한 인상을 주기위해 흔히 ‘魔笛’ 혹은 ‘요술피리’ 라 부른다. ‘마적’은 그러므로 제목에서부터 정체성이 다소 애매한, 언어(문학)적 과장이라해야할까… 내용 또한 황당무계하여 도시 무엇을 말하려는지 포커스를 맞추기 종잡을 수 없는 작품이기도하다.
굳이 표현하자면 인생의 수수께끼를 동화로 풀어나가는… 말 그대로 신비에 싸인 ’Magic Flute’ 그 자체라고나할까. 20대 후반이었던가, 30대 초반이었던가… 이 작품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마적’만큼 삶의 피날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는 작품도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인간에게 피날레(죽음)란 절망일까, 아니면 낙조의 감동일까… 인간에게 이것을 저울질할 능력이 있느냐의 질문은 다소 넌센스일지 모르지만, 믿는 자에게는 피안의 기적을 맛볼 수 있으니… 그것은 오로지 마술피리(음악)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적’은 죽음과 맞닥친 예술가의 종착역… 그리고 예술이 죽음에 대해 할 수 있는 최후의 저항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작품이기도한데 마술피리에 의지해 물(공포)과 불(지옥)의 세계를 통과하는 장면도 그렇거니와, 회교도의 전설에서 따온 내용도 오페라라고 하기에는 너무 동화적이고 반어적인 비유와 철학성이 다분한 작품이다.
사람들이‘밤의 여왕’, ‘새잡이 노래’등이나 들으며 킥킥거리는 모습은 다소 우스꽝스럽지만‘Magic Flute’만큼 피날레의 감동이 있는 작품도 드물다. 그것은 마치 귀를 통해 들려온다기 보다는 영혼을 통해 울려오는 음악이라고나할까.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처럼 장엄한 낙조가 없었던 모차르트의 죽음… 죽음이란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그 자체로 고통이자 해방… 어둠이자 빛일 뿐이지만 그 마지막 해답이야말로 각자 스스로가 가지고 있다는… 그 순수한 여운이야말로 천재 모차르트가 남기고 싶었던 피안으로의 도피… ‘어린 왕자’이자 그 대관식 피날레… 감동의 메세지는 아니었을까? 마치 예술이 영원을 통해 살아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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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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