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전 주말에 일로 알게 된 손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팅 때문에 전화를 놓치고 반가운 마음에 미팅 후 전화를 하니 안 받으신다. 바쁘시겠지.. 하고 조금 기다리니 전화가 오셔서 조그만 목소리로 느닷없이 “유니스.. 나 오래 못살아” 하신다. 석 달 전쯤도 통화 되었던 분이라 깜짝 놀라 무슨 일 이냐 물으니 통화 바로 전날 4가지 암진단을 모두 말기로 받으셨단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지.. 갑자기 머리 속이 하얘지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와줄수 있어요?” 하신다. 뭔가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보다. 가는 도중 마침 주말이고 별다른 스케쥴이 없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병원으로 달려가니 몇 달전에 뵈었던 그분은 몰라보게 초췌해 있었다. 내 손을 잡으시고 “유니스 나 좀 도와 줘요” 하시는데 눈물이나와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과연 내가 도와 드릴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그렇담 얼마나 감사할까.
그분은 천천히 말을 꺼냈다. 4가지 말기 암으로 일 년 이내로 사신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으셨고 남은 시간을 병원이 아닌 가족과 보내고 싶으시단다. 당신이 믿으시는 신께서 그래도 일년이라는 남은 인생을 정리할 시간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시다고 담담히 말씀하신다.
과연 나도 이런 상황에 이렇게 의연할 수 있을까.
말씀을 이어오다 일 년전쯤 나를 통해 가입하신 Annuity를 어떻게 하시면 좋을지 캔슬을 하실까 연금화를 시키셔서 얼마라도 살아 계실 때 쓰실까 이런 저런 고민을 얘기하셨다. 또 수혜자가 현재 자식으로 되어 있는데 남편에게 전부 돌리시고 싶다는 말씀이셨다. 아프시다 보니 자식보다는 부부가 제일이신가보다. 일은 일이니 눈물을 닦고 또 난 나의 일을 해야 하니깐 손님을 도와 드릴 방법을 차근차근생각한다.
생명보험과 마찬가지로 Annuity에도 시한부 옵션조항(terminal illness rider)이 있는 상품이 있다. 예를 들어 의사가 불치병으로 1-2년 안의 시한부 선고를 했을 경우 Annuity 안의 금액을 일정부분 벌금 없이 미리 지급 받아 의료비로 쓰던지 여생에 하시고 싶었던것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손님과 상의하여 이 조항을 이용하여 돈을 미리 쁩기로 하고 뽑고 남은 금액을 위하여 남편 분으로 beneficiary change와 함께 ownership change도 해 드렸다. 어제 퇴원 수속을 도와 드리고 의사에게 진단서를 요청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일 년 전 Annuity에 가입하실 때 생명보험 가입을 위한 검사도 받으셨는데 혈압으로 인해 등급을 좋지 않게 받으셔서 매달 내셔야 하는 보험료가 올라 갔기 때문에 혈압을 조금 조절 하신 후 일년 후 가입하시겠다고 하셔서 혹시나 부담을 드릴까봐 그러시자고 했는데 내가 그때 조금만 더 내가 권유했더라면 그 생명 보험에서 시한부 옵션 조항을 또 이용할 수 있었고 남은 보상금은 가족에게 주시고 편히가실 수 있었으니 이분과 남겨지게 될 가족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만해도 혈압 빼곤 건강하셨던 이분이 일 년만에 이런 상태로 만나게 될 줄 몰랐다는 핑계를 대기에는 직무유기를 한 거 같은 죄책감을 한동안 떨쳐 내기 힘들 거 같다.
오늘 아침 새벽같이 손님에게 카톡이 왔다. “유니스미안하고 고마와요” 내가 드릴 말을 먼저 나에게 해주셔서 더 나를 미안하게 만드는 그분. 의사로부터 병의 진단에 관한 팩스 내용이 앞으로 삼십년은 더 사실거 같다는 내용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로인해 지금가지고 계신 Annuity 안의 시한부 옵션을 사용하지 못할 거 같다는, 또 그때 생명보험을 안 가입 하셔서 이제는 암 진단을 벌써 받으셨기 때문에 십 년 후에나 가입을 생각해 보자는 전화를 내가 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310)961-7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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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 림, APIIS 파이낸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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