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년 미국 이민이 시작된 이후 한인들은 미 전역에 약 170만 명, 캘리포니아에는 50만 명으로 미국 내에서나 캘리포니아에서나 아시아계 미국인들(Asian American) 중에는 5번째 인구 규모를 가지고 있다. 9만 명 가까이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아시아계로는 6번째 규모이다.
2011-2013년 미국 통계국 자료(ACS, American Community Survey)에 의하면 외국에서 태어난 한인 비율은 Non-Hispanic Whites보다 두 배이다. 이는 한인들의 50% 이상이 일세대 이민자들이라는 의미이고 더 나아가 캘리포니아 한인들의 13%는 65세 이상 노인들로 나타났다.
미국 내 다른 인종집단과 비교해볼 때 한인들은사회 인구학적 측면이나 건강 또는 사회적 니즈에서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한인들에 대한 수요 평가조사(needs assessment)는 거의 없었다. 특히 일부 지역적 특성과 결부된 한인들 관련한 조사는 더욱 그러하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을 보면 가장 최근의 것이 10년 이상 되었으며 그것도 Alameda와 Santa Clara 카운티에서만 진행된 조사였다.
이에 2016년 새해를 맞아 본보는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 한인들의 건강 상태와 행태적 측면을 집중적으로 알아보았다. 그리고 이에 멈추지 않고 전략적 대안을 도출하면서 베이지역 한인들의 보다 나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자 심층기획보도를 준비하였다.
이번 기획취재는 지난 1년간 이스트베이 한인 봉사회(KCCEB, 관장 이윤주)가 UC 버클리 대학의 HRA(Health Research for Action) 센터와 함께 베이 지역 5개 카운티(알라메다, 콘트라코스타, SF, 산타클라라, 산마테오) 거주 한인들의 건강 상태와 사회적 니즈를 조사한 자료를 기본으로 했다. 이 조사는 현재 한인들만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자료로는 유일하게 통계적 신빙성이 있는자료로 미국 공중보건위생학회에 작년 11월 발표된 바 있다.
위조사를 근거로 본보에서는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총 7회에 걸쳐 베이 지역 한인들의 건강 관련 지표를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전략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향후 베이지역 한인 커뮤니티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연재 순서는 ①영어답답증 ②성인질환과건강행태 ③정신건강 ④흡연및간접흡연 ⑤가정폭력 ⑥여성건강 ⑦시민참여를 각각의 주제로 마련하였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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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스트베이 한인 봉사회 (KCCEB)의 조사 결과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5개 카운티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건강 관련 척도가 같은 지역의 다른 민족, 특히 아시아 민족에 비해 심각한 우려 수준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캘리포니아 타지역 거주 한인들에 비해서도 열악하며 건강격차도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일명 ‘영어 답답증’이라 할 수 있는 제한된 영어 구사능력(LEP, Limited English Proficiency)을 조사해본 결과 설문조사 응답자의 85%가 영어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밝혔는데 이는 베트남계 86%와 유사한 수준이고 캘리포니아 전체 한인들 평균 76%에 비교했을 때는 월등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영어 답답증은 우선 건강 관련이나 의료 접근성에 영향을 미친다.
의료보험과 관련해서는 베이 지역 응답자의 16%가 보험을 가입하지 않았다고 답했는데 이는 베이지역 아시아계 중 가장 높은 수치(무보험률: 베트남계 13%, 필리핀 및 중국계 9%, 인도계 6%, 일본계 5%)이다.
캘리포니아 한인 평균(27%)과 비교했을 때 무보험자는 낮은수치를 보이고 있으나, 의료보험이 있는 경우에도 병원 이용률이나 암 검진율이 낮고 오바마케어에서 정한 환자의 권리 등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돈을 더 주고라도 한국어가 가능한 의사를 선호하거나 건강검진 비율도 낮다는 조사 결과는 영어 답답증이 의료 접근성에는 더 많은 제약을 주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사실 어느정도 영어 구사가 자유로운 사람들도 의료 관련 언어는 이해하기가 까다로운데 영어 답답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야 말할 필요도 없을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영어 답답증은 사실 건강 관련 접근성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에서 오는 괴리감이나 스트레스가 정신건강에도 영향을주며 실질적으로 직업의 선택 등 많은 부분에서 제약 요인이 되고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인들은 다른 민족집단에 비해 중증 스트레스 증후(SPD, Serious psychological Distress) 비율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캘리포니아 한인들의 SPD 비율은 5%로 주 평균 2% 보다 높다. 그런데 베이 지역 한인들의 경우는 무려 13%로 그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어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상당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보여주고 있다.
이는 사회 참여에도 제약을 주는데, 한인들은 사회참여가 낮아 미국 사회 내에서 타당한 자리매김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우선, 영주권자가 시민권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소수 민족 중 한인이 가장 오래 미루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이는 언어 문제 뿐만 아니라, 시민권이 주는 장기적 또는 단체적 혜택에 그리 민감하지 않고 투표 등의 시민참여가 어떻게 개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식이 높지 않은 것 등 때문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류 미비자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를 미국에 거주하는 어엿한 시민공동체로서 접근하여 공동체적 힘을 추구할 수 있다는 의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인들이 사회적 또는 정치적 이슈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슈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 또 그것이 어떻게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는데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성인질환 비율이라던지 가정폭력 비율도 베이지역 한인들에게 높게 나타났는데 이번 조사를 총괄한 KCCEB 이윤주 관장은 “1977년 설립된 한인 봉사회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와 베이 지역에서 한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해왔지만 항상 아쉬웠던 점이 우리 지역 한인들의 건강 상태의 현실은 어느 정도이고 사회적 니즈는 무엇인가 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사를 계기로 현재의 상황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향후 목표가 명확해졌다”며 그동안의 경험상 느끼고 있던 점이 고체적인 입증자료(evidence)로 나왔기 때문에 가야 할 방향성이 뚜렷해졌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14년 7월부터 시작해 2015년 9월까지 5개 카운티 342명의 한인들을 임의적 표본추출방식(convenience sample)으로 선정해 진행했으며 조사 방법은 대면, 전화,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을 활용했다. 표본 342명은 주로 15년 이상 미국에서 거주한 1세대 코리안-아메리칸들이다. 질문 항목은 가주 지역에서 가장 신빙성 있는 조사 척도인 CHIS(California Health Interview Survey)에서 추출해 CHIS와의 비교를 용이하게 했다.
이러한 본 조사 외에 정신건강과 가정폭력은 별도의 모듈을선정하여 조사를 진행하였으며 표본은 본 조사 참석자들 중 111명을 선정했다. 그리고 정신건강 관련 질문 항목은 미국에서 신뢰 있는 Kessler 척도를 준용했다. 이번 조사는 임의적 표본 추출 방식으로 했기 때문에 모 집단 전체로의 일반화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CHIS에서 미처 포착하지 못한 지역적, 인종적 특수성을 동시에 고려했기 때문에 CHIS의 보완자료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KCCEB측은 전했다.
KCCEB에서 연수중인 이충열 서울시청 공무원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한인사회가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역량을 결집하는 등 지역사회 모두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KCCEB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전문기관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이나 전략 등의 대안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략적 해결방안에 대하여 이윤주 관장은 이렇게 밝혔다. “북가주 한인들의 여러 인종적 특성이나 건강 관련 행태는 남가주 한인과 유사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지만 북가주가 가지고 있는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개입(intervention)과 예방전략이 필요하다. 남가주는 LA(62%)와 Orange County(24%)에 집중 거주하고 있지만 북가주는 5개 카운티에 분산돼 있으며 카운티간 이동성도 높지 않다.
따라서 어느 지역에 좋은 시설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카운티에 서비스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장소기반적(place-based) 전략을 집행하거나 동원하는것도 도전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또한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단순 사고를 넘어 어떻게하면 지역사회가 자생하고 스스로를 도울 수 있도록 할 수 있게 하느냐, 대중의 참여로 지역사회에 어떻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느냐는등의 좀 더 근원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는 사회적, 정치 및 제도적 등 포괄적 이해와 더불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조하는 풍토 조성을 통해야만 가능성이 있다.”이에 본보는 이번 연재를 통해 북가주 한인들의 위상과 삶의 질에 기여할 수 있는 각 정부 관계자, 한인 커뮤니티의 리더 등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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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열 KCCEB 서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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