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국에 온 것이 1964년 이니까 미국 대통령 선거를 금년까지 열세번 목격하는 셈이다.
그런데 금년의 선거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이다. 도날드 트럼프가 근본원인 제공자이다. 작년 3, 4월경 그가 공화당 경선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을 때 처음에는 정치기자들과 논객들의 거의 공통된 관측이 그가 얼마 되지 않아 중도하차 할 것이며 결국은 젭 부시 같은 주지사 등 정치경력자가 공화당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트럼프가 억만장자 비즈니스맨이기는 하지만 정치경력이 전무한데다가 타인종들이나 여성들에 대한 절제 없는 언사를 마다하지 않는 백인인종(우월)주의자로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이 거의 모든 신문들의 논조였었다. 예를 들면 멕시코나 라틴 아메리카로부터 온 불법이민자들이 대부분 강간범들이나 기타 범죄자들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이 있다. 백악관을 되찾기 위해서는 가장 큰 소수민족인 라틴계의 지지를 꼭 필요로 하는 공화당 주류파를 크게 당황하게 만들었던 것은 당연하다.
같은 맥락의 트럼프 언동은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멕시코와의 국경에 담을 쌓을 것이며 그 비용을 멕시코 정부로부터 받아낸다는 내용과 1,100만으로 추산되는 불법체류자들을 모두 추방하겠다는 것도 포함된다.
공화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또 필수적인 여성들의 지지를 방해하는 트럼프의 언동도 적지 않다. 심지어는 작년 5월 공화당 후보들의 첫 토론회를 사회보던 폭스뉴스의 메긴 켈리가 트럼프의 “돼지 아니면 허튼 계집”이라는 여성비하 욕설이 여성투표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날카롭게 질문한 것을 불쾌하게 여긴 트럼프가 “그 여자의 입에서인지 어디에서인지 피가 나오는 상태에서” 질문했다고 원색적 비난을 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의 파리에서 일으킨 동시다발 테러 때문에 130여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가 일어나자 미국은 당분간 모든 무슬림교도들의 미국입국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그의 주장도 대부분 테러리스트들과 관계가 없는 16억(세계인구의 22%)회교도들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트럼프의 인기는 날로 충천되고 있고(39% 이상) 젭 부시는 겨우 4-5%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가 불가사의다. 메긴 켈리가 이번 목요일의 후보 토론회 공동사회 보는 것을 대치 시키라는 자기주장에 폭스 뉴스가 굴하지 않았다고 토론회를 보이콧 할 정도로 트럼프는 극도의 교만을 부린다. 아니, 트럼프의 인생 자체가 천상천하의 유아독존적인 교만에 근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대통령 경선후보들은 대부분 자격, 학식과 경력 및 부가 상당해도 내세우지 않는 겸손성을 나타내는 게 정상적인 패턴이다. 정작, 구체적인 정책은 하나도 없으면서도 자기는 최고의 딜 메이커로서 미국이 오바마 밑에서 계속 실패한 것을 줄줄이 성공시켜 성공이 지겨워질 정도가 될 것이라는 황당무계한 장광설로 저소득 및 저교육 백인계층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그래서 공화당 주류계에서도, 트럼프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해있고 바로 다음 순위에는 트럼프 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테드 크르즈가 바짝 따라붙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협상 하나는 잘하기 때문에 무엇인가는 이룩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견해가 등장하고 있다.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뽑힐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소위 기독교 복음주의파라는 리버티 대학의 총장이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공화당이 내부 붕괴를 당하게 된다는 비관론도 있으며 트럼프가 과거에는 낙태를 찬성하던 터에 공화당 보수계에 호소하기 위해 반 낙태 쪽으로 선회한 것을 두고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위험한 선동주의자로 보는 진보계도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트럼프에게는 독재자가 될 성향이 있다는 정신분석학적 견해마저 있다.
만약 공화당에서 트럼프나 크르즈 같은 극우 기회주의자를 지명하거나 민주당 쪽에서 유럽사회주의자임을 자임하는 버니 샌더스를 지명하게 된다면 마이클 불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되지 않도록 공화당에서는 2012년 주자였던 밋 롬니 그리고 민주당 쪽에서는 조 바이든 부통령이 다크호스로 등장할 지도 모른다는 논객조차 있다.
정말 금년 선거는 이상하기 짝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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