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무관학교출신의 보병 참위로 순종황제의 근위 대대의 한 소대장이셨던 나의 선친께서는 아마도 3정승 5판서 집으로 시집간 누님과 매형(친일 5적 중 하나였던 궁내대신)덕분인지 20대 후반에 “정삼품 통정대부” 품계를 받으셨던 분이시다. 아버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 가운데는 주색잡기(酒色雜技)에 빠지지 말라는 훈계도 있었다. 그 잡기 가운데는 바둑과 장기조차 포함되어 있었던 기억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세상은 완전히 뒤바뀌어 이제는 잡기에 능한 사람들이 돈도 많이 벌고 유명해지게 되었다. 씨름밖에는 운동이랄 것이 없었던 이조시대의 관점에서 보자면 온갖 스포츠의 묘기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사람들은 다 잡기의 달인들이다.
미국에서 스포츠가 아마추어 시절을 거쳐 프로직업으로 변한 것은 야구가 최초로 1860년대 남북전쟁이후였다.
처음에는 야구선수 수입으로는 살기가 어려워 부업을 가졌던 것이 대부분의 경우였겠지만 홈런 킹으로 유명해진 베이브 루스가 대통령보다 연봉이 많다고 자랑하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메이저리그의 스타선수들의 수입이 급상승되어 현재에는 최고연봉 3,000만달러 선수들마저 있을 정도다. 야구보다 뒤늦게 등장한 농구와 미식축구도 다르지 않다.
최근 NFL(미 프로풋볼)의 에이전트라는 도날드 H. 의 워싱턴 포스트 주말판 아웃룻(Outlook)에 실린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 성을 Yee라 표기한 것을 보면 중국인 2세나 3세로 추정되는 그 필자는 변호사로서 유명축구선수들과 코치들을 대표한단다. 아마도 NFL의 견해를 피력하는지는 몰라도 그의 주장은 미국대학들이 무보수로 뛰는 흑인학생들을 착취하여 스포츠 관계자들, 즉 축구나 농구 코치들과 부하직원들을 부자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 월요일 밤 앨라바마 대학이 클렘슨 대학을 누르고 미국대학축구의 최고 팀이 되었다. 앨라바마의 코치인 닉 사반은 대학축구분야에서 최고 보수를 받는 사람으로 연봉이 700만 달러가 넘는단다. 그리고 그 팀의 체력증강 담당 코치도 60만달러를 번다는 데야 입이 쩍 벌어질 노릇이다.
참고로 최고 공직자들의 연봉과 비교해 보자. 대통령-40만달러; 부통령- 23만 700달러; 상·하 양원의 의원들-17만4,000달러; 하원의장-22만3,500달러; 대법원장-25만5,500달러.
앨라바마 팀에게 진 클렘슨 대학 팀의 코치는 작년에 330만 달러를 벌었다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의 ‘비서실장’이 25만2,000달러를 받는다는 데야 아연실색할 판이다.
모든 대학들의 스포츠 팀이 소속되어 있는 전국대학체육연합회(NCAA)는 1년에 거의 10억 달러를 거두어들이는데 그 수입이 다 무보수노동을 근거로 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 Yee 변호사의 논지다. 물론 NCAA는 학생선수들이 운동경기와 모교를 사랑하기 때문에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단다.
Yee 씨는 대학들의 축구와 농구팀들의 대부분 선수들이 흑인들로서 그들의 무보수 노동으로 NCAA와 산하 대학들이 막대한 수입을 올리면서도 학생선수들의 노조 움직임을 반대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일갈한다. “운동선수들에게 급료를 지불하지 않음으로써 NCAA는 재정상의 부정행위를 영속화 시키는 것만이 아니다. 그 조직은 또한 인종 면에 있어서의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왜냐하면 학교 체육 담당자들이나 코치들이 압도적으로 백인들이 많기 때문이란다.
주로 흑인들인 학생선수들이 무보수로 뛰어 백인 체육담당자들을 부자로 만드는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직도 용납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축구와 농구선수들이 소유하고 있는 경제적 힘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Yee씨의 주장이다. NCAA나 대학들은 현 모델이 계속되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선수들 전용의 호화시설들을 건축하며 1년에 한 번씩이 아니라 4년간 스포츠 장학금을 보장한다든지 하면서 선수들을 달래고저 한단다. 이제는 재주 있는 학생선수들이 단결하여 더 나은 장래를 확보해야할 것이라고 Yee씨는 결론을 맺는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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