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판소리 영화로서 화제를 모았던 ‘도리화가’가 폭망해 화제다. 아이돌 스타 수지, 사극 흥생불패라는 유승룡 등 간판급 배우들을 내세우고도 손익분기점 250만 관객의 10분의 1수준인 30만 관객 동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내고 문을 내렸다고 한다.
영화의 흥행법칙이나 (한국의)관객 수준 등은 전문가가 아니니 거론할 게재는 아니지만 ‘서편제’에 이어 다시 한번 판소리 영화가 (극장가에서)화제를 모으길 바랬던 국악팬들의 실망감은 컸을 것이다. 물론 ‘도리화가’와는 별개로, 음악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모험인가를 다시 한번 보여준 예라 하겠는데 헐리웃에서도‘아마데우스’등을 제외하곤 음악 영화로 성공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가무(歌舞)를 사랑해 온 민족이었다. 감성이 풍부하고 시와 아름다움을 사랑할 줄 아는 민족… 그런데 판소리를 사랑하십니까? 하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판소리를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가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판소리가 아무리 훌륭한 예술이라해도 현대에는 (각자)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예술이 허다히 많다.
대중가요나 팝, 드라마 속의 음악… 자신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술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판소리야말로 여타 클래식 (장르들)과 마찬가지로 얼마간의 시간을 투자(공부)해야 가까워질 수 있는 예술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소리꾼들의 판소리 마당에 한번 참가해 보지 않은 사람이 판소리를 마음으로 느끼고, 그것을 사랑하고 심취하기란 쉽지 않다.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판소리가 널리 대중화되고 사랑받는 예술로서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그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지속적인 관심과 (민족예술에 대한)애정일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지도자들… 요즘 그럴 정신있나요? (파당 짓고 계파 싸움이라면 몰라도…)우리민족의 판소리가 그나마 오늘날 처럼 인정받기까지는 대원군의 공이 컸다.
흥선 대원군 이하응은 조선이 낳은 그 어떤 지도자(? 10여년간 섭정을 했으니…) 보다도 판소리와 歌舞를 사랑했던 풍류남아였다. 특히 판소리 등 서민들의 애환… 민족의 슬기와 얼이 스며있는 우리 문화를 사랑했던 민족주의자이기도 하였다.
물론 그의 우리 것에 대한 집착, 조선에 대한 애정은 쇄국정책이라는 다소 완고한 모습으로 나타나 다소간의 국익을 해치기도 했으나 정권을 잡은 뒤 그의 행적을 보면 지도자로서의 인물됨을 알 수 있었다. 김동인이 ‘운형궁의 봄’등에서 말했듯, 대원군이야말로 당시 부패했던 서원… 조세제도, 매관매직 등을 혁파하고, 천시받던 서자들을 등용하고 탕평책으로 조선을 바로 세우려 했던 혁명가이자 시대의 풍운아였다. 안동 김씨의 숱한 천대를 삼키면서도 이하응은 정권을 잡자마자 오히려 안동 김씨 일파들을 대거 등용하는 통큰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의 문화적 업적은 신재효, 박유전 등을 지원하며 판소리를 융성케 한 것인데, 특히 여류명창 진채선과의 이야기는 유명하며 영화‘도리화가’의 내용이기도하다. 아무튼 당시 명창으로 이름난 소리꾼들은 대원군이 내린 하사품을 평생 신주단지 모시듯 모셨다고 하니, 소리꾼들이 대접받고 활짝 기지개를 펼수 있었던 대원군의 시대야말로 우리민족의 유일한, (음악의)르네상스는 아니었을까?
(현실)정치가 민생을 구원할 수 있다는 생각은 뜬구름 잡는 얘기일 뿐이겠지만, 꿈꾸는 삶… 희망의 정서가 없는 세상은 메마른 사막일 뿐이다. 최소한의 理想… 민초들의 한(恨)을 이해하는 것이 王道는 아닐까? 물론 오늘날의 현실에선 그저 판소리같은 소리에 불과하겠지만, (권력의 의지와는 다르게) 각자의 한을 승화할 줄 아는 자제심… 그것을 각성케 하는 정서적 밑바탕이 없는 메마른 현대에서 낭낭한 판소리가 울려퍼지는 정치판… 거리마다 판소리가 울려오는‘운형궁의 봄’을 꿈꾸어 보는 것은 어쩌면 지나친 이상주의… 꿈꾸는 판소리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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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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