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스 657'(감독 스콧 만)은 강렬한 액션 그 자체다.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 숨막히는 추격전이 끊임없이 스크린을 수놓는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건 '본'(제프리 딘 모건)과 돈과 명예를 지키려는 마피아 보스 '실바'(로버트 드 니로), 카지노 돈을 노리는 '콕스'(데이브 바티스타)가 불꽃튀는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다.
실바가 운영하고 있는 유람선 카지노 '스완'에서 20년 넘게 일한 본은 분노한다. 딸 수술비가 급하게 필요해진 본은 실바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하는데, 그는 "자선단체가 아니다"며 단칼에 거절하고 카지노에서 해고까지 한다.
실바를 위해 몇 년 간 감옥생활도 하고, 성실히 일했던 본은 배신감을 느낀다. 아내와 이혼한 본은 전 재산을 털고도 딸의 병원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다. 카지노에서 보안 요원으로 일하는 동료 '콕스'와 함께 카지노 금고를 털기로 결심한 것.
처음에는 본이 세운 계획대로 작전이 성공하는 듯 싶었다. 지인들과 함께 결성된 4인조 금고털이범은 각각 역할 분담을 하고, 순조롭게 금고의 돈을 훔쳤다. 하지만 일당 중 1명이 배신하고, 실바의 부하들에게 쫓기게 되면서 버스 납치를 감행한다.
새벽에 출발한 버스 657번을 급작스럽게 세운 3명의 범인은 10명의 승객들과 함께 버스에 갇히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경찰과 특수 기동대, 그리고 실바 부하들까지 이들을 쫓으면서 살벌한 추격전이 시작됐기 때문.
금고털이 사건이 버스 납치 사건으로 커지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꼬여간다. 질주하는 버스 안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본이 콕스와 갈등을 빚으면서 사건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당일 저녁 7시까지 돈을 내지 못하면 딸이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본의 마음을 더욱 조여오는 가운데, 버스는 달리고 또 달린다.
얼핏 기존의 범죄액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스토리와 구성이다. 하지만 영화 '버스 657'은 실제 상황처럼 버스 납치 사건을 완벽하게 재연해냈다. 굉장히 스피디하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 발빠른 전개로 단 한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게 만든다. 갖은 난관 속에서도 범인들이 계속 도망치는 장면은 묘한 쾌감마저 자아낸다.
할리우드에서 촉망받는 감독인 스콧 만은 많은 분량의 스턴트와 액션, 많은 배우들과 엑스트라까지 세심하게 살려냈다. 좁은 버스 안에서 펼쳐지는 숨막히는 액션 장면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납치당한 버스를 멈추기 위해 넓은 도로 위를 가로지르는 경찰특공대(SWAT)의 카 체이싱은 영화의 백미다. 버스 창문을 박살 내고 타이어를 펑크내는 등 공격 장면도 리얼액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실제로 대부분의 신을 멈춰 선 버스 세트가 아닌 계속 달리는 버스 안에서 촬영했다. 헬기와 드론 촬영뿐만 아니라 버스가 충돌하는 자동차 스턴트 역시 시내 도로를 막고 실제 상황으로 촬영했다. "움직이는 서커스였다"는 제작진의 표현처럼 실감나는 버스 상황은 마치 관객들도 함께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극 후반으로 갈수록 범인들에게 동정심이 갈 정도로 사연이 짠하다. 눈물이 흐르지 않게 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감동이 차오른다. 승객들의 말과 행동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인질로 붙잡힌 이들이 어떤 식으로 위기에 대처할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동시에 범인들의 움직임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준다.
'아버지'란 이름은 같지만 제각기 다른 사연과 감정을 갖고 있는 본과 실바의 이야기도 또 다른 감상 포인트. 감독은 어쩌면 뻔할 수 있었던 '범죄' 소재에 '부성애'를 촘촘히 덧입혀 범죄 액션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줬다. 본은 딸을 구하는 데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마피아 보스인 실바 역시 '진한 부성애를 가진 아버지'였다. 실바는 유일한 핏줄인 시드니(케이트 보스워스)에게 자신의 재산을 상속하고 싶다고 했지만, 시드니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영화 속 극한 상황과 맞물려 고도의 심리 연기를 펼친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특히 몸을 사리지 않는 스턴트 액션이 인상적이다.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 변신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인턴'(감독 낸시 마이어스)에서 70세 인턴 사원 '벤'으로 관객들에게 따뜻하고 유쾌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올해 73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날렵한 몸놀림을 선보인다.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예측불허의 전개가 진행되며 영화는 끝을 향해 내닫는다.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관객의 심장을 쥐었다가 펴기를 반복한다. 영화가 끝나면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돈 아깝지 않은 액션 영화, 절절한 부성애를 그린 영화를 기대한다면 '버스 657'이 가장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93분, 15세이상 관람가,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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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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