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휴가로 집에 왔던 두 아들 녀석들이 자신들의 생활터전으로 돌아갔다. 오래간만이지만 집에 온게 고맙고 반갑다. 그러나 헤어질 땐 항상 서운하다. 그래도 각자 할 일들이 따로 있는만큼 자기가 속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
그런데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보도된 청년들의 주거비용 관련 기사들이 나를 자극한다. 왜냐하면 우리 집 애들의 현재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이다. 그 중 한 기사는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밸리 지역의 주택가격에 관한 것이었다. 어린 아이 둘을 키우는 젊은 부부가 집을 구하는데 집 값이 엄청나다. 페이스북, 구글, 그리고 애플 등 청년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대표적 첨단기술 기업들이 위치한 산호세 지역의 중간 주택가격이 자그마치 92만불이 넘는다고 한다. 이는 미국 전체 중간 가격의 5배이며, 워싱턴 디씨에 비해서도 2.5배나 된다고 한다. 인근 샌프란시스코 시의 경우에도 70만불을 육박한다.
이 부부는 대학교 졸업 후 바로 실리콘밸리로 온지 10년이 넘었다. 처음에 렌트로 주거문제를 해결하다 한때 작은 콘도를 사기도 했지만 다시 렌트로 전환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결혼했고, 두 아이들이 태어난 후 이제는 애들을 오래동안 키울 수 있는 적절한 곳에서 집을 사야 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맘에 맞는 집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여러 집을 둘러 보다 결국 구한 집 가격이 130만불이라고 했다. 침실 넷, 화장실 둘인데 주거 면적은 고작 1,600 스퀘어피트이다. 미국 중부 출신인 그들에게 이러한 집 가격은 터무니 없었다. 그 가격이면 고향 위스콘신 주에서는 사무실 건물 한 채를 살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주택 가격 때문에 교사나 건설 근로자 뿐 아니라 의사나 변호사들도 주택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이 지역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봉급액수도 상대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봉급을 높게 책정하는데에도 한계가 있어 직원들이 대부분 주택/주거난을 겪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 기사는 워싱턴 디씨 내의 주거 시장에 관한 것이었다. 청년들이 DC내 거주를 선호하는데, 집을 사는 것은 엄두도 못 내며 렌트비 조차 너무 높다고 했다. 웬만한 아파트의 렌트비는 월 2,000불 이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들의 봉급 수준이 그러한 렌트비를 내기에 벅찬 것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통계 자료에 의하면 워싱턴 DC내 24세 대학졸업자들의 평균 연봉이 42,000불, 즉 한 달에 3,500불 수준이라고 한다. 그런데 세금 등을 제하고 나면 당연히 혼자서는 이렇게 비싼 렌트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룸메이트를 두더라도 렌트비 대 봉급액수 비율이 적정수준을 많이 초과한다. 그래서 이 지역에 부모가 있는 경우 부모집에 들어가 같이 사는 경우를 쉽게 보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우리 집 큰 애의 경우, 다행히 기업체에서 일하는 룸메이트가 훨씬 더 많은 액수의 렌트비를 부담해 주기 때문에 그나마 버틸 수 있다고 한다. 대학원생인 둘째 애도 학교로부터 받는 장학금으로 가까스로 생활을 해결하는데 렌트비 지불이 가장 큰 부담이 된다. 우리집 녀석들도 여느 청년들과 다름 없이 주거비용 고충의 한 중간에 서 있는 것이다.
나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수퍼바이저위원회가 구성한 Affordable Housing Advisory Committee (저렴주택자문위원회)에서 여러해 동안 활동을 해 왔었다. 지난 몇해 동안은 바빠서 별로 참여를 못했는데, 작년 말에 이 자문위원회가 네개의 연구그룹을 형성해 정책건의안을 연구하기로 했다고 나에게 알려왔다. 그리고 그 중 “저가주택소유” 연구그룹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오랫동안 교육위원으로, 그리고 과거에 카운티 기획위원으로 일했던 나의 경험과 시각이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말이다. 이 또한 나에게는 추가적으로 시간을 써야하는 일이라 망설여졌으나 참여하기로 했다. 우리 집 애들의 경우를 보아서라도 저렴한 주택의 공급, 주거문제의 해결은 너무나 시급한 문제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문일룡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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