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또는 “꼬리가 길면 밟힌다”라는 옛 속담이 빌 코스비(78세)에게 꼭 들어 맞는다. 30세 이전에 흑인으로서는 최초의 TV 네트워크쇼의 주연으로 등장한 후 코미디언으로 승승장구 했을 뿐 아니라 교육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했었던 코스비는 12월 29일에 강제 성추행 혐의로 기소되었기 때문에 재판에 회부되어야 할 운명에 처해있다. 신문과 방송 보도에 의하면 이날 두 명의 변호사들의 부축을 받으면서 필라델피아 근교의 지방 법원에 출두한 코스비는 100만달러 보석금 책정에 따른 10만달러 선금을 지불함과 동시에 국외 도망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로 여권을 법원에 제출하고 자기 저택으로 돌아갔다.
코스비는 톱스타로서 몇 해동안 최고의 시청률을 올렸던 코스비 쇼에서 변호사를 아내로 둔 헉스타불이라는 의사역할로 자녀들을 성공적으로 키우는 모범적인 아버지역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해 왔었다. 그랬기에 여러 대학들에서 받은 명예박사학위들이 증언하는 것처럼 행복한 가족생활, 자녀들의 성공적인 교육 및 흑인들의 지위향상등 사회발전에 대한 최고 전문가급으로 자타가 공인하던 존재였었다.
그러나 그의 깨끗한 이미지는 위선의 탈이었을 뿐이었다. 할리우드의 배우지망생들이 유명배우의 후원과 추천을 받고 싶어 하는 점을 악용해서 코스비는 젊은 여자들을 유혹하여 자기 집이나 플레이보이 클럽등지에서 성행위를 했었다는 것이 입소문 났던 것은 꽤나 오래전 부터였던 것 같다. 그러나 부도덕의 만연이 상표로 되어있는 할리우드에서는 뉴스거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몇 여자들이 코스비가 약을 술에 타 먹게 한 다음 정신이 몽롱하고 수족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성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기에 시나리오는 확 달라진다. 배우와 배우지망생 사이의 눈과 뜻이 맞아 이루어진 성행위는 10계명의 차원에서 보면 불륜이고 부도덕한 짓이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한 쪽에서 동의가 없거나 동의를 할 수 없도록 술이나 약물에 취하게 한 다음에 갖게 되는 성관계는 강간이나 성폭행의 범죄다. 코스비의 위력(?)앞에서 몇 여자들의 호소가 빛을 보지 못한 채로 몇 십 년 지나갔으니까 그들의 억울한 심정이 얼마나 처절했을까? 그러나 어떤 흑인 코미디언이 “코스비는 연쇄 강간자”라고 언급했던 2013년부터 판도가 달라진다. CNN등에서 코스비로부터 의식몽롱상태에서 강간이나 성폭행을 당했다는 30명 또는 40명 여자들의 인터뷰를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2004년에 필라델피아 소재 템플대학의 여자 농구팀 직원으로 일했었던 안드레아 콘스탄드라는 캐나다 여인은 가장 집요했었다. 바로 그해 1월달에 코스비가 그를 자기 저택에 초대해 놓고는 약과 술을 먹게 한 후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강제 성추행을 했었다고 사건 발생 1년 후에 검찰에 신고 했지만 검찰에서는 기소를 하지 않기로 한다. 실의에 빠져 포기하기는커녕 콘스탄드는 2005년에 코스비에게 민사소송을 건다. 그러다 민사소송 사건이 한창 바쁘게 돌아가던 도중 원고(콘스탄드)와 피고(코스비)는 알려지지 않은 액수를 교환하고 내용을 영구히 봉한다는 조건으로 법정 밖의 타결을 본다.
작년에 AP통신은 당시 코스비의 증언녹취록이 공개되어야 한다는 소송을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했던 바 코스비 변호인단의 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7월 달에 승소하게 된다. 판사는 “코스비가 아이들의 양육, 가정생활, 교육과 범죄 문제 등에 대해 자기 자신의 견해를 피력함으로써 (매스미디어)연단에 올라섰었던 만큼 그가 주장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의 영역을 자진해서 축소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면서 그의 증언록 공개를 명했었다.
콘스탄드 쪽의 변호사 질문에 답하면서 코스비는 처방약을 받아와서는 자기가 성관계를 가지고자 하는 여자들에게 주었다는 것을 거리낌 없이 시인했기 때문에 이번에 새 검사장으로 선출된 검사가 12년 기소시한이 넘기 직전에 코스비를 기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코스비 변호인단은 새 검사장이 정치적인 동기에서 기소를 했고 뒤늦게 기소를 한 것이 코스비의 헌법적 권리를 위배한 것이라는 등 강력한 변호로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벼른다. 이 사건은 양쪽에서 배심원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법원에 제출하는 증거관계 법원 명령신청의 향배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예를 들면 담당판사는 코스비에게 비슷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다른 피해자들의 증언을 허락할 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해야 된다. 그러나 피해자들 중 현재 코스비에 대해 명예훼손 등의 민사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는 사람들도 자기들 사건은 연기해도 좋으니까 제발 코스비가 철창 뒤에 갇히게 되는 꼴만 볼 수 있으면 후련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는 보도이고 보면 그들의 억울한 심정에 동정이 간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남선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