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에이지(吉田英治)의 소설로 유명한 미야모도 무사시(宮本武藏)라는 사무라이는 16 세기경의 실존인물로 니텐이치류(二天一流)라는 검법의 창시자이다. 무사시는 어린시절 어느날 장터에서 북을 치는 사람이 두 손을 자유자재로 놀려 북을 치는 것에 감탄을 하고 이때부터 양손으로 검을 쓰는 것을 연구하고 연마하여 검술의 한 종파를 창시하는 것이다. 우리말로 쉽게 표현하여 쌍칼의 검법이다.
무사시는 13세에 진검(眞劍)으로 덤비는 신또류(神道流)의 아리마 기헤이라는 사무라이와 첫 결투에서 그를 몽둥이로 때려 눕힌 후 29세까지 무려 60회 이상을 결투하면서 내노라하는 검객들을 수없이 쓰러뜨렸다. 30세 되던해에 문득 과거를 돌이켜 생각하며 깨달은 바가 있어서 참선과 서예, 조각, 그림 같은 것에만 열중하였을 뿐 이후 다시는 칼을 잡지 않았다.
무사시가 만년에 영주 호쇼가와의 손님으로 그의 영지 구마모도에 머물고 있던 어느 날 열 두어 살 쯤 되어 보이는 소년 사무라이가 자기 키 만한 장검을 허리에 꼽은채 무사시를 찾아와 엎드렸다. 한 열흘만 검술을 지도해 달라는 것인데 그것도 내가 베임을 당하면서 동시에 적을 베는 필살(必殺)의 묘수(妙手)를 가르쳐 달라는 것이다. 이유인즉 소년이 갓난 아이였을 때 소년의 아버지가 어떤 사무라이와 결투를 하다가 목숨을 잃었는데 어머니는 그 원수를 갚을 일념(一念)에 아들을 키웠단다. 그런데 어머니가 이제 중한 병으로 며칠을 더 사실 것 같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 생전에 소원을 이루게 하려고 그 원수 사무라이에게 열흘 후 연병장에서 결투하기로 신청을 하였지만 사실 자기는 아직 칼을 한번 잡아 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소년이 원수라는 사무라이 이름을 대는 순간 무사시는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그라면 무사시도 인정하는 고수의 칼잡이 였던 것이다. “네 뜻은 장하고 효심 또한 기특하다만 너는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저는 이길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제가 죽더라도 숨이 끊어지기 전 내 칼이 원수의 살점이라도 건드려서 피 한방울이라도 볼 수만 있으면 됩니다.” 당시의 가치관으로 보아서는 아들이 자기 목숨을 던져서 제 아비의 원수를 갚겠 다는데 누가 곁에서 말릴 일이 아니다. 한참 생각에 잠겨있던 무사시는 이윽고 소년을 가르칠 것을 허락하였다. 그러나 이 짧은 며칠 동안에 기본 동작을 잡아주거나 방어를 익히는 것은 이미 어림도 없는 일이고 그저 온 정신을 칼끝에 집중하여 상대의 급소에 파고 드는 수법 한가지만 가르쳤다.
이윽고 결투의 날이 되어 소년은 무사시에게 이제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이 될 인사를 올렸다. 무사시는 이길 가능성은 만에 하나도 없어 보이는 소년을 보내면서 한마디만 말했다. “네가 원수와 마주선 순간 네 발밑을 보아라. 만일 네 발밑에 이사를 하는 개미들의 행렬을 볼 수 만 있으면 너는 이긴다.” 약속한 정오가 되어 소년이 연병장에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원수 사무라이가 장막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고 마침 삼복 더위중에도 불구하고 구경꾼들이 까맣게 모여 곧 있을 소년의 죽음을 애석해 하고 있었다.
소년은 칼을 뽑았다. 내가 숨이 끊어지기 전 네 피 한방울만 이라도 보여다오. 그 순간 선생님의 수수께끼 같은 말이 생각이 나서 무심코 발 밑을 보았다. “아! 개미…” 개미들이 행렬을 지어 이사하고 있는 것이다. “아! 개미, 나는 이긴다. 틀림없이 나는 이긴다.” 원수 사무라이가 이 젖비린내 나는 소년을 단칼에 끝내려는 순간 소년의 칼이 먼저 섬광(閃光)을 그으며 원수의 가슴팍을 올려 찍었다. “이겼다.” 상식적으로는 전혀 이길 것 같지도 않던 소년이 기적적으로 이긴 것이다.
그후 제자들이 무사시에게 물었다. 어떻게 선생님께서는 소년이 개미 이사 행렬을 보고 이길 것을 아셨습니까? 무사시가 말한다. “그 연병장에는 원래 개미가 많다. 개미들의 행렬은 이 삼복더위에는 항상 볼 수 있다. 나는 소년에게 필승의 신념을 넣어 주려 했을 뿐이다.”요즘 미국 경기가 좋아졌다고는 하는데 소규모 자영업을 하는 우리 교포들의 표정은 대부분 밝지가 않다. 그러나 호경기에는 호경기 대로, 불경기에는 불경기대로 파고들 수 있는 잇점이 있고 기회가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지금 우리가 가장 필요한 것은 필승의 신념이 아닌가 싶다. 새해에는 비록 어려운 난관이 있을지라도 필승의 신념으로 승리하는 모두의 삶이 되도록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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