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주의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군은 미국 내에서 10번째로 큰 규모인 만큼 그 크기에 비례해 문제들도 많이 발생한다. 학생 교육이나 징계, 교직원 인사, 계약업자들과의 분쟁 등 다양하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변호사로부터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상당하다.
교육청의 법률에 관한 사안들은 모두 교육청 산하 법무팀(Office of Division Counsel)을 통해 처리한다. 현재 4명의 변호사가 소속되어 업무를 맡고 있는데, 물론 이 네 명으로 모든 법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안에 따라 외부의 전문 로펌들을 고용한다. 이번 회계년도의 교육청 법무팀 예산이 약 250만불 정도인데 그 중 60% 정도가 외부 로펌 고용예산으로 책정되어 있다. 이는 작년에 비하면 약 100만불 정도가 줄은 액수이다. 작년에는 소송도 제법 많았고, 가능하면 법무팀 자체 변호사들로 좀 더 많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페어팩스 카운티 정부 내의 법무팀(Office of County Attorney) 규모는 교육청보다 훨씬 더 크다. 변호사도 거의 40명이고 보조 스태프도 20명이나 된다. 이는 웬만한 중간 규모의 일반 로펌과 맞먹는 수준이다. 물론 이는 30명 가량의 카운티 검찰청(Office of Commonwealth’s Attorney) 소속 검사들을 포함하지 않은 숫자이다. 카운티 검찰청은 주민 직선으로 선출된 부장검사의 책임하에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카운티 정부 내의 법무팀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이유는 많은 개발계획 신청서들에 대한 검토나 카운티 조례 규정들의 행정적 집행에 법률적 전문지식을 가진 변호사들의 도움이 필수적이고 가능하면 외부 로펌들을 고용하지 않고 법무팀 내의 변호사들로 모든 업무들을 처리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카운티 정부 법무팀이 가끔 교육청 관련 소송일들도 대행해 주고 있다. 그럴 때에는 변호사 비용을 교육청에 청구하지 않는다.
카운티 교육청의 조직도표를 살펴보면 교육청 법무팀은 교육감의 지휘 아래에 놓여 있다. 교육감으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으며 보고도 교육감에게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교육위원회와 직접적 관계는 없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위원회가 필요로 하는 법률 자문의 대부분을 교육청 법무팀이 맡아 하고 있다. 그런데 간혹 교육위원회가 이 법무팀과는 독립적인 외부 로펌으로부터 자문을 받아야 하는 필요가 생긴다.
예를 들어 교육위원회가 교육감의 고용계약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교육감으로부터 지휘를 받는 법무팀 담당자가 이에 대해 교육위원회에게 자문을 해 줄 수는 없다. 그럴 경우 외부의 로펌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교육감과 교육위원회의 입장이 다를 수 있는 사안의 경우에도 외부 로펌에 교육위원회만을 위한 별도의 자문을 요청한다. 또한, 교육청 법무팀의 법률적 견해를 재차 확인하는 차원에서 외부 로펌에 의견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 경우 약간 어색한 부분이 있다면 이 외부 로펌에게 지불하는 법률자문료가 교육청 법무팀 예산으로 집행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해관계의 충돌이 초래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질문할 수 있겠지만 변호사들은 변호사비 지불처와 고객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누가 비용을 지불하든지간에 고객에게만 최선을 다하고 고객의 비밀을 보장해야 하는 윤리적 책임이 있다.
미국이 원래 소송이 많은 나라여서 변호사가 상대적으로 많은데 교육청의 경우에도 결코 다르지 않다. 지난 주에 소송 한 건이 종결되었는데 이번 주에 또 다른 소송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모든 업무 처리에 법률적 책임 요소나 소송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둔다. 그리고 또한 이에 대한 사전 교육도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 그래서 법무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들에게 교육위원들과 교육감, 다른 교육청 간부 스태프들 뿐 아니라 각 학교 교장들도 수시로 자문을 구하거나 유의 사항에 대한 공문을 전달 받는다. 예방이 최선의 대책이기에 모두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는 자세로, 때로는 답답하게 보일 정도로 업무 처리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