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첫 출시, 유려한 디자인에 첨단기술 무장
▶ 독일차 강세 한국 시장서 파란, 사전 계약만 1만2,700대‘흥행’
한국 최초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신차 ‘EQ900’이 지난 9일 베일을 벗었다.
이로써 현대자동차는 1976년 첫 고유 모델 포니를 생산한지 40년 만에 고급차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후발주자에서 세계 5위로 뛰어오른 현대차가 진정한 강자들이 즐비한 고급차 시장에서도 신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지 업계는 물론 한국 소비자들도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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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가세로 고급차 시장 ‘빅뱅’
자동차를 고급차와 대중차로 구분한다면 현대차의 기반은 가격 경쟁력과 범용성을 갖춘 대중차였다. 품질은 뒤지지 않지만 브랜드 인지도에서 한계를 느낀 현대차가 10여 년간의 담금질 끝에 꺼내든 승부수가 제네시스다.
고급 브랜드 렉서스를 앞세워 태생부터 고급차였던 머세데스 벤츠나 BMW 등과 경쟁하고 있는 일본 도요타와 비슷한 길을 가는 셈이다.
고급차는 시장에 안착할 경우 회사 위상과 함께 수익성도 높여주는 고마운 존재다. 렉서스와 아우디가 좋은 실적을 냈던 지난해 도요타(8.6%)와 폭스바겐(6.0%)의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 11곳의 평균 영업이익률(3.9%)을 크게 앞질렀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HIS는 세계 고급차 시장이 올해부터 연 평균 4%씩 성장해 2019년에 1,0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4%) 서유럽(3%) 등보다 중국(6%) 러시아(11%) 인도(15%) 등의 성장률 전망치가 높다. 이런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각 브랜드들은 앞 다퉈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재 한국 내 고급차 시장은 독일차가 강세이고, 그 중에서도 S클래스를 앞세운 머세데스 벤츠가 독보적이다. 올해 11월까지 머세데스-마이바흐를 포함한 S클래스 총 판매량은 현대차의 최상위 세단 에쿠스(4,679대)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9,458대에 이른다.
EQ900 출시로 국내 최고급 세단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EQ900은 2세대 제네시스(DH)를 계승한 유려한 디자인과 최초로 적용된 14개의 최첨단 기술 등 상품성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드미트리스 실라키스 머세데스 벤츠 코리아 사장은 이달 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급 브랜드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소비자에게도 좋은 일”이라며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을 환영하고 성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7,300만~1억1,700만원인 EQ900의 가격에도 주목하고 있다. 머세데스 벤츠 E클래스·BMW 5시리즈·아우디 A6보다는 약간 높고, 최고급인 S클래스·7시리즈·A8보다는 낮다. 한 독일 업체 관계자는 “독일 고급차 브랜드들이 비워 놓은 가격대에 절묘하게 들어왔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진짜 승부는 글로벌 진출 이후
EQ900의 사전 계약 물량은 1만2,700여대에 달하며, 계약자 5명 중 1명은 기존에 수입차를 타던 고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의 현대차 최고급 세단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표이지만 신차 효과와 대기업 인사가 몰린 연말에 고급차 시장이 커지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해야 명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의미다.
1989년 미국에서 첫 출시된 렉서스의 경우 LS와 ES를 합쳐 그해 약 1만6,000대가 팔렸고, 이듬해에는 6만6,000여대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후 고급차 브랜드로 자리를 잡아 17년 뒤인 2006년 뒤늦게 일본에서도 출시됐다. 렉서스와 달리 내수시장에서 출발한 EQ900은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뀄지만 앞으로 렉서스처럼 다른 고급차들과 경쟁해 품질을 인정받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마이바흐까지 S클래스로 편입한 머세데스 벤츠, 가솔린은 물론 디젤 엔진으로도 질주 중인 BMW 7시리즈와 아우디 A8,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갖춘 렉서스 LS 등 하나 같이 만만한 상대들이 아니다.
현재 제네시스 모델은 가솔린 엔진을 적용한 EQ900과 내년에 부분변경을 거쳐 G80으로 출시될 2세대 제네시스(DH) 두 종이다. 6개 차종으로 구성된 라인업을 제대로 꾸리는 것은 5년 뒤인 2020년이다. 당장은 적은 ‘총알’로 싸워야 하는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출시 초기 소비자 뇌리에 ‘제네시스=고급차’라는 인상을 남겨야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글로벌 5위 안에 드는 완성차 업체 중 박물관이 없는 것은 현대차가 유일하다”며 “제네시스가 명품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뛰어난 품질 못지 않게 스토리텔링 등을 통한 브랜드 인지도 향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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