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버지니아 대학(UVA)에 다녀왔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웨스트필드 고등학교 팀이 버지니아 주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그 전 2년간은 센터빌 고등학교가 결승전에 올랐었다. 결국 나는 3년째 UVA로 응원을 하러 가게 된 셈이었다. 그 날 오전에 열렸던 교육위원회 특별회의를 예정보다 일찍 마치고 몇 명의 동료 교육위원들과 함께 내려갔다.
이 결승전 경기를 관장하는 기관의 배려로 교육위원 등의 특별손님들을 위해 경기장 내의 대학총장 게스트 스위트가 개방되었다. 식사도 준비되어 있는데 보통 음식들은 하프타임 휴식시간이 다 끝나기 전에 치운다.
다행히도 내가 도착했을 때 막 하프타임 휴식시간이었기에 준비해 놓은 음식으로 식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음식의 양이 상당히 많았다. 그 날 그 스위트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게스트 외에 50명 가량이 더 먹어도 충분할 정도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떤 음식은 겨우 10 퍼센트 정도 밖에 손을 안 댄 것으로 보였다.
하프타임 휴식시간이 끝나가자 관리자가 음식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남은 음식들을 모두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었다. 큰 낭비라는 바로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음식들을 버리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팔수도 없고, 케이터링 서비스 직원들이 집에 가져가게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음식을 버리는 것은 다른 데에서도 종종 보았지만 이 날의 충격은 좀 더 컸다. 왜냐하면 겨우 약 10여 명의 게스트를 위해 너무 많은 양의 음식이 준비되었고 결국 큰 낭비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발표에 의하면 아직도 지구상에는 8억명 이상이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고 한다. 물론 10년전에 비해 1억명, 그리고 20년 전에 비해서는 2억명 가량 감소된 숫자이지만 아직도 세계 인구 가운데 9명 중 1명 가량이 배고픔과 영양실조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음식 낭비 또한 심하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그 정도가 40% 가량에 다다른다고 한다. 이는 40년전에 비해 10% 정도 늘어난 통계수치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3분의 1 가량의 음식과 식량이 버려진다고 한다. 지구의 한 쪽에서는 먹을 것이 부족해 배를 곯고 있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엄청난 양을 그냥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낭비된 음식은 또한 처치 곤란으로 오히려 환경 문제까지 유발한다고 한다.
이러한 낭비는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과식은 물론, 집의 냉장고에서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가기도 하고, 외식이나 외부 모임 식사 자리에서 다 먹지 않고 버려지는 음식들도 많다. 그러나 사실 가까운 우리 주위에서 가정 형편 상 필요한 영양섭취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아프리카나 멀리 떨어진 후진국 뿐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워싱턴 지역, 미국 내에서 말이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카운티인 페어팩스 카운티의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중 30% 가량이 빈곤 가정이다.
물론 빈곤 가정 학생들이 모두 굶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당수가 필요한 영양 섭취를 제대로 못하고 있고, 실제적으로 먹을 음식 자체가 부족한 가정도 많다. 그래서 지난 주 금요일 버지니아 주의 맥컬리프 주지사가 발표한 학교 아침급식 보조 예산 인상안이 나의 주의를 더 끈다.
무료나 할인가격으로 점심급식을 받는 학생들 가운데 아침 급식을 학교에서 받는 학생들은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 부분에 주정부가 좀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할테니 로컬 학군에서도 같은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것이다.
내가 자라던 60-70년대의 한국은 참 가난했다. 나는 주위의 친구들이 하루 세끼 제대로 먹는 것을 힘들어 하던 것을 직접 보았다. 수제비나 감자로 끼니를 때우고, 고기 반찬은 상위에서 쉽게 볼 수가 없었다. 과체중 조절에 대한 고민만 아니라, 먹을 것이 부족한 사람들이 지구상 어디, 아니 우리와 멀지 않은 곳에도 많이 산다는 것을 기억하자.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등의 특별 절기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말이다. 그리고 음식 낭비 하지 말자.
<문일룡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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