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상식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선천적 복수국적에 대한 헌법소원에 대해 내린 판결은 상식 밖이었다. 유승준과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였으며, 또한 한국과 한국인의 세계화에 역행하는 5(합헌)-4(위헌)의 결정이었다.
내용인즉, 나는 미국에서 출생한 한인 2세 폴사(Paul Sa) 군을 통해 헌법 소원을 제기 하였다. 그는 한국 호적에도 없고 한국에 갈 의사도 없다. 그런데 18세가 되는 해 3월 말까지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않으면 38세까지 한국 국적을 이탈할 수 없게 되는데, 한국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통보를 해 준 적도 없었고, 그런 이탈 의무가 있는지 알지도 못했다. 38세까지 한국 국적이 이탈되지 않으면 미국 내에서 공직진출이나, 사관학교 입학 등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통보절차가 없었다는 것은 바로 적법절차 위반으로 위헌임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아예 언급을 피했다. 단지 다수 의견은 “복수국적자가 대한민국 국민의 병역의무나 국적 선택제도에 관하여 아무런 귀책사유 없이 알지 못하는 경우란 상정하기 어렵다” 라고 짤라 말하면서 해외동포 한인 2세는 당연히 한국법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한인 2세 중 한국 국적 이탈의무를 몰라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또한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 18세 때 한국국적을 이탈하지 않고 현재 27세에 이른 모든 한인 2세는 여기에 해당한다. 영어밖에 모르는 한인 2세에게 당연히 한국 국적법을 알 것이라고 전제하는 다수설의 논리는 상식 밖이다.
두번째로, 헌법재판소는 18세에 국적 이탈을 하지 못하면 38세까지 국적이탈을 못하게 하는 것은 “완전히 박탈되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인 제한을 받을 뿐이다” 라고 변명했다. 미 연방 하원은 25세, 상원은 30세, 대통령은 35세에 출마할 수 있다. 그러나 한인 2세가 38세까지 정계나 연방정부나 주 정부 혹은 군인등 공직 진출을 못하여 “한국계 오바마”가 안나와도 ‘괜찮다’는 설명은 상식밖의 논리임에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공직진출을 막는다는 것에 대한 다수설의 반박은 ‘꿰어 맞추기식’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복수국적자가 일정한 공직에 취임할 수 없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는 ‘극히 우연적인 사정’에 지나지 않으므로, 입법자에게 이러한 경우까지를 예상하고 배려해야 하는 입법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고 하며, 한인 2세의 공직 진출을 거의 완전 부정하고 있다. 한인 2세의 공직 진출을 ‘우연적인 사정’ 그것도 ‘극히 우연적인 사정’으로 몰고 가면서 한인 2세의 꿈을 깨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현재 공직에 진출한 사람들은 모두 ‘극히 우연적인 사정’으로 되었단 말인가!
반면에 나의 의견에 일치해 준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먼저 미국은 한국의 100배가 큰 나라인데 고작 10곳의 영사관만 있을 뿐이다. 국제 결혼한 사람의 자녀까지 국적이탈을 요구하며 불이익을 주는 국적법은 눈먼 법이다. 따라서 소수 의견은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한국의 국적법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한인 2세는 한국의 권리를 누린 적도 없고 진정한 유대가 없기 때문에 “제한된 기한 내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여야 한다는 사실에 관하여 전혀 알지 못할 수 있는 바 예외 없이 적용하는 것은 심히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고 하였다. 또한 “국적선택절차에 대한 개별 통지를 하고 있지 않는 현실에서” 라고 하여 한국 정부의 통보절차 없음을 인정하였다.
두번째로, 공직 진출에 대해서는 “주된 생활 근거가 되는 외국의 국적을 선택하기 위하여 대한민국에서의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 할 수 없게 되는 바, 그러한 주요 공직등에 진출을 하지 못하게 된다” 고 하여 한국 국적법의 부당함을 지적하였다.
세째로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지 못한 데에 정당한 사유, 또는 불가피한 사유을 밝히면 예외적으로 국적 이탈을 허용할 수 있게 해 주어도 복수국적을 이용한 병역면탈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 위헌법률이라고 했다.
이번 결정은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해외에 거주하는 800만 해외동포들이 어떤 상황에서 일상을 살아가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함과 배타성을 역력이 보여줬다. 국적법을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자국민이 이에 따른 피해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의무인데도 이를 소홀히 한 국가 기관의 법집행, 그리고 법이 해외에 사는 자국민에 상당한 일신상의 피해가 나게 만들어 놓은 국회도 외면하는 가운데 잘못된 법행위를 바로잡을 교정능력을 헌법재판소 스스로가 외면한 처사이다.
결국 법이 상식이 될 때,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우물 안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적절한 시기에 새로운 이론으로 또 다른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왜냐면 오늘의 소수설은 내일의 다수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종준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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