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오후에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 시에 위치한 성공회 신학교인 Virginia Theological Seminary의 임마누엘 채플에서 Dean’s Cross 상이 수여되는 예배에 참석했다. 이 날 3명의 수상자 가운데 과거에 나와 같이 교육위원으로 활동했었던 밥 프라이 (Robert E. Frye) 씨가 포함되었다. 이 성공회 신학교는 1823년에 세워졌는데 지난 거의 200년간 성공회 신학을 중심으로 대학원 수준의 신학교육을 제공해 오고 있다. 내가 미국에 처음 이민왔을 때 이 신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아 종종 그 옆으로 지나 다녔기에 나에게는 친숙하게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 상은 2008년에 처음 제정되었는데 이 신학교의 학장이 학교 이사회 의장과 협의해 “인류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고 모든 사람들의 존엄성을 존중” 하는 세례의 약속을 구현하는 지도자들을 매년 선정해 시상해오고 있다고 한다. 부상으로 신학교 채플 내에 있는 십자가 모형을 본 딴 수제 은 십자가와 증서를 받는다. 올해의 수상자 세 명 가운데에는 과거에 미국 퍼스트 레이디를 지냈던 바바라 부시 여사도 포함되었다. 부시 여사는 이날 알렉산드리아까지 직접 오진 못했고 텍사스 주 휴스톤에 위치한 자신의 출석 교회에서 어머니 날에 상을 전달 받았다고 했다.
밥 프라이씨는 19년간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교육위원을 역임했다. 임명직으로 11년, 그리고 선출직으로 8년동안 봉직했다. 첫 선출은 나와 같이 1995년 11월 선거를 통해서였고 2번의 선출직 임기를 마치고 2003년말에 교육위원회에서 은퇴했다. 올해로 79세인 그는 연방정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1999년에 은퇴하기도 했다.
프라이 씨와 나 사이에는 사실 특별한 인연이 있다. 1999년 1월 그가 흑인으로서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최초로 교육위원회 의장에 선출될 때 내가 어쩌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첫 교육위원 선거 후 1996년 1월에 프라이 위원은 바로 의장직에 도전했다. 그러나 그는 12명의 교육위원들 중 당시 8명이나 되는 같은 민주당 소속 교육위원들로부터 본인과 또 다른 흑인 교육위원 그렇게 2명으로부터 밖에 지지를 받지 못했다. 나를 포함한 나머지 민주당 소속 교육위원들 6명은 백인 여성인 애먼슨 위원을 지지했다. 그런데 프라이 위원은 4명의 공화당 교육위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결국 의장 선출 투표에서 몇 차례 계속 6대 6 동수의 지지표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결국 그를 지지했던 다른 한명의 흑인 교육위원이 사전 약속대로 지지자를 바꾸어 애먼슨 위원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사실 이는 예견된 결과였다.
애먼슨 위원이 1년 임기를 연임한 후 1998년 1월에 다시 의장 선거가 열릴 때였다. 당시에 의장 후보로 또 프라이 위원과 2년간 부의장 직을 맡았던 백인 남성인 에머리 위원이 거론되었다. 그리고 에머리 위원도 의장직을 2년 연속 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전체 지지 분포는 또 다시 6대 6으로 나뉘어 질 상황이었다. 2년 전의 재판이었다. 그 때 내가 중재에 나섰다. 프라이 위원과 에머리 위원이 서로 의장 임기를 1년씩 나눠서 하도록 종용했다. 우선 부의장을 역임했던 에머리 위원이 의장 그리고 프라이 위원이 부의장 직을 맡고, 그 다음해에는 프라이 위원이 의장직을 맡도록 하자고 했다. 그렇게 약속 안하면 나의 지지를 절대로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내 입장을 밝혔다. 결국 두 후보 사이에 신사협정이 맺어졌고 그 후 1년 후 프라이 위원이 의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지난 일요일 시상식장인 임마누엘 채플로 막 들어가려는데 어디선가 본 듯한 여자 한 분이 나에게 반갑게 다가와 내 이름을 대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 프라이 씨가 의장으로 선출 되었을 때의 이야기를 자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고 했다. 채플 안에서 보게된 프라이 씨도 나에게 그 얘기를 꺼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나는 별로 생각을 않고 있었는데 그 때의 일을 상기시키는 것을 보니 그 만큼 그 때 나의 중재가 의미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그 때 잘 했었다고 나 스스로 어깨를 두드렸다.
<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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