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주 중 페어펙스 시 교육위원들과 두 번이나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페어펙스 시는 인구 이만오천 정도의 작은 도시이다. 원래는 페어팩스 카운티 안에 위치한 타운이었는데 1961년에 별개의 시로 독립했다. 버지니아 주 법에 의해 나름대로의 교육위원회가 구성되어 총 5명의 교육위원들을 주민들이 선출하고 있다.
그런데 페어팩스 시 학생들의 교육은 사실 페어팩스 카운티가 맡아 하고 있다. 양 교육위원회 사이에 계약을 체결해 위탁교육을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지금도 규모가 크지 않지만 시로 독립할 당시에도 주민이 약 만사천명 정도로, 자체적으로 시 거주 학생들을 교육하기에는 학생수가 너무 적다고 판단되었던 것이다. 인근의 폴스처치 시의 경우엔 겨우 만삼천명 정도의 주민 수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지만 대신 학생 일인당 평균 교육비가 훨씬 더 높다. 즉, 작은 숫자의 학생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교육비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페어팩스 시는 그것을 피하기 원했던 것이다.
페어팩스 시 내에는 현재 각 1개의 고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2개의 초등학교 이렇게 4개의 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모두 페어팩스 시 교육위원회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위탁교육 계약서에 의해 이 학교들의 운영도 카운티가 한다. 학교건물에 대한 일반적 수리나 관리는 카운티 담당이고 대대적 수리나 재건축, 증축은 시 교육위원회 소관 사항이다. 학생들의 학교 배치도 카운티가 하지만 페어팩스 시 학생들은 시 소유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시 학생들만으로는 시 소유 학교 건물을 모두 채울 수도 없고 그렇게 할 경우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카운티 학생들도 시 소유 학교에 많은 수가 배치되어 있다.
예산수립, 교과과정, 교직원 고용 그리고 학생들의 훈육도 모두 카운티가 맡는다. 시 교육위원회에서는 카운티 측에 매년 계약되어 있는 공식에 의거해 산출된 시 학생들의 교육비를 학비로 지불한다. 그러나 시 교육위원회는 자체적 예산으로 시 내의 학교들에게 제한된 범위 내에서 추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카운티 교육위원회에서는 교육위원들 가운데 한 명을 협력간사로 선정해 시 교육위원회와 상의해야 할 현안들을 파악하고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그 역할을 이번 해에 내가 맡았다. 그래서 월요일에 시 교육위원회 의장과 부의장 그리고 교육감을 만났던 것이다. 그 자리에서 시 교육위원들은 가능하면 현재 카운티 학교들의Advanced Academic Program (AAP) 센터에 배치되어 있는 시 출신 초, 중학교 학생들을 시 내의 학교들에 상응한 프로그램들을 도입해 불러 들이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주: AAP 센터는 과거에 영재교육센터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리고 카운티 교육위원회의 중요 사안 결정에 좀 더 우호적으로 시 주민들의 의사도 반영될 수 있는 길을 터 달라는 요청도 추가했다.
이러한 요청들에 대해 물론 AAP 센터 문제는 신중히 고려해야 할 사안이고 시 주민들의 의사 반영은 현재도 다각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으니 기존 방법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게 어떻겠느냐고 답했다. 대신 시 교육위원들이나 교육감이 카운티 교육위원회에 언제든지 직접 의사 전달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위탁교육 계약서에 의하면 양 교육위원회가 연례회동을 하기로 되어 있다. 이러한 회동에서 때로는 현안을 놓고 의논하기도 하지만 주로 연말에 저녁 식사를 겸해 환담을 나누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 연례 저녁모임이 이번 주 수요일에 있었다. 양 교육위원회 간의 긴밀한 관계는 시 교육청 주요 인사들의 배경을 보면 또 나타난다. 시 교육감은 전에 카운티에서 교육감보로 근무하다 자리를 옮긴 경우이고, 시 교육청 교육감보도 카운티에서 최근까지 인사담당 교육감보로 근무하다 은퇴한 분이다. 그리고 시 교육위원회 법률고문도 카운티 교육청 법률담당 최고 책임자 출신이다. 이 두 교육위원회의 협력 관계는 특이하지만 작은 학군들이 존재하는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고려해 볼 수 있는 좋은 모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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