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연쇄테러 사건을 계기로 다시금 온 세계가 테러의 잔혹성과 심각성을 주목하게 되었다. 지난 해 테러로 인한 사망자가 3만 3천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제는 테러로부터 안전한 안전지대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 테러에 대한 근원적인 대안을 깊이 생각해 볼 때이다.
다른 범죄 행위도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테러(terror)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비인간적이며 반(反)사회적 범죄다. 테러는 우리 사회의 일상적 문화와 사회적 신뢰를 일시에 무너뜨리는 사회적 폭거이다. 테러는 낯모르는 사람을 미소가 아닌 의심과 불신의 눈빛으로 살피게 하고, 감시의 눈 길 속에서 소지품 검사를 받고 공공장소를 들어가거나 항공기를 타며, 우리를 늘 안전에 대한 불안과 염려 가운데 살아가게 한다. 또한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 할 고귀한 생명을 도구화(道具化)하거나 대상화(對象化)함으로 생명을 경시하는 반(反)생명의 세상을 만든다. 결국 테러는 우리의 내면을 피폐하게 하고, 상호 불신으로 우리 사회를 황폐하게 만들고, 생명을 경시하게 하고, 개인과 인류의 미래를 사라지게 한다.
파리 테러발생 후에 취해 진 각국의 행동을 보면 비록 자국의 특별한 정서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근원적 해결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테러를 자행한 IS 본거지에 대한 응징성 공습이나, 시리아 난민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잠정적 수용거부 결정, 미국 일부 정치인들의 막말, 시민들의 이슬람공포증(Islamophobia) 표출 등등이 그렇다. 이는 모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고대 시대의 동태적(同態的) 복수의 원칙에 준하는 대응 방식이다.
테러리즘(terrorism)에 대한 근원적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근대에 형성된 테러 세력들은 주로 독재정치 체제 전복(顚覆), 반(反)식민지 투쟁, 민족분쟁, 종파분쟁, 중동·아프리카에서 친미 또는 세속 정권의 부패와 독재 정치로 인한 반미·반정부 투쟁 현상,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내전, 가난과 절망감, 증오와 적대감, IS나 보코하람에서 보듯이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을 내 세운 종교적 극단주의 세력 등등에 의하여 형성되었다. 요즘은 외부인이 아닌 자국 내에 성장한 자생적 테러 동조자도 생겨나, 가뭄처럼 기후변화의 연관성도 언급 된다.
이처럼 테러 단체 출현 배경을 보면 매우 복잡하다. 경제적으로 가난, 정치적 불안정이나 억압, 인종적 종교적 차별, 배타적이며 극단주의적인 종교적 신념, 증오심, 절망감 등등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못할 때 테러조직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공격이나 테러 방지 감시도 중요하지만, 테러 조직의 발생 원인을 제거하는 인류 전체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선 우리 지구촌 인류 모두가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을 자각하고 자신과 남의 생명에 대한 공경(恭敬)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 다음으로 민족, 종교, 국가의 울타리를 넘어 서로에 대한 우월의식, 소외나 파편(破片)의식을 거둬내고 서로가 서로의 일부분이라는 관계성(關係性; relationship)을 회복해야 한다. 끝으로 자신의 주체성(subjectivity)을 간직하고, 서로의 다양성(differentiation)을 존중하는 가운데, 어울림과 조화(harmony)를 통하여 인류 공동의 ‘지구문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테러는 그 어떤 동기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IS를 비롯 테러단체들은 즉각 테러 행위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테러 희생에 대한 보복의 논리 역시 또 다른 폭력과 갈등을 촉발시킬 뿐이다. 테러 문제에 대한 근본적으로 해결이 아니다. 문제의 근원을 보아야 한다.
그 보다는 시리아의 민주화를 위하여 기원하고, 수천 명의 시리아 난민을 정확하게 가려내어 따듯한 마음으로 미국에 정착하게 하는 일이, 비록 폭격기 공습에 비하여 유약해 보여도, 용기와 정의를 담은 ‘미국 정신’의 실천이며, 세상에서 테러를 근원적으로 사라지게 하는 모든 미국인의 의미 있는 평화의 큰 걸음(巨步)이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종교들 역시 배타적 태도나 극단적 주장으로 해석 될 요소들을 재해석하여 평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 “앙갚음 하지 마라, 누가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마저 돌려대라”(마태 5:39)는 예수의 말씀이나 평화와 자비를 가르치는 자신이 속한 종교의 가르침을 등불 삼아, 서로가 서로의 일부분이요 이웃임을 자각 할 때 테러는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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