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난 참으로 안타까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내가 제소한 폴 사의 헌법소원 심판청구에 대해 헌재는 합헌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작년 이맘 때, 난 국적법 개정을 주도한 한국이민법학회 국회토론회에 참석했었다. 그때, 석동현 회장도 참석했었다. 그는 문제가 되는 국적법의 목적은 병역 징집을 확실히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날, 주제발표를 했던 나는 그에게 대부분의 미주 한인 2세는 국적이탈에 관한 한국 국적법 규정을 알지 못하였고 또한 한국정부도 통보를 해 준 적이 없어 이미 18세가 넘었고 38세까지 한국 국적 이탈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 이들은 38세가 될 때까지 미국 정계나 공직진출 그리고 사관학교 입학 등에 장애를 받게 되거나 현재 받고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한국의 국적법을 알게 된 것은 최근에 헌법소원을 통해 언론에 알려진 것이 처음이며 이미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상태이고,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원정 출산자나 병역기피자를 한인 2세와 구별조차 못한 입법이 잘못 확대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을 받아 대답하는 석 회장이 “몰랐다. 그런 휴유증이 있는가? 다시 한 번 검토해 보아야겠다”라는 말을 기대했던 내가 잘못이었던가? 그는 간단히 “한국에는 국민정서라는 것이 있어서….” 법적으로 더 이상 반박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지 그의 마지막 변명은 초라하기까지 하였다.
한국은 지금 글로벌을 외치고 스포츠나 예능을 통해서 국위 선양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인물이 나오면 그의 뿌리를 찾아 그가 한국과 조금만 연결되어 있어도 매스컴은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과연, 한국 국민정서는 무엇인가? 한국민들의 정서는 해외에 나와서 살고있는 죄 없는 젊은이들 속에 세계적인 정치가나 입법가가 나오는 것을 반대한다는 말인가? 도리어 입법자들이 국민의 정서를 오도하는 것은 아닌지…
미 대통령 후보이자 텍사스 주의 연방 상원의원인 테드 크루즈(Ted Cruz)는 상원의원 당선 직후 캐나다 복수국적이 발각되어서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졌다. 그래서 그는 출생지였던 캐나다 국적을 포기하고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한인 2세들은 38세까지 한국 국적을 이탈할 수 없게 하는 국적법 때문에 상, 하원의원에 당선이 되었어도 이중국적자로 몰려 그의 정치생명은 끊어지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서울에 있는 미 대사관에서 연락이 왔다. 미국 시민권자인 한인 2세들이 한국을 방문했다가 체포되거나 군대에 끌려가는 일이 생겨서 한국의 국적법과 병역법이 어떻게 되는지 자문을 구하는 전화였다. 한국에서 체포된 한인 2세는 미국에 있는 영사관에서도 제대로 자문을 해주지 못했고, 또한 미 대사관도 내용을 자세히 몰라서 한인 2세만 피해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진행하고 있는 헌법소원에 대해 자문을 해 주었다. 이처럼 미국에서 태어난 재미동포 한인 2세로 인해 한미간에 외교적 마찰이 시작되는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때 한국 헌법재판소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폴 사(Paul Sa)씨의 헌법소원 심판청구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린 것이다. 결국 18세 때 한국 국적 이탈을 하지 못했으면 병역의무를 이행하거나 38세가 되어 병역이 면제 되지 않는 한, 한국 국적 이탈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은 계속 유효하게 남게 되었다. 유능한 해외동포 청년들이 한국에 나가 기여하고 싶어도 그들은 이 법제도에 묶여 활동할 수가 없다. 또한, 세계적인 지도자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도 부모가 무지해서 아님 국가의 홍보부족으로 미국에서도 정치가나 군인의 꿈을 접어야하는 현실이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이 주는 메시지는 아주 간단하고 명료하다. “한인 2세들은 한국으로 아예 들어올 생각을 마라. 그리고 국적이탈을 하지 않았으니 38세까지 미국 공직이나 정계 진출을 포기하라.”
‘Cui Bono’ 라틴어로 ‘누가 혜택을 볼 것인가’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선천적 복수국적으로 누가 혜택을 보는 것일까? 한국정부는 아직도 국민정서를 내걸며 해외동포 2세들이 한국에서 혜택을 보려 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혜택은 한국과 해외동포 모두가 받는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것이 바로 한민족 네트워크를 통한 세계화인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더 확실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곧 다가올 선거에 해외동포 투표권 운운하며 드나드는 입법자들,
그들은 아는가? 우리가 여기서 잘 사는 것이 한국의 국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동포들의 표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닌 우리의 실질적인 삶의 문제도 해결해 주어야한다. 이제는 미주동포가 나서야 한다.
<전종준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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