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수요일이었다. 재향군인의 날 행사로 내가 몇 년째 계속 참석해 오고 있는 학교에 갔다. 이 학교에서는 30년째 전교생이 참여하는 행사를 가져왔다. 학년 단위로 애국심을 고취하는 노래들과 발표하고 지역사회 인사를 초청해 연설을 듣기도 한다. 내 기억으로는 작년인가 재작년의 연설자는 육군장교 출신의 한인이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퇴역 해군장교 출신의 흑인이었다.
이렇게 인종적으로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설자를 초대함으로써 학생들과 행사 참석자들 모두 우리 지역사회의 다양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이 날 행사장에서 전에 연설을 했던 그 육군장교 출신 한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왔다. 단 한 번의 연설에 그치지 않고 행사에 계속 참석해 주는 게 고마왔다.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에서는 오래동안 재향군인의 날을 휴일로 하지 않고 정상 수업을 해 왔다. 대신 교육위원회는 각 학교에게 이 날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교육할 수 있는 행사를 갖도록 권하고 있다. 교육위원회가 매년 학사일정을 결정할 때마다 재향군인의 날을 휴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다. 내년도 (2016-17학년도) 학사일정 논의도 어제 저녁의 실무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조만간 결정을 내려야 할텐데 이번에도 논란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날을 휴일로 지정하자는 측의 주장은 재향군인들의 희생을 진정으로 기리고 감사한다면 다른 연방휴일들과 마찬가지로 이 날을 당연히 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독 이 날만 휴일로 지키지 않는 것은, 이 지역에 거주하는 수 많은 군인 출신 주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휴일로 정하면 학생들이 부모님들과 같이 국립묘지를 찾아가 보는 등 재향군인들에게 감사하는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그런 의미있는 행사는 학교에서 하는 것이 더 확실하다는 것이다. 휴일로 지정했을 경우 대다수의 학생들에게는 그냥 하나의 또 다른 휴일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아마도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하루 쉬는 학생들이 대부분일 것이며, 국립묘지 참배는 5월말의 현충일(Memorial Day)에 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휴일로 지정하기에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실 11월의 면학 분위기 때문이다. 11월에 학교를 쉬는 날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버지니아 주에는 매년 11월에 선거가 있고 선거일 바로 전 날인 월요일과 선거일 당일 화요일 이렇게 이틀을 학생들의 휴일로 지켜왔다. 그리고 그 이틀 바로 전 금요일도 2시간 정도 일찍 파하도록 했다. 그래서 많은 가정들이 그 주말을 아예 미니 가을방학으로 여기고 여행이나 가족들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해 왔다. 물론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는 그 때 학부모와 교사의 면담을 갖기도 하지만 그러한 면담은 다른 날로 조정할 수도 있다.
그리고 11월 넷째 주에는 추수감사절 휴일이 목, 금요일 이틀간 있다. 또한 수요일도 학생들을 조퇴시키기 때문에 타 지역으로 친지 방문 차 여행을 가는 학생들이나 교직원들이 수요일부터 쉬는 것을 종종 본다. 그러기에 재향군인의 날까지 휴일로 학교 문을 닫을 경우 11월의 면학 분위기가 너무 흐려진다는 것이다.
2016-2017 학년도의 예상 학사일정표를 보면 11월 7-8일인 월, 화요일 이틀이 선거 관계로 학생들에게 휴일이다. 그리고 그 전 금요일인 11월 4일에 학생들은 2시간 일찍 조퇴한다. 여기에 만약에 재향 군인의 날인 11월11일, 금요일을 추가 휴일로 지정하면 그 한 주동안 3일간을 학생들은 휴일로 쉬게 된다. 그럴 경우 그 한 주 내내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가 어려워지며, 아마도 한 주를 모두 쉬어버리는 학생들이나 교직원들도 제법 많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리고 나서 한 주 반 정도 후에 또 다시 추수감사절 휴일로 수업이 없게 된다. 이런 점들이 해마다 교육위원회가 재향군인의 날을 휴일로 지정하느냐를 결정할 때 매우 고심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 이메일을 imoon@fcps.edu로 보내주기 바란다.
<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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