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은 복지센터에 정말 의미 있는 날이었다. 오랫동안 꿈꾸고 소망해오던 동포사회 긴급 구호 기금 마련을 위한 ‘사랑나눔 캠페인’이 그 첫 발을 내딛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복지센터에서 일하면서 그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을 하지만, 우리를 찾아와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을 돕기에는 우리의 자원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가슴 아파하고, 좌절하는 시간들이 계속되었다.
지역사회의 몇몇 지도자분들과 이런 일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누었고, 여러가지 좋은 의견들도 나누어 주셨지만, 늘 바쁜 일상을 헤쳐 나가기도 바쁜 나에게 그 일을 실행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던 차에 한국일보에서 동포사회 긴급 구호기금 마련을 위해 함께 캠페인을 벌여보자는 제안을 했다. 그 출발을 알리는 작업으로 사랑나눔 걷기대회가 계획되었다. 한국일보가 나서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연결해 주시고, 필요한 도움을 받게 해 주셨다.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복지센터 직원들도 긴급 구호 기금이 마련된다는 기쁨에 바쁜 시간을 쪼개어 힘을 보태었다. 행사 당일 날 새벽 6시부터 깜깜한 새벽길을 헤치며 여기저기 싸인(sign)을 붙이느라 발바닥이 부르트게 돌아다닌 직원들의 수고를 잊을 수 없다.
오전 7시가 되니 이번 행사를 후원하는 ‘페어팩스 BMW‘에서 보낸 3대의 트레일러가 멋진 차 세 대를 태우고 새벽 공기를 가르며 장엄한 모습을 드러냈다. 7시 반에는 지구촌마켓에서 보낸 큰 트럭이 당도했다. 트럭에 가득 담겨져 있던 신라면 200박스, 15파운드 쌀 30부대, 400명분의 물, 과자, 사과를 담은 박스 수십개. 이것들을 봉사자와 일부 참가자들이 함께 옮기는 모습도 참 장관이었다. 곧이어 열린문장로 교회 밴이 도착했다. 400인분의 핫도그, 빵, 아이스티와 봉사자들이 온 것이다.
모든 것이 준비된 후 설레임으로 참가자들을 기다리는데 어디서 모여들었는지 약 2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우리 복지센터 행사 때 마다 도움을 주셨던 연세 드신 반가운 얼굴들도 있었고, 갓난아기를 스트롤러에 태우고 나타난 젊은 부부들, 토요일에 모이는 소그룹에서 단체로 왔다는 대학생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애완견 식구들까지….
간단한 준비체조를 마치고 마라톤협회 회원들의 인도를 받아 세 개의 팀으로 나뉘어 걷기 팀이 출발했다. ‘사랑나눔 캠페인’이라고 쓰여진 노랑 백 팩을 똑같이 메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걸어가는 참가자들의 뒷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한시간 남짓 지나서 걷기를 마친 사람들이 다시 본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걷기를 마치고 도착한 사람들이 핫도그과 스넥 봉지를 받고 쉴터 안에 삼삼오오 자리를 잡아 간단히 요기를 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드디어 기다리던 경품 추첨 시간! 아이패드, 다이슨 청소기, 로봇 청소기, 애플 워치, 쿠쿠 압력 밥솥, 쌀 30부대…. 의외의 행운에 너무 행복해하는 사람들, 그들을 지켜보는 부러운 시선, 아쉬워하는 모습들… 하지만 모두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생각하는 한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다.
이번 걷기대회를 통해서 약 1만 2천불 정도의 긴급 구호 기금이 마련되었다. 올해 말까지 긴급 구호기금 마련을 위한 사랑 나눔 캠페인은 계속된다. 구호 기금 목표는 5만달러. 한국일보사에서 지역사회 동포를 대상으로 한 기금 모금 캠페인을 계속 해 주시기로 했고, 복지센터에서는 지역에 있는 몇몇 종교 단체들을 찾아가 교인들을 대상으로 구호기금 도네이션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할 것이다.
또한 기금이 마련되는 동안 긴급 구호기금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절히 나누어주기 위해 페어팩스 카운티 사회복지국의 도움을 받아 긴급 구호기금 지급 원칙도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마련된 긴급 구호 기금과 기금 운영 원칙을 가지고 내년부터 ‘사회 안전망 프로젝트(Safety Net Project)’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사회 안전망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많은 혼돈과 애로점들을 우리가 잘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 일을 해야 한다면, 뚫고 나가야할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반드시 이루고자하는 의미 있는 목표가 있다면, 기꺼이 복지센터에서 그 일을 감당하고자 한다.
이 길에 더 많은 동포들이 힘을 더해 준다면, 우리의 어깨가, 우리의 발걸음이 조금은 더 가볍고 신바람이 날 것이다. 12월 말까지 긴급 구호기금 모금에 많은 한인 동포들이 십시일반 참여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조지영 박사 한인복지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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