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오후였다. 선거 사인판들을 몇 군데 배달해야 했다. 선거일 당일 투표소마다 사인판 2장 정도를 꽂는데 카운티 전체 약 240개 정도 되는 투표소 모두에 내가 직접 사인판을 꽂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내가 소속된 페어팩스카운티 민주당위원회의 9개 지역위원회 담당자들에게 사인판들을 나누어 배달해 도움을 청한다. 이미 5개 지역을 끝내 토요일에는 나머지 4개 지역에만 배달하면 되었다. 그리고 그 중 2개 지역은 자원봉사자들이 맡아 주기로 했다.
내가 맡은 지역에 사인판을 배달하려고 가는데 민주당위원회 사무총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떤 사람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내 사인판들이 자기집으로 잘못 배달되어 왔단다. 그래서 서둘러 그 사인판들을 배달했던 자원봉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내가 준 주소로 제대로 배달했단다. 결국 내가 받은 배달주소가 잘못 되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일단 나한테 주소를 주었던 사람에게 이메일을 보내 놓고 사인판들이 배달 되었던 곳으로 황급히 차를 돌렸다. 사인판 회수가 급선무였다.
잘못 배달된 주소지에 도착했더니 그 사이에 나에게 배달 주소를 알려준 사람이 연락을 취해 실제로 배달되었어야 하는 집 주소지 사람이 사인판들을 수거해 막 차에 실었다고 했다. 원래 배달되어야 할 주소는 한 블럭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잘못 배달된 사인판들은 비단 내 캠페인 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다른 몇 명의 후보들 것도 있었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잘못 배달된 주소지 집 주인이 마침 민주당에 우호적인 사람이어서 그냥 웃으며 넘어가 주는 것이었다.
이제 다음 주 화요일 (11월 3일)이면 선거일이다. 이번 선거에서 특이 한 것 중 하나는 내가 치뤄 본 여러번의 선거 중 처음으로 길가에 사인판들이 꽂히지 않아 선거 분위기가 전혀 안 난다는 것이다. 사실 그 동안 선거를 치를 때마다 나는 9월의 노동절 주말부터 시작해 선거 당일까지 약 만 개 이상의 사인판들을 꽂아 왔었다. 사인판들이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확증도 없다. 그러나 기싸움에 밀리는 것 같기도 해서 꼭 다른 후보자들 보다 더 많이 꽂아야 마음이 놓이고는 했다.
그런데 올해 선거부터 페어팩스카운티 정부가 길가에 사인판을 꽂는 것에 대해 철저하게 단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서 개인 소유 부동산 외의 다른 장소에 사인판을 꽂는 것은 할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덕분에 후보자들은 사인판 제작 경비를 절약 할 수 있고, 자원 봉사자들도 힘들게 길가에 사인판들을 꽂아야 하는 수고를 피하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 선거 분위기를 띄우는데에는 사인판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는듯 하다. 사인판들이 안 보이니 선거철 분위기가 너무 침체하다. 사실 올해처럼 대통령, 연방의원, 주지사 선거가 포함되지 않고 주의원과 지방정부 선출직만 뽑는 선거의 투표율은 원래 그렇지 않아도 상당히 저조하다. 그런데 길가에 선거 사인판들마저 별로 볼 수 없어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 올해의 선거는 투표율이 예전보다도 훨씬 더 저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어떤 선거이든지 중요하지 않은 선거는 없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나 연방의원 선거보다도 사실 더욱 우리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선거는 이런 지방선거이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직결된 결정들을 내리는 지방정부를 운영하고 감시하는 지역 정치인들을 뽑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사실 좀 더 관심을 보이고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우리 한인사회처럼 숫자로 열세인 소수인종 커뮤니티가 주류사회에 의미있는 존재감을 보이려면 그 어떤 그룹보다도 높은 투표율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정말 정치인들이 진심으로 한인사회의 의견을 존중하게 될 것이다. 사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어떤 선거에서 누가 투표했는지 다 알고 있다. 이것은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제공 받을 수 있는 공공 정보를 분석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분석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선거 전략을 수립할 뿐 아니라, 해당 커뮤니티의 정치적 역량도 평가한다. 우리 한인사회의 정치력을 신장시키는 출발점은 한인들의 투표율을 높이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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