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자로 되어 있는 시티뱅크의 보증수표(Cashier’s check)는 내 변호사 경험 중 최대 액수인 49만7,500달러였다.
그 수표와 함께 동봉된 홈 디포(Home depot) 회사의 최고 재정책임자(CFO)의 편지는 더욱 군침이 돌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교에이 철강주식회사’에 홈 디포에서 지불해야 될 돈의 일부인데 은행자체의 보증수표라서 나의 신탁계좌에 입금만 시키면 즉각 쓸 수 있는 돈이라는 것이다. 그에 더해 일주일 후면 ‘교에이’에 지불할 잔금도 도착한다는 내용이었다. 교에이 철강(Kyoei Steel)과의 관계(?)는 불과 그로부터 1주전부터 생긴 것이다. 우리 내외가 속한 여호와의 증인 실버스프링 회중의 성원중 하나는 블랜돈, 스틸형제다.
Steel 이라는 발신자가 이메일로 계약위반 사건도 처리하는가라고 문의를 해왔기에 그 형제라고 생각되어 즉각 답신을 했었다. 그런 사건들을 하기는 하지만 복잡한 것이면 나처럼 혼자서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은 적격자가 아닐 듯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랬더니 교에이 철강 회사의 히데이치로 다카시마 회장이 답신을 보냈다. 그 회사가 작년 8월 실버스프링에 있는 홈 디포에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구입하려고 계약을 맺어 254만 891달러의 대금 중 절반을 선불을 했던 바 홈 디포 쪽에서 물품송달을 못했다는데 더해 127만 달러에 달하는 선불금을 돌려주는데 있어서 49만7,500달러만 받았기 때문에 77만2,945달러를 더 받을게 있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전에 홈 디포를 대표한 적이 있었는가를 확인해 달라는 등 미국에서 변호사를 고용해보았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같은 교우인 스틸형제가 소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홈 디포와의 계약서 그리고 이메일 교환 등 모든 서류들을 받아보기 전에는 확답을 하기 어렵다고 답신을 했다. 다카시마 회장은 홈 디포와의 계약서, 계약금 절반의 선불 송금서 그리고 홈 디포의 497,500달러 환불송금서 및 홈 디포 부사장과의 이메일 교환 등 상세한 첨부파일들을 보내주면서 내가 변호사수임계약서를 보내면 이사회에 회부하겠다고 정중하게 나왔다.
메릴랜드 순회법원 아니면 연방지방법원에 즉각 고소를 해야 돈 받기 쉬울 것이라면서 내가 받아 내는 돈의 1/3을 변호사비로 받겠다는 수임계약서를 준비하여 이메일에 첨부하면서 적어도 25만 달러를 어렵지 않게 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까지 했었다.
그 같은 미몽은 오래가지 않았다. 수요일 집회 때 스틸형제에게 좋은 고객을 소개해주어 고맙다는 말에 자기는 그런 적이 없었다는 말을 듣고 다카시마 ‘회장’의 정체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그의 이메일 주소를 자세히 보니까 컴 캐스트 닷컴으로 되어 있는 것이 수상했다. 일본에 소재한 회사가 미국의 이메일 주소를 쓴다는 것이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이전에 교에이 철강회사 웹사이트를 찾아 다케시마란 사람이 회장이라는 사실, 그리고 홈 디포와의 계약서에 나와 있는 사람이 실제로 홈 디포의 부사장 이름이라는 것 정도는 확인했지만 일본과의 시차로 보아 내게 이메일이 대낮에 오는 것도 이상했다. 아내와 상의를 했더니 여기저기 조회 끝에 구글에 Kyoei.steel@comcast.net를 넣어 본 결과 그 주소에 대한 사기주의 경고가 뜬 것을 발견해 주었다.
그 동안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나를 변호사로 선임했다는 연락이 왔다. 또 홈 디포에서 돈을 보내올 것이니 그 액수 중에서 내 수임료를 제하고 나머지는 내 신탁기금에 보관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문제의 ‘보증수표’가 도착한 날 처음으로 전화가 왔다. 교에이 스틸의 다카시마 회장이라면서 아프리카 억양 같은 발음으로 나를 찾는 전화였다.
“당신은 다카시마가 아니라 사기꾼이니까 FBI 에게 연락하겠다”고 하니 황망스럽게 전화를 끊는 소리가 들렸다. 만약 속아서 내가 그 ‘보증수표’를 내 은행에 집어넣었다면 일단 50만 달러 가까운 돈이 내 계좌로 들어왔을 것이다. 그리고 다카시마는 내 변호사비용 29만 달러 제한 나머지를 ‘교에이‘구좌로 송금하라고 했을 것이다. 송금한 다음 며칠 후 내 은행에서 그 보증수표가 시티뱅크가 아닌 정교한 위조품이라는 연락이 왔을 것이다. 눈뜨고 코 베임을 당할 뻔 했다.
잠깐 동안이지만 나 자신의 미몽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나? 성경 디모데후서 3장에 나와 있는 말세의 고통 당하는 때의 특징 중 하나가 13절에 나와 있다. “악한 사람들과 속이는 자들은 더욱 악하여져서 속이기도 하고 속기도 하나니”. ‘속이는 자들’이라는 영어는 ‘impostors’로 ‘남의 이름을 사칭해서 사기하는 자들‘이란 의미다.
너무 그럴 듯 해 보이면 믿지 않는 게 상책이다. 평소부터 관계가 없는 출처로부터 제공되는 ‘보증수표’는 모두 가짜라고 보면 속임을 안 당한다.<변호사 MD, VA 301-622-6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