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부호들 전용기 몰고와 온천욕·수영 즐겨
▶ 세계 최고 높이 케이블카 산 정상까지 2,500미터
팜스프링스는 요즘 기지개를 펴고있다. 다른 관광지가 한창 북적이던 휴가철에 이곳의 관광안내소는 문을걸어 잠그고 휴식에 들어간다. 겨울잠이 아닌 여름잠을 자는 셈이다. 그러다 10월이면 관광안내소도 활기를찾기 시작한다. 이제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피한객들이 몰려들 시즌이 다가오는 것이다.
광야의 땅 위에 세워진 도시는 여름 내내 최고 기온이 100도를 웃돌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수그러든다. 하지만 겨울철인 12월부터 1월과 2월에도 평균 최고기온은 80도 대를 유지한다. 혹독한 눈발이 쏟아지고 온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지역에 사는부자들의 마음이 자꾸 팜스프링스의 건조하고 따뜻한 햇빛을 향하게 되는 때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대륙을 횡단하는 10번 프리웨이를 타고 동쪽으로약 100마일을 달리다 보면 팜스프링스에 닿는다. 인구래야 5만 명에도 못미치는 조그만 도시이지만 국제공항이 버젖이 자리잡고 있다.
팜스프링스 국제공항이야말로 이도시의 정체성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다. 한적하던 공항은 지구의 북반부가 겨울로 접어들면서 분주하게 돌아간다. 세계적인 부호들이 전용기를 몰고 팜스프링스에서 날아와 겨울을 나고, 추위를 기억도 하지못하게 만드는 뜨거운 열기를 찾아 여행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린다.
사막 위에 덩그러니 들어 선 이 작은 도시에서 은퇴 생활을 즐기는 유명 인사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여기에는 미합중국의 대통령까지 포함돼 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팜데저트에 은퇴 후 저택을 마련하고 여가를 즐겼으며. 제럴드 포드 대통령 부부와 스피로 애그뉴 부통령 부부도 란초미라지에서 은퇴 생활을 즐겼다.
맥도널드 햄버거 체인의 시조인 맥도널드 형제와 자동차 왕 포드 가문,호텔왕 힐튼 집안도 이곳 주민의 리스트에 올라 있다. 빙 크로스비, 딘 마틴, 커크 더글라스, 클라크 케이블, 루시 볼 등등 이름을 댈 필요도 없는대스타들도 팜스프링스를 거쳐갔다.
이 도시에 집을 마련하고 살던 유명인들의 명단은 끝이 없을 정도다.
아예 정치인, 기업인, 배우, 가수, 감독,작가, 예술인, 스포츠맨 등 직업별로분류가 돼 있을 만큼 아주 많다. 국제공항이 왜 이 조그만 도시에 세워졌는지 이해가 간다.
팜스프링스는 세월이 흐를수록 빠르게 확장됐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돈과 권력을 가진 인사들이 저택을 짓다보니 부동산 개발이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팜스프링스는 이제 다양한 이름을 가진 여러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란초미라지, 팜데저트, 라퀸타, 인디오, 인디언웰스,데저트핫스프링스, 캐서드럴시티 등이 모여 팜스프링스 권역을 이루고있다.
팜스프링스가 ‘시작’이라면 다른 도시들은 신도시 격이다. 유명 설계가들이 디자인한 저택과 최고급 레스토랑이 산재해 있다. 또 일반 관광객이쉽게 찾을 수 있는 식당 체인, 마켓,상점들이 새로 조성된 도시에 빠짐없이 조성돼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팜스프링스 다운타운은 ‘오리지널’의 품위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한눈에도 연륜이 묻어나는 이층 건물들이 아름답게 늘어서 있고, 곳곳에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들어 서 있다. 길을 걷다보면 초기 개척자의 집과 동상을 발견한다.
고급스러운 거리 분위기와 조금 튀는광경이지만 일부러 애써 조성해 놓은구경거리다.
팜스프링스를 찾는 한인 대부분은 온천욕을 즐긴다. 한 겨울에도 온천물에 수영을 즐길 수 있고, 사우나에서 땀을 뺄 수 있는 조건은 팜스프링스의 가장 큰 매력 중의 하나다. 미국인들도 일찌감치 이런 장점을 파악하고 관광 상품으로 적극 개발했다.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개발 붐은 1950년대에 정점에 달했다.
아쿠아캘리언트배스하우스(AquaCalient Bathhouse)는 가장 대표적인상징이다. 무려 1880년대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아시스(Oasos)호텔과 라퀸타(La Quinta)호텔도 전설의 하나다. 각각 1925년과1927년에 지어져 현재도 손님을 받으며 활기차게 운영되고 있다. 이밖에도 1930년대 개업한 뒤 줄곧 영업을지속하고 있는 전통과 관록의 호텔들도 여럿이다.
팜스프링스를 찾는 관광객들이 거의 한 번쯤 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샌하신토 마운틴이다. 평원에서 갑자기 치솟아오른 거대한 산맥의 꼭대기에 발을 디뎌 보는 것이다. 걱정은없다. 케이블카 중에서 세계 최고 높이까지 운행하는 트램웨이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려 8,500피트(약2,500미터)의 깍아지른 산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여정은 스릴만점이다.
산에 오르면 발 아래로 코첼라 밸리가 한눈에 펼쳐진다. 끝없는 평원과 그 위에 세워진 도시들, 동서로 뻗은 프리웨이, 이 모든 광경이 아득하게 한 컷의 장면으로 시야를 가득 채운다. 이곳 식당에서 먹는 점심 식사는 아주 특별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사시사철 눈이 녹지 않을 만큼 추우니 두꺼운 옷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팜스프링스를 갈 때마다 마주치는 잊을 수 없는 풍경이 있다. 평야와 산줄기에 끝없이 행렬을 지은 하얀색풍력 발전기들이다. 멀리서는 조그만 바람개비들이 떼지어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거대한 크기에 놀라게 된다.
풍력 발전기들은 80년대에 집중적으로 설치됐다. 코첼라 밸리에서 시작해 테하차피, 알타몬트까지 이어지는 광활한 지역에 높이가 160피트(49미터)에 달하는 발전기 3,200여 대가쉴 새 없이 돌아간다. 산맥 사이로 대지를 휩쓸며 불어오는 거대한 바람을 타고 하루도 빠짐없이 전기를 생산한다. 황량한 대자연을 고급 관광지로 일궈 낸 팜스프링스 여행에서 절감하는 또 다른 미국의 저력이다.
<글·사진= 유정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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