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칼럼에서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내의 폴스처치 고등학교에 베트남어 과목이 버지니아 주에서 처음으로 올해에 개설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로 말미암아 페어팩스에서 가르치는 외국어가 아메리칸 싸인 랭귀지(수화)를 포함해 이제 13 과목이나 된다. 공립학군에서 이렇게 많은 숫자의 외국어를 가르치는 곳도 드물 것이다. 그만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는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학생들에게 외국어 교육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욱 많은 외국어 과목이 개설되고, 더욱 많은 학생들이 외국어 공부의 수혜를 입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외국어 교육 프로그램 확장이 항상 쉽지만은 않다. 교육청 스탭진이나 교장들은 새 외국어 과목 도입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재정적 여파를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다. 다른 과목들에게도 공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과목에 수강을 신청하는 학생들의 수가 충분한지 여부가 가장 큰 관심이다. 적어도 3년간, 그리고 가능하면 4년을 유지해 AP 수준의 과목을 학생들에게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기초반부터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 가운데 1-2년을 마친 후 그만 두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그래서 가장 낮은 기초 반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 수가 적어도 두 학급 정도는 채울 수 있어야 된다. 그래야 중간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있어도 3년 째나 AP 과정을 한 학급 정도는 유지할 수 있다. 만약에 그런 반에 학생 수가 너무 적은데도 교사를 배치해야 할 경우, 결국 다른 학과목 학급에 학생수가 과다해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고 그럴 때 다른 학과목 담당자들이나 학생들이 불평할 수 있다.
또한 베트남어 교과서 선정 과정의 어려웠던 점과 현재 베트남 국가체제에 우호적인 내용에 대한 이 지역 베트남인들의 정서적 거부감 얘기를 들으면서,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중국어 교과서 선정은 과연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중국어는 현재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에서 스페니쉬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숫자의 학생들이 수강하는 외국어이다.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국가적 위상을 고려할 때 앞으로 중국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숫자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초등학교에 외국어 과목을 도입할 때 보통 스페니쉬 아니면 중국어를 선호하는 현상을 보는 것도 결코 놀랍지 않다.
현재 페어팩스 카운티를 위시해 중국어를 가르치는 미국의 대부분 학군들이 중국어를 가르칠 때 우리가 한국에서 배우던 한문인 번체자(繁体字: traditional characters) 대신 현재 중국에서 사용되는 간체자(簡體字: simplified characters)를 가르친다. 사실 내가 이 곳 미국 대학교에서 처음 중국어를 배웠을 때인 1978년에도 간체자로 된 중국 본토에서 온 교과서를 사용했다. 내용 중에는 공산주의에 대한 것이 제법 담기기도 했다. 그런데 그 후 대만으로 가서 계속 공부했을 때는 번체자로 배웠다. 과거 한국에서 한문을 처음 공부했던 나에게는 번체자가 훨씬 적응하기 쉬웠다. 그래서 요즈음도 간체자를 보면 무슨 글자인지 알아보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내가 중국어 교과서 내용을 직접 검토해 보지 않아 그 가운데 현재의 중국 국가체제나 중국과 대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언급이 되어 있는 부분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있다면 이곳에 사는 중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도 궁금하다. 사실 중국과 대만의 상대적 위상, 미국과의 외교관계, 미국으로 이민오는 중국인들이 대만에서보다는 중국 본토가 점점 더 많아짐 등을 고려할 때 중국 본토에서 사용하는 글자체나 삶의 모습이 담긴 내용의 교과서를 채택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면서 또한 현재 우리가 가르치고 있는 한국어는 모두 대한민국에서 사용되는 어휘나 문화 모습이 담긴 내용인데 이 다음에 통일이 된 후에는 과연 어떤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하나도 생각해 본다. 물론 통일이 언제 될지 아직은 요원하지만 그 때를 위해 이런 부분도 미리 생각을 정리해 두어야 될지도 모르겠다.
아무쪼록 이제 새로 시작한 베트남어 과목을 위시해, 한국어 그리고 다른 외국어 과목들에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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