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장로교단(PCUSA)의 동성애 허용 정책에 반대해 교단 탈퇴 절차를 밟아오던 뉴저지 필그림교회(담임목사 양춘길)가 노회와 갈등을 빚으면서 3년간 준비해 온 ‘은혜로운 분리’가 난항을 겪고 있다.
미동부의 대표적인 대형 한인교회인 필그림교회의 교단 탈퇴는 동부한미노회 소속 교회로는 첫 사례여서 다른 한인교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양측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장로교단 동부한미노회(노회장 김진호 목사)는 지난주 열린 임시노회에서 필그림교회의 당회를 해산하고 행정전권위원회(위원장 박상천 목사)를 파송해 교단관계해소 진행에 관련한 목회적 행정 전권 행사 및 교단 탈퇴를 위해 양쪽이 협력해 온 교회의 SCC 특별위원회와 교단의 PET 활동 중단 등의 4가지 항목을 70% 가까운 찬성표로 결정했다.
행정전권위원회는 교회 당회 기능을 위원회가 담당키로 하고 양춘길 담임목사의 직무정지 및 3개월 유급휴가를 통보했으나 양 목사와 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15일 예배를 양 목사의 설교로 정상 진행하면서 갈등이 더욱 커졌다. 행정전권위원회는 노회 결정에 순응하지 않은데 대한 향후 조치 등을 이번 주 논의해 추후 활동 방향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교회와 노회는 당초 내달 15일 공동의회를 열어 교회의 교단 탈퇴 여부에 대한 교인들의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노회 “교회측 분리태도 불순” 당회 해산 등 명령
교회“절차상 협력 최선”$ 노회 행정조치 거부
■노회 입장: 노회는 행정전권위원회 파송의 결정적인 이유가 교회 지도층이 견지하는 분리의 태도와 내용이 노회가 그간 교육해 온 정신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편향되지 않은 올바른 진행으로 교단관계를 해소하고자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18일자로 교회 교인들에게 배포를 지시한 안내문에 파송 결정 사유와 배경 등을 설명했으나 교회는 이 조차 배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회는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그간 양쪽이 합의하며 절차를 밟아왔던 것이 맞지만 미국장로교회는 물론 동성애 허용 정책에도 불구하고 교단을 떠나지 않은 교회와 목사들을 비난하며 동영상 등의 교육으로 교인을 선동한 것이 확인됐다. 이는 성도들의 신앙양심에 따른 선택에 혼선을 일으킨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노회 해체를 요구하는 극단적인 일도 있었고 이후 지속된 교단의 교육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노회 권한을 무시하고 법정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까지 나와서 교회가 오도한 부분을 지금이라도 정확하게 알리겠다는 의미에서 행정전권위원회를 파송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교회 입장: 동성애 정책에 반대해 온 교회의 교단 탈퇴 입장은 확고하다. 하지만 교단 탈퇴에 필요한 절차상 모든 협력을 다해 왔는데 갑작스런 행정조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노회가 주장하는 교회의 잘못은 물론 교회가 갈라진 것도 아닌데 행정전권위원회를 파송한 근거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주 열린 임시노회도 사전에 적절한 예고 없이 열렸고 교회에는 충분한 소명기회조차 주지 않았기에 투명성마저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교회는 노회가 취한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노회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물론 노회의 상회인 대회에 교정사건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또한 대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담임목사는 물론 교회는 정상적으로 운영하며 공동의회도 예정대로 개최한다는 계획이라며 노회의 공권력 동원 가능성에도 경고를 보냈다.
■향후 진행과정: 당초 예정대로라면 11월15일 노회 주관으로 교회에서 공동의회가 열리고 교인의 80% 이상이 찬성하면 교단 탈퇴안이 노회로 상정돼 노회가 탈퇴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교회가 노호의 접근 차단을 해제하지 않는 이상 노회 없이는 공동의회 개최도 불가능하다. 공동의회가 정상적으로 개최돼 노회에서 교단 탈퇴가 공식 결정되더라도 탈퇴할 교인들은 교회를 떠나는 것이 교단 규칙이라서 이후로도 건물 소유권 등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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