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Lotus & Cross / 연꽃과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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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the God of all truth lead you to the Truth that sets you free indeed.
‘모든 진리의 신(神)’께서 당신을 진정 자유롭게 하는 그 진리로 이끄시길 빕니다.
오래전 일입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대화라기보단 그저 일방적 선언으로 들었던 얘기였든가요. 홀연 귓속으로 들어온 그 말이 무척 불쾌하게 여겨지더군요. 법화경에 나오는 ‘장자(長者) 궁자(窮子)의 비유’와 성경 누가복음 15장에 기록된 ‘탕자(蕩子)의 비유’가 거의 흡사합니다. 부처님의 자비와 예수님의 긍휼, 결국 ‘조건없는 사랑’의 원형이요 궁극적인 구원의 메시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게 누군가 ‘진리’[the Truth]의 단면을 얘기했더니 ......
이 사람은 대뜸 죽음을 얘기하잡니다. 다짜고짜 형이상학으로 승부하자네요. 죽음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인류를 대하는 붓다와 예수의 ‘현격한’ 차이를 보잡니다. 죽은 아이 때문에 슬퍼하는 여인을 붓다는 과연 어떻게 대했는가? 마을로 들어가 아무도 죽은 자가 없는 집안에서 콩 한되를 얻어오라 했든가? 결국 하루종일 헤매다 빈손으로 돌아온 여인. 다만 붓다의 체험적 지혜에 탄복하며 자식 잃은 슬픔을 극복했다든가? 그러나, 예수님은 어찌 하셨던고? 이미 죽은 나사로를 살려 내시지 아니하였든가? 어찌 붓다를 감히 예수님께 비교할 수 있으리오? [허~ 참! 과연 당당한 ‘개독교인’이로구먼. 그런 생각을 비껴가기 어렵게 하는 저 당당한 표정과 언사! 남들 신앙 폄훼하며 자기 믿음만 억척스레 강요하는 저 뻔뻔함 좀 보소.]
May the God of all truth lead you to the Truth that sets you free indeed.
‘모든 진리의 신(神)’께서 당신을 진정 자유롭게 하는 그 진리로 이끄시길 빕니다.
평생 진리를 찾는다며, 결국 귀 순해지는 나이마저 훌쩍 넘겼습니다. 겨우 철들 무렵엔 까까머리 스님이 될 ‘원(願)’을 세워보기도 했고, 모든 게 ‘일심(一心)’의 조화라는 원효보살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늘 마음 현판에 깊이 새기며 살아온 편입니다.
그러니, 앞서 술회한 방자한 ‘개독교인’ 얘기도 그저 측은하게 여기며 흘려 들었드랬죠. 그러려니 했던 겁니다.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온 눈파란 스님 머리에 안수하며, 어서 아버지 품으로 되돌아가라던 지하철 속 ‘개독교인’도 이젠 그다지 놀랄 뉴스가 아닌 시절이 바로 요즘 세상이 아니던가요? "예수천국/불신지옥"을 시뻘겋게 온몸에 두르고 명동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 모습도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지요. 그래그래 진짜 참되게 사는 ‘참 크리스천’들 이미지만 모질게 축내는 인생들이 적지 않은 세상입니다.
그런데, ...... 그런데, 지난 몇년, 조금 ‘열심히’ 성경공부를 해보니,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념(念)이 ‘일심(一心)’ 속에 조금씩 그러나 제법 선명하게 자라고 있음을 감지합니다. "예수는 그리스도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고백을 가슴과 입으로 하는 ‘참 크리스천’들에게,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라는 이해 또한 수긍이 갑니다. 종교는 사람이 신을 찾는 거지만, 기독교는 하나님이 직접 사람을 찾아오시는 거라는 이해 또한 점차 자명해집니다. 믿기 어려운 사연들도, 차라리 믿기 어려우니 믿는 게 아니냐는 묘한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는 중입니다.
May the God of all truth lead you to the Truth that sets you free indeed.
‘모든 진리의 신(神)’께서 당신을 진정 자유롭게 하는 그 진리로 이끄시길 빕니다.
그러다 어느날, 평소 즐겨 듣는 인도 출신의 카랑카랑한 apologist, 라비 자카라이아(Ravi Zacharias)의 책 한권이 찾아옵니다. 복음주의 호교론자로 세계적 명성을 지닌 올해 칠순의 당당한 크리스천 라비의 책 제목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습니다.
, 연꽃과 십자가: 예수 붓다와 얘기하다.
통틀어 94쪽 밖에 안되는 이 작은 대담집을 단숨에 읽습니다. 10월 초 청명한 가을 햇빛을 쪼이며, 양지와 음지가 고르게 섞인 절묘한 구석에 앉아 라비가 지어 전하는 예수와 붓다의 대담을 경청합니다. 머릿말에서 라비가 기도했죠.. "모든 진리의 신(神)께서 당신을 진정 자유롭게 하는 그 진리로 이끄시길 빕니다." 불교와 힌두교, 그리고 인도의 영성을 비롯한 동서양의 영성을 두루 환히 꿰고 있는 라비의 상상력 만점 ‘선상(船上) 대화’를 경청하며, 왠지 오래전 그 발칙한 ‘개독교인’의 마음에 가깝게 동조하는 내 심정(心情)에 흠칫합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그렇게, 나의 영성 또한 북가주 초가을 영롱한 햇살처럼 영글어가는 중일까요?
May the God of all truth lead you to the Truth that sets you free indeed.
Sh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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