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02년 국회의원이던 시절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적이 있다. 당시 박근혜 의원이 “김정일 위원장이 굉장히 똑똑하고 통이 크더라”고 주위 의원들에게 칭찬했다는 소문이 펴져 의아하게 했다.
그는 또 “북한 대의원 비율 중 여성이 16.4%나 차지하고 있어 남한보다 여성 사회진출이 활발한 것 같더라”는 요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 당시 박 의원은 북한에서 김정일로 부터 고급 손목시계를 선물 받았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었다. 어찌된 일인지 그의 이 같은 언행이 크게 문제되지 않고 어물어물 넘어가 버렸다.
최근에 박 대통령의 친여동생인 박근영 씨가 일본의 한 언론사로부터 왕복 항공료와 체제비 등을 제공 받고 일본에 가서 군중들이 매국노라고 지탄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만한 발언을 하여 물의를 빚기도 했다. 박근영 씨는 일본의 왕을 “천황폐하 알현” 그리고 “정신대 문제를 더 이상 문제 삼지 말자. 일본이 충분히 사죄한 것 아니냐”고 하여 국민들의 분통을 터트리게도 했다. 어찌된 셈인지 이 사건도 한 두 언론에서 잠깐 문제 삼는가 싶더니 기이하게도 국내 극우파의 그 흔한 규탄 데모 한번 없이 꼬리를 감추고 말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움직일 때 마다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 보수언론이나 인터넷 또는 소위 ‘찌라시‘라는 정체불명의 인쇄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도대체 왜들 이러나. 이희호 여사는 국민의 선거에 의해 다수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전직 대통령의 부인이다. 5년 동안 가장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필했던 영부인의 위치에 있었던 장본인이다. 이희호 여사가 직접 정책을 만들어 수행한 것도 아니고 다만 부인으로서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을 따름이다. 이 여사는 개화 초창기 미국 저명 신학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YWCA 총무를 역임하고 이화여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윤보선, 정일형, 이태영, 함석헌, 장준하, 계훈재 씨 등과 더불어 김대중 씨를 도와 민주화 운동에 헌신해 왔음은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바이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이희호 여사가 없었더라면 김대중 씨도 없었을 것”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김대중 씨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이희호 여사의 조력이 절대적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일 게다. 개인적으로 만나본 사람마다 이희호 여사의 품위 있고 자상한 모습과 언행에 모두들 존경을 표하곤 한다. 우리나라 대통령 부인들의 인기 여론조사 때 마다 이희호 여사는 매번 1등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헌신을 많이 했다는 육영수 여사와 프란체스카 여사를 제치고서 말이다. 이희호 여사는 지금 우리나이로 95세다. 만고풍상이라고 할까. 온갖 고초와 영광을 모두 겪어낸 우리나라 현대 여성계의 선구자이다.
이 여사가 최근 평양을 다녀왔다. 무슨 곡절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남북 간에 밀고 당기기를 여러 차례 거듭한 끝에 방문이 성사된 것이다. 이 여사의 방문을 두고 소위 극우로 불리우는 사람들이 생트집이라고 밖에는 감이 오지 않는 이유를 가지고 마구 인신공격을 해대고 있다. 이 무슨 경우인가. 우리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방북을 허가하고 항공기까지 제공하지 않았나. 이 여사의 방북이 극한 대치 상황의 남북관계에 쉼표를 찍는 완충역할이 됐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이 여사가 북한과 무슨 내통이라도 밀약하고 돌아온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그야말로 철없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의 친서 한 장 쥐어 보내지 못한 터에 빈손으로 돌아왔느니, 환대를 받았느니 등등 좌경화된 사람으로 몰아가지 못해 안간힘을 쓰는 일부의 준동이 가소롭게 느껴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얼마든지 비판하는 것은 시비할 게 없겠지만 돌아가신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행적에 사사건건 비난을 보내고 더군다나 미혼시절의 사생활 까지 끄집어 내 스캔들 화제거리로 만들려 하다니 일부 보수의 품격과 도량이 이것 밖에 안되는지 일말의 혐오감마저 일어날 지경이다.
여성 지도자를 바라보는 우리 모두는 마음을 좀 더 크게 열어야 한다. 역사의 흐름 속에 일부 소인배들의 편견은 사회분열의 죄악이자 특정인에 대한 인권탄압인 것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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