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 칼럼] Love Means / 사랑이란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
1970년에 개봉되었으니 , 어느덧 45년 전이네요.
란 제목의 영문소설 책을 첫 페이지 정도 읽곤, 영어 원서도 제법 읽을 만하다는 착각을 즐기며 구경했던 영화. 멋진 눈발 휘날리는 하버드 교정에서, 프란시스 레이의 감미로운 음악 속에 나뒹구는 두 청춘 남녀의 애절한 사랑 얘기.
’봄 생각’에 깊이 빠진 사춘기(思春期) 청소년의 감성을 온통 이리저리 뒤흔들어 놓았던 불후의 명화 . 사실 흔하고 뻔한 얘기에 불과할 수도 있었던 스토리. 그럼에도, 작가 에릭 시걸의 감미로운 문체가, 미국적 정서를 한껏 뿜어내는 화면 속에서, 감미로운 음악과 비벼지면서 만들어 내던 절묘한 조화! 그야말로 보는 이의 심금(心琴)을 맘껏 퉁겨내던 영화 . 이미 아득한 시절 LP 컬렉션 속에 묻혀 있던 사운드 트랙 앨범이 오늘따라 "왠지!" 아스라한 기시감 속에 기억납니다.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
LP 쟈켓 위에 오늘의 인용문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하면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명문! 미국 영화협회가 뽑은 "명대사 100" 중에서도 과연 으뜸가는 대사! “고린도전서”의 "사랑 장(章)"이 인구에 회자되듯, 이 영화 대사 또한 전 지구촌 대중문화의 장(場) 속에 깊게 각인된 사랑의 원형, 조금 유식한 표현으론 ‘아키타이프(archetype)’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이 대사는 영화 에 두 번 나옵니다. 티격태격 말다툼 실랑이 후 밤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는 제니를 찾아 사방팔방 헤메던 올리버. 기진맥진 허탈 속에 귀가하니, 바로 문 앞에서 덜덜 떨고 있는 제니를 발견하는데 … 제니는 집 열쇠가 없다며 애잔한 눈빛으로 울먹이는데. "I forgot my key." 이에, 진정 미안한 올리버가 "Jenny, I am sorry!"라고 하며 거의 같이 울먹이자, 제니가 곧바로 말하는겁니다.
"Don’t.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그러지마. 사랑이란, 미안하단 말 같은 거 할 필요 없다구. 감미로운 피아노 음악 속에 뒤엉킨 두 남녀의 대화. 제니 역의 알리 맥그로우. 초롱초롱한 눈매와 거침없는 직설. 그리고, 진심! 아, 45년 전 감동이 아직도 여전히 진한 감동으로 내 ‘싸이키’[psyche, 얼] 안에 진하게 들어있다니!전생의 기억인들 이토록 선명하랴.
광화문 국제극장. 그때만 해도 매연이 자욱하던 버스 정류장, 그 매캐한 냄새마저 느껴집니다. 진한 기억은 냄새로 상기된다? 영화를 보고 나온 길거리, 왠지 내가 사는 동네가 아닌 듯 낯설기만 했던가요? 그만큼, 영화와 현실의 괴리가 어색했기 때문이었으리라.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
그렁그렁 얘기가 막판에 다다를 무렵. 이젠 사랑하는 제니도 결국 죽은 뒤 …… 마침내, 부자 아버지가 제니의 병원을 찾아 오는 중, 아들 올리버와 어색하게 마주칩니다. 올리버가 말합니다. "Jenny’s dead." 제니는 죽었어요. 그러자, 참담하고 난감한 표정의 아버지가 말합니다. "I am sorry." 그거 참 안됐구나. 미안하다.
그러자, 아들 올리버가 단박에 대꾸합니다. "Uh uh!" 아니에요.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사랑은 미안하다고 그러는 게 아니에요. ...... 프란시스 레이의 애절하고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아버지와 아들은 그렇게 헤어집니다.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사실, 이 말씀은 남녀간의 사랑을 초월하고 초극하는 거의 ‘잠언’ 내지 ‘격언’ 급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데 미안할 게 따로 없다는 통속적 의미를 넘어, 사랑은 따로 용서할 것도 미안할 것도 없다는 "사랑 바라밀," 즉 "사랑의 완성"을 단 한마디로 멋지게 요약하는 말씀이기도 한 것입니다.
하긴, 보고 듣는 사람의 인격에 따라 그 의미가 하늘과 땅만큼 천차만별일 수도 있겠죠. 들리는 만큼만 듣고, 보이는 만큼만 보기 때문입니다. He who has ears to hear, let him hear.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네.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먼지 쌓인 LP 판을 틀려고 오래 잠자던 LP "턴테이블"을 돌립니다. 직~직~ 하는 LP 소리, 곧 “데자뷔(Déjà Vu)” 아닐런가! Sh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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