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 5중 사자.표범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마사이족 교회의 목사와 함께
탄자니아로 향하다
케냐에서 마지막 밤, 주마 빈도와 나는 라지 식당 저녁식사테이블에 함께 앉았다. 빈도는 콜라를 나는 화이트와인 한잔을 주문했다. 식사를 앞에 놓고 빈도는 나에게 말했다. “나는 당신과 다니면서 손님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옛 친구 같은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나도 간단하게 응수했다.
“지금까지 2일 동안의 모든 나의 설교는 다 잊어버려라. 그러나 당신의 아들직장을 구하는데 최선을 다하라는 설교만 기억하라”고 말을 하니 미소를 지으며 감사하다고 했다. 2일 동안 그와 함께 있으면서 아무런 호의를 베푼 것도 없는데 나에 대한 그의 태도에 의아해했다. 스무 살이나 많은 나를 친구라고 하는 것은 한국식은 아니다. 그러나 43년을 미국에 묻혀온 나로서는 친구의 개념을 잘 알고 있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6월10일 수요일
이날은 케냐 땅인 이곳을 떠나 탄자니아 국경을 넘는 날이다. 탄자니아는 남북한의 4배가 넘는 넓은 국토에 120여 종족으로 형성된 약 5천만의 인구를 가진 아프리카에서 큰 나라다. 그러나 국민 일인소득이 연 천불도 되지 않는 가난한 나라다.
기독교와 무슬림이 각각 30%이상이며 나머지는 아프리카 토착종교를 신봉하고 있다. 스와힐리어와 영어를 공통으로 사용하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들 중에는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탄자니아 방문은 이번 아프리카 6개국 방문 중 가장 중요한 곳이다. 여행의 거의 반을 탄자니아에서 보내면서 여러 선교사들의 사역지를 방문하며 킬리만자로에 등반도 하기 때문이다.
아침 5시 30분에 잠이 깨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도는 신앙생활의 중요한 부분인데 나는 이 중요한 것을 소홀히 하고 있지 않나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처음 한참동안 묵상시간은 마음의 동요 없이 조용하게 지나갔다. 그러나 아내와 가족에 대한 묵상에서는 마음 한곳에서 잔잔한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가정의 중요성을 확인해주는 신호다.
아침식사 후 8시에 호텔을 출발 다음의 행선지 탄자니아로 향했다. 공원을 이미 빠져나와 10여분 지났는데도 두 마리의 거대한 기린이 도로 옆에 나와서 우리를 마중하고 있다. 한 놈은 우리가 무얼하는 동물인가 호기심이 있는지 끝까지 쳐다보다가 서서히 살아진다. 나는 빈도에게 다시 말했다. “아니 사자가 나에게 인사하기 위해 나오도록 되어 있는데 왜 기린이란 놈이 대신 왔지?” 하고 말했지만 마음속은 아프리카 빅 파이브 중 사자와 표범을 보지 못하고 공원을 떠나게 된 섭섭한 마음의 표출이었다.
공원 출구를 빠져나와 30분정도 지나다가 길 옆에 마사이족 암보셀리교회 건물이 보였다. 나는 차를 세우도록하고 교회로 걸어가니 교회 앞으로 갔다. 두 남자가 교회 문 앞에 서있었는데 그 중 한사람은 교회담임목사 다니엘 이다. 나도 목사라고 하니까 교회내부와 교회 뒤에 있는 목사사택까지 안내하여 보여 주었다.
교회건물은 현대식 건물이지만 내부에는 의자가 없어 빈 교회 같았다. 매주 출석교인이 120여명이라고 했다. 교회부근에 약 600여명의 마사이족들이 살고 있다고 했다. 목사사택도 암보셀리에서 보았던 움막집이 아니고 현대식으로 침대도 있다. 이미샤리 마을의 마사이족 부추장이 두 부인이 있는 것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마사이 족의 일부다처에 대하여 물었더니 그리스도교 교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옛 관습을 고치려고 계몽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를 떠나 1시간 가까이 오니 케냐와 탄자니아 국경선 Tarakea 지점이다. 케냐 땅을 떠나면서 출국신고를 끝내고 5분정도 탄자니아 국경에 들어가서 입국수속을 했다. 케냐와 탄자니아에 입국하는 데는 황열주사(yellow fever) 카드를 지참해야한다.
뉴욕에서 주사를 맞는데 $160이 들었다. 보츠와나, 남아공 같이 입국비가 없는 나라도 있으나 탄자니아 입국비는 $100이다. 탄자니아 국경을 넘어 10여분 오다가 빈도에게 한적한 곳에 자동차를 세우도록 했다. 차를 세운 후 빈도에게 기도를 하자고 제의하니 그도 흔쾌히 승낙했다.
나는 그와 그의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로 끝을 맺었다. 그가 기도를 시작했다. 서두에 “하나님의 이름으로 (in the name of God)”을 한 뒤에 우리가 만나게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하면서 나의 여행이 무사히 끝나도록 기도를 해 주었다. 무슬림 평신도인 그의 진지한 기도가 그리스도교 목사인 내 마음에 깊이 다가왔다.
빈도에 후한 팁으로 감사
기도가 끝나자 나는 그에게 3일간의 안내로 수고했다고 말하고 팁을 주었다. 나는 여행을 하기 시작했을 때 팁을 미리 줄 가 생각도 했다. 그러나 원칙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팁을 한 푼도 주지 않았다. 여행 시 미리 주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그 경우는 좋은 서비스를 받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팁을 미리 주는 것은 팁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뇌물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팁을 끝까지 보류했다. 더욱이 무슬림교도에게 기독교인으로서 모범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오후 2시에 탄자니아 모쉬(Moshi)에서 뉴욕출신 탄자니아 최홍규 선교사와 만나도록 예정되어 있었다. 모쉬는 킬리만자로 산 아래에 있는 도시로 2012년 인구조사에 의하면 18만5천명이 살고 있는 북쪽도시로는 가장 크고 경제적으로 중요한 도시다.
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 모쉬까지는 120마일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중간에 마사이교회에 들리고, 출입국 수속, 등으로 이미 3시간이 소모되었다. 탄자니아 국경에 들어와 첫 마을에서 점심을 먹은 후 모쉬로 계속 향했다. 모쉬에 가까이 오니 온통 바나나 나무로 쌓여 있으며 생물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이곳을 바나나 나라라고 불릴 만큼 바나나가 유명한 지역이다.
여인들이 바나나를 머리에 이고 시장으로 가고 있다. 싱싱한 바나나 가지가 적어도 10줄-20줄이 달린 것 같이 엄청나게 많다. 나는 5개-10개 붙은 한 송이 바나나만 보아왔기 때문에 이 엄청나게 큰 바나나 줄기를 보고 놀랐다. 한 줄에 7-10개 달린다고 한다면 대부분의 바나나 줄기에 적어도 100개 이상이 달린 것 같다. 모쉬 바나나는 맛도 제일이라고 하여 먹어보니 뉴욕에서 먹었던 것 보다 맛이 있다.
5시간 이상이 지나 오후 1시 20분경 모쉬 시내 만날 지점에 도착하였다. 자동차 주차할 곳을 찾고 있는데 도로가에 주차를 허용하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 자동차를 세우려다가 만날 장소가 보이지 않아 그곳을 떠나려는데 파킹비용을 내야한다고 한다.
일단 몇 초라도 세웠으면 요금을 내야한다고 주차단속여자는 생떼다. 타국인 케냐에서 온 빈도 파킹 비를 낼 수밖에 없었다. 자동차를 움직여 약속지역을 찾기 위해 유턴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토잉 트럭이 따라 붙었다. 시에서 운영하는 트럭이다. 자기를 따라오라고 한다. 2-3분 따라가 음침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이곳이 차량단속 사무실이라고 한다.
빈도는 벌금을 내고 나와서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둥 거린다. 케냐에서는 당해보지 못한 처음 당하는 경험이란다. 이와 비슷한 사건이 다음날 우리를 안내하던 제이 이 씨에게도 일어났다. 산에 올라갈 때 필요한 과자를 사기위해 자동차를 상점부근에 세우고 있는데 차량관리 직원인 3명의 남자들이 다가와서 그들의 사무실로 가자고 한다.
자동차 파킹이 자동차 길 밖으로 너무 나왔다는 이유다. 아무리 보아도 나온 것 같지 않다. 이 씨는 큰 소리로 그들의 말로 열심히 설명했다. 뒤에 파킹한 차와 별 다른 것이 없는데 유별하게 단속한다. 유마는 자동차에 케냐 번호가 붙였고 이씨는 동양 사람이니 특별히 억지를 쓰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었다. 아프리카의 부조리한 관리들의 생태를 잘 볼 수 있는 계기였다.<계속>
<
권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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