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척 초기부터 여성들은 가정에서, 사회에서 차별대우를 받아왔다. 이러한 남녀 차별대우는 하도 오래 전통적으로 계속되어 온 것이어서 새로이 등장하기 시작한 여성인권주의자들 외에는 문제를 삼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고 여성들 자신들도 남녀차별이 부당하다는 의식을 미처하지 못하였던 듯하다.
교육시설이 부족하고 농사 짓느라고 항상 손이 모자라던 때인지라 남자아이들만 학교를 가는 것이 당연하였고 정치같은 것은 남자들이나 하는 것이니 여자들은 투표권을 가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었다. 여자들은 집안살림이나 어려서부터 잘 배워두었다가 시집가서 아이들 잘 기르고 집안살림만 잘하면 되었고 여자가 가정 밖에서는 원하더라도 일할 자리가 없었다.
남북전쟁은 여성의 가정내 속이라는 오랜 전통을 송두리채 깨어버리고 이번에는 여성이 원하던지 아니던지와는 상관없이 여성들이 가정 밖으로 나와 남자대신, 남자와 어깨를 견주며, 남녀 성별차이 없이 모든 일들을 맡아서 하도록 만들었다. 여군이나 여성의 전투참여 같은 것은 상상도 못해 볼 때에 극열여성들 수백명은 남장을 하고 군대에 입대하여 여성임이 발각될 때까지 남북전쟁 전투에 참여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전쟁에 나간 남자들을 대신하여 농사를 짓는 여성들이 많아졌으며 여성들이 직접 대농장을 운영하기도 하였다. 사무실의 여직원, 여자 공장노동자들이 늘어나고 군수공장에서 총탄을 만드는 일들도 여자들이 하였으며 군복과 전투용 텐트 등도 여성들이 만들기 시작하였다. 우편국과 조폐공사 일들까지 여성들이 맡아 하기 시작하면서 남성독점 직업이 점점 없어져 갔는데 봉급에는 여전히 남녀차별이 있어서 전쟁 중에 여성들이 동맹휴업을 하기도 했었다고 한다.여성의 사회참여와 인권이 자연히 확대되었던 것이다.
위와 같은 전반적인 여성의 사회참여와 활동이 남북전쟁의 여파로 확대된 것과 병행해서 그 전부터 여성인권 향상과 사회개혁에 앞장서왔던 몇 명의 탁월한 여성지도자들의 남북 전쟁 중의 공헌은 미국역사에 기록될 만한 것들이었다.
매사추세츠 주에서 정신박약인 인권향상에 헌신했던 Dorothea Dix 를 독자들은 기억하리라 생각한다. 미합중국군으로 참전하기 위하여 내려온 첫 매사추세츠 부대를 바로 뒤따라 워싱턴에 온 Dix 는 1861년 6월10일에 Superintendent of Women Nurses (여성간호사부장)에 임명되어 여성간호사들을 모집하고 병원들에 배치하는 중요한 책임을 맡게 된다. 평상시 같으면 아마 남성이 맡았을 직책이었을 것이다.
훗날 “Little Women” 이란 소설을 써서 여성차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켰던 사회개혁주의자 Louisa May Alcott 는 Dix를 워싱턴으로 따라와서 자신도 병이 들어 더 일할수 없게 되었을 때까지 군병원에서 부상당해 입원한 북군장병들을 보살피는 자원봉사를 하였다.
워싱턴에서 사무실 여직원으로 일하던 Clara Barton 은 전쟁이 나자 직장을 사직하고 병원 등에서 부상한 군인들을 돕는 일을 시작하였다가 전쟁내내 그것이 직업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전투지역에 음식, 붕대, 기타의 물자들을 정부와는 상관없이 부상군인들에게 전달하였다. 그녀는 종전 후 4년동안 전쟁 중 실종된 북군 전사자들을 찾는 일의 책임자로 일했으며 조지아 주 앤더슨빌(Andersonville)에 있던 남부의 북군포로 수용소에서 수천 개의 북군전사자 묘지를 찾아내었다 한다.
1877년에 그녀는 미국적십자사를 창설하고 초대총재가 되었는데 지금은 전 세계에 각국의 적십자사들이 생겨서 구조와 봉사활동을 하는 세계적 기구가 되어 있다. 남자들은 물론 정부에서도 엄두를 못내고 있던 일을 이 여성 자원봉사자가 해낸 것이다.
전쟁 중 여성자원봉사자들이 주축이 되어 United States Sanitary Commission (미국위생위원회) 라는 기관을 만들어서 군병원을 만드는 일, 부상자들을 돕는 일, 군기지의 위생 개선 등을 위해서 일하고 여성단체들이 모금하여 마련한 수많은 물자들을 전달하였다. 남북전쟁은 남부의 여성들에게도 비슷한 영향을 주어서 전쟁 중 여성들이 북부에서처럼 병원, 공장, 사무실등에서 일들을 하여 여권상승과 확대가 일어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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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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