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단 테크놀로지 접목한 스마트 조명 시대
▶ 빛의 색상, 파장 조정하며 필요에 맞게 처방
잠꾸러기 아기 전구를 발명한 프레드릭 맥식.
퀸스의 사업가인 칩 브라이언이 8살짜리 윈과 4살짜리 보를 재울 준비를 하고 있다. 라이팅 사이언스 그룹의 잠꾸러기 아기 전구로 조명을 한 후 그의 아들들은 놀랍도록 잠을 잘 잔다.
캘리포니아, 포톨라 밸리에 사는 트레이시 크래프트는 출산이 가까워 오면서 걱정이 태산이었다. 아기가 잠을 안 자고 보채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다. 그래서 주치의가 아기 재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구 하나를 건네주었을 때 그는 주의를 기울였다. ‘잠꾸러기 아기’(Sleepy Baby)라는 이름의 작은 호박색 전구였다. 아들 레오가 이제 16개월이 되기까지 아기 방에 그 전구를 켜놓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조명이 방안 분위기를 차분하게 진정시켜 주면서 아기가 쉽게 잠이 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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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에 첨단 테크놀로지가 접목되고 있다. 각 가정, 사무실, 호텔, 학교 교실에 조명의 혁신이 찾아들고 있다. 천장에 달린 전구이건 컴퓨터 스크린의 빛이건 사람들이 만든 인공조명에서 나오는 나쁜 영향들을 없앰으로써 편안한 빛을 갖게 하는 전구들이다. 일종의 스마트 전구인 이들 하이텍 전구 덕분에 잠을 잘 자기도 하고, 정신이 반짝 깨어 있기도 하며, 기분이 조절되기도 한다.
조명은 더 이상 천장에 매달려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조명 전문가인 마리애나 피게이로는 말한다. 렌슬레어 폴리테크닉 연구소의 조명연구소 소장인 그는 이제 개개인의 필요에 따라 조명을 처방해주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한다.
빛의 강도와 색상이 인간에게 강력한 생물학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과학자들이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 개념을 실제로 적용한 것은 아주 비싼 전구, 예를 들면 한 개에 30만 달러쯤 하는 특수전구에 한해서였다. 우주인들을 위해 24시간 사이클을 인공적으로 만들거나 신생아 황달 치료에 쓰였다.
이제 LED를 필두로 한 조명 테크놀로지는 보다 정교해지고 보다 값이 싸지면서 기업들이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생물학적 조명을 개발하고 있다.
‘잠꾸러기 아기’ 전구를 만든 라이팅 사이언스 그룹은 이들 기업 중 선두주자에 속한다. 졸음을 방지하는 조명, 졸음이 쏟아지게 하는 조명 등 특수조명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기업들 역시 특수 조명 시장에 띄어들고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스는 올해 얼라인 제품 라인의 일환으로 색상이 바뀌는 LED를 시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애플의 홈킷 시스템과 연계해 자연스런 수면 사이클에 따라 조명이 자동적으로 바뀌게 하는 것이다.
2년 전, 필립스는 유사한 전구인 휴(the Hue)를 소개했다. 애플 시스템과 함께 와이파이에 연결된 전구이다. 잠이 쏟아지게 하고 잠이 깨게 하는 조명 레서피를 제공한다.
디지털 루멘스는 수퍼마켓 같은 상업용 빌딩과 산업용 빌딩의 스마트 조명 시스템을 제작하는 회사로 브라운 대학의 연구를 위해 전구를 제공하고 있다. 연구진은 빛의 밝기와 스펙트럼을 조정해 학습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그리고 루미파이(LumiFi)라는 회사는 가정집이나 호텔 등 상업용 공간에서 조명을 이용해 휴식, 활력, 집중, 섹시 등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앱을 만들었다.
조명 회사들은 아울러 조명을 통한 건강관리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조명으로 기분을 바꾸기도 하고 체내에서 일어나는 육체적 과정들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콜라겐 생성을 촉진해 상처가 빨리 치유되도록 돕는 조명도 있다.
이런 모든 조명 방식들을 통해 이루려는 목표는 하나이다. 일반 전구들이 인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들을 덜어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로 개발되는 스마트 전구들은 우리가 휴식을 취하도록 돕고, 잠에서 깨어나도록 돕는 등 인체의 기본적 필요를 맞추도록 고안 되었다. 언제가 잠을 잘 시간이고 언제가 하루 일과를 시할 시간인지 뇌로 신호를 보내는 안구 속 광수용 세포들을 자극하는 것이다.
빛의 스펙트럼 중 푸른색 끝에 있는 짧은 파장의 빛에 노출되면 이들 수용세포는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방출을 억제한다.
백색 인조 빛, 특히 LED 전구나 스마트 기기 스크린은 전형적으로 푸른 색조가 강하다. 그래서 해진 후 이들 빛에 노출되면 졸음이 가시고 정신이 점점 또렷해진다. 그래서 생기는 것이 전염병처럼 번지는 수면 장애이다. 보스턴의 브리검 & 여성 종합병원의 수면 전문가인 찰스 차이슬러 박사에 의하면 지난 50년 사이 1인당 인공조명 사용량은 10배가 증가했다. 그래서 해진 후 우리가 잠자리에 들 때까지 주변 환경이 너무 밝은 것이다.
그것이 우리 몸의 생체 시계를 3~5시간 뒤로 밀어놓은 효과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취침 시간이 늦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침에는 여전히 일찍 일어나려 하고 있으니 수면 부족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해진 후 파장이 긴 빛, 즉 노란빛이 도는 전구를 쓰면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수면 사이클을 멈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빛이 수면을 유도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체가 잠에 빠지게 하는 호르몬과 뉴론들을 덜 방해하기 때문이다.
빛의 스펙트럼과 강도가 어떻게 뇌에 영향을 미치는 지는 여전히 연구과제이다. 이를 파악해 수면을 돕는 조명, 반대로 정신을 맑게 해 생산성과 학습을 돕는 조명법이 연구되고 있다.
렌슬레이어 폴리테크닉의 피게이로 박사는 강렬한 적색 빛은 멜라토닌을 억제하지 않으면서 에너지와 활동성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그 자신의 연구에 의하면 또 빛의 색깔이 아니라 강도를 바꿈으로써 활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브라운 대학 연구진은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졸지 않고 또렷한 정신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고안하기 위해 빛의 스펙트럼과 강도를 함께 연구 중이다. 청색이 감도는 빛을 쓰면 24시간 주기 맞추기에는 더 나을지 모르지만 학생들이 또렷한 정신으로 공부를 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청소년 수면 연구가인 매리 카스카던 교수는 말한다.
LED 전구, 엔지니어링 그리고 와이파이가 발달한 지금에야 이런 조명 시스템을 개발하고 적정한 가격에 광범위하게 배포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그는 말한다. 휴의 경우, 전구 하나 가격은 60달러. 전구 3개와 와이파이 라우터에 연결되는 허브를 포함하는 패키지 가격은 거의 200달러이다. 얼라인의 AM 전구와 PM 전구는 각각 25달러, 20달러 정도이다. 라이팅 사이언스 그룹의 굿 나잇 전구는 60달러, 기상용 전구는 70달러 선이다. 잠꾸러기 아기 전구는 30달러 정도. 잠 잘 자는 아기를 간절히 바라는 갓난아기 부모들을 생각하면 가장 매출 전망이 밝다. 갓난아기 엄마들은 아기가 잠 잘 자게 하는 방법이라면 무엇이든 해볼 태세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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