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과 관련된 질환들】
최근 런던에서 열렸던 유럽 심장병학회(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학술회의에서 일본 오사카 대학 연구팀은 하루에 TV를 5시간 이상 보는 사람은 2.5시간 미만으로 보는사람에 비해 심부정맥 혈전증에 의한 폐색전증으로 사망할 확률이 2배 높다고 발표했다.
심부정맥 혈전증(Deep vein thrombosis, DVT)은 흔히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다리의 깊은 부분에 있는 정맥에 혈전(핏덩어리)이 생겨 나타나는 질환이다. 다리에서 생긴 혈전이 혈류의 흐름을 타고 올라가 폐동맥을 막으면 갑작스런 가슴통증과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는 폐색전증이 야기될 수 있다. 혈전은 혈관 속에서 돌아다니는 피가 응고돼 덩어리가 진 것을 말한다.
보통은 다쳐서 상처가 나거나, 혈관 벽이 찢어졌을 때 우리 몸에서는 출혈을 막기 위해 재빨리 혈액을 응고시키면서 만들어지는데, 상처가 회복되면서 자연히 분해되고 제거된다. 그러나 여러 요인으로 혈전 생성이 지나치게 많아져 혈관을 돌아다니다가 심장이나, 폐, 뇌 등에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혈전과 관련 있는 질환들을 간략히 체크해 보았다.
#심부정맥 혈전증과 폐색전증
심부정맥 혈전증은 대개 종아리나 허벅지에 위치한 굵은 정맥에 혈전이 발생해 나타나는데, 주로 다리에 나타나지만, 팔이나 가슴 등 인체 다른 부위에도 나타날 수 있다. 부동 자세로 장시간 앉아 있거나 잘 움직이지 않으면 혈액순환이 방해돼 다리 정맥에 혈전이 발생할 수 있다.
평소에는 별 증상이 없다. 증상이 나타나면 대개 다리가 붓거나 쥐가 나는 것 같은 통증이 나타나며 근육이 딱딱해진다. 폐색전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폐색전증은 다리 정맥에서 생성된 혈전이 떨어져 나와 혈액의 흐름으로 폐에 도달돼 폐동맥을 막은 경우를 말한다. 심장에는 부담을 가중시키고 호흡은 심각한 수준으로 힘들어져 생명을 위협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심부정맥 혈전증과 폐색전증은 장시간 차를 운전하거나 비행기를 타는 사람, 흡연하는 사람, 장시간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경우, 최근 부상을 당했거나 수술 받은 적이 있는 사람, 피임약이나 호르몬 제제를 복용하는 경우, 가족력이 있는 경우,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첫 6주까지의 여성, 60세 이상, 암치료 과정에 있는 경우 등이 위험군에 속한다.
항응고제가 처방되기도 하나, 압박 스타킹이 다리 부종 예방 및 혈전 예방에 도움된다. 주치의에게 압박 스타킹을 처방 받았다면 꼭 사용한다.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
흔한 질병은 아니나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 AFib)은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고 또 지나치게 빨리 뛰는 질환이다. 심방세동 환자는 혈전이 생기기 쉽고, 또 생성된 혈전이 돌다가 뇌에서 혈류를 막아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도 크다.
심방세동은 2개의 심방이 무질서하고 불규칙적으로 박동하는데, 아래의 2개의 심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비정상적인 전기활동이 발생한다. 증상은 가슴 두근거림, 불규칙 심박동, 호흡곤란, 어지럼증, 가벼운 두통, 피로, 가슴통증 등이 나타난다. 또 합병증 위험이 높은데, 특히 나이가 들수록 뇌졸중 합병증 위험은 커진다. 고혈압 환자, 당뇨병 환자, 65세 이상, 이미 이전에 심근경색 발병 병력이 있는 경우, 미니 뇌졸중을 앓았던 경우 등은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 위험이 크다.
또 심방세동은 별다른 증상이 평소에는 없어 정기 건강검진을 받다가 발견하기도 한다.
#급성 동맥 증후군
급성 동맥 증후군(acute coronary syndrome)은 혈전이 원인으로 관상동맥 혈관이 막혀 심장근육으로의 혈액과 산소가 갑자기 막혀 나타난다. 심근경색과 협심증 등이 대표적인 예다.
심근경색은 심장으로 산소가 공급되는 관상동맥 혈관이 막혀 나타나는 것으로 혈전에 의해 혈관이 막혀 심장근육 조직이나 세포가 괴사하기 시작하면서 가슴 통증, 팔과 목어깨나 복부 등에 압박감, 구토나 호흡곤란 식은땀 등이 함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협심증은 심장근육의 허혈로 가슴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쉬는 동안 혹은 가벼운 활동 중에 나타나기도 한다. 가슴이 불타는 것 같거나 압박감, 조이는 듯한 느낌 등을 호소한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환자, 흡연하는 사람, 운동부족인 사람, 심장병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
관상동맥이 혈전에 의해 막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므로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는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혈전이 과다 생성되는 위험요인
자가면역 질환, 루푸스 때문에 오는 항인지질항체증후군, 적혈구증가증이나 혈소판증가증 같은 골수장애 같은 특수 질환 때문에 혈전이 많이 생기기도 하지만, 죽상동맥경화증, 혈관염, 당뇨병, 심부전, 과체중과 비만, 대사증후군, 흡연 등도 혈전의 주요 위험 요인들이다.
죽상동맥경화증은 동맥경화반이 파열돼 혈전 덩어리를 이뤄 혈관에 쌓여 혈관을 손상시키고, 혈관을 막아 협심증, 심근경색, 말초혈관 폐쇄성 질환 등을 야기한다.
당뇨병의 경우 피는 끈적끈적해지고, 역시 혈관 손상으로 인해 위험한 혈전 형성의 원인이 된다. 당뇨병 환자의 80%는 혈전과 연관된 심장 및 혈관 합병증으로 결국 사망에 이른다는 통계가 보고된 바 있다.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면 죽상동맥경화증 위험을 부르고 혈전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여러 연구결과 대사증후군은 과다한 혈전 생성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흡연은 혈관을 손상시키며, 원치 않는 혈전 생성위험을 높인다.
※혈관 건강을 위한 습관
- 고혈압, 당뇨병, 콜레스테롤 등은 적극 관리한다.
- 심부정맥 혈전증, 심방세동, 급성 동맥 증후군 등으로 진단받으면 주치의에게 항응고제 복용에 관해 정확한 상담을 받도록 한다.
- 운동한다. 자꾸 몸을 움직인다. 심부정맥 혈전증이라면 다리 근육 강화운동이 하부 다리조직의 혈류순환을 위해 추천된다.
- 장시간 비행기 여행 중에는 1시간마다 일어나 맨손체조를 한다.
- 오래 앉아 있거나 누워 있지 않는다.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은 1~2시간마다 휴식시간과 스트레칭을 해준다.
- 스트레스는 조절한다.
- 금연한다.
- 채소, 과일 위주로 지방을 제거한 단백질, 통곡물, 견과류 등 영양이 고른 균형 잡힌 식사를 골고루 섭취한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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