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는 전 민족이 파멸의 재앙을 맞기 직전까지 갔었다. 실제 전면전이 벌어 졌더라면 어떤 결과가 왔을 것인지 상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 질 지경이다. 일단 충돌이 발생했다면 어느 쪽이 자제력을 발휘하여 제한전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이 국가와 민족 전체를 걸고 양측 권력자들이 일종의 파워게임, 도박을 한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의 태연자약이 뻔뻔스럽고 놀라울 따름이다.
전면전을 발발 직전에 차단한 것은 사실 미국의 군사력 과시와 중국의 긴급 메시지 때문이지 남북 당국자들이 이성을 찾아 스스로 자제한 결과만은 아니었다. 중국과 미국의 이해 관계가 아직은 충돌 할 때가 아니라는 판단에서 일치된 것인지 모른다. 아무튼 우리 남북이 이번 사건을 놓고 뼈저리게 느낄 것은 우리 민족의 운명이 강대국들의 손아귀에서 좌지우지 되고 있다는 비참한 그리고 굴욕적인 이 현실을 통감해야 할 일일 것이다. 아무튼 우리 남북은 설사 솔로몬의 지혜를 빌려 온다 해도 모자랄 만큼 얽이고 설켜 있음을 실감해야 한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중국과 미국이 서로 의심하는 그런 외교적 처신을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미국은 우리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으로 넘어 갈 것이라는 의심을 갖게 해서는 안되고 또 중국은 통일 한반도가 미국의 편이 되어 우리가 불리해 질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 따라서 지난번 한국 여당의 김무성 대표가 단체로 정치인들을 끌고 와서 참전 미군들의 동상과 워커 장군의 묘소에서 큰 절을 넙죽 넙죽 올리며 “우리에게 있어서 미국은 중국보다 더 가까운 우방이다” 라고 언급한 것은 참으로 균형외교의 원리를 모르는 치졸한 매너였다. 뻔히 강대국 어느 쪽도 힘써 주지 않으면 우리 통일의 큰 장애가 될 터인데 어찌 이런 망동이 나왔는지 국가를 대표한 공식방문이라는 자각이 전혀 없었는지 이해가 안된다. 꼭 미국 병사들의 동상과 장군묘소에 우리 조상들에게 해야 하는 큰 절을 올리고 고마움을 전해야 우방이란 말인가.
“우리 한국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 화해하고 신뢰를 쌓아 가까운 사이가 되도록 협조 해주어야 한다.” 손학규 전 야당대표가 이와 같은 주장을 펴서 외국언론들에 크게 보도 된 바 있다. 분단 한국의 정곡을 찌른 주장을 제대로 제시했다고 본다. 한국도 최대한으로 중국과의 신뢰를 쌓아 올려야 한다.
이번 남북 회담에서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강력한 본때를 보여 도발습성을 응징했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장성택, 현영철 등 정적 처형으로 손에 묻은 피를 닦고 온건론자로 돌아서는 계기를 맞이하게 됐다. 북측은 황병서 참석요구, 남측의 회담지정 장소 수락 등 전례 없이 고분고분 순응했다.
회담성과에 서로가 누가 이겼느니 졌느니 꼬리를 내렸느니 경망스런 공방을 시작하지 말고 혹 구체적으로 합의된 내용이 있다면 성실히 실천하는 자세로 가야 한다. 회담을 마치고 하루도 안돼 양측이 자기 회담성과를 가지고 자기 권력의 업적으로 치부하려는 속 좁고 유치한 자세로 모처럼 맞은 좋은 기회를 놓쳐 버리는 바보짓들을 정말 삼가 해야 되겠다.
지금 북한은 극심한 경제난과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해야만 할 절박한 처지에 놓여있다. 강경자세로 나올 여유가 없을 것이다. 상대가 약점을 들어냈다고 해서 거만을 떨거나 모멸감을 안긴다면 상상 못할 반발에 직면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남과 북은 이제부터라도 함께 중도노선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의 삼대세습, 수령 절대주의와 극우보수 집권론은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합의를 끌어 낼 수 없다. 두 극단주의의 대립은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뿐이며 부딪칠 경우 전쟁과 파멸만을 불러 올 것이다.
평화 통일의 길은 남북이 진정한 인권이 보장되고 진정한 균등 경제를 국민들이 누리는 민주정부를 세우는 것이다. 그것이 평화통일의 첩경이다. 또다시 강조하지만 남과 북은 저 유명한 출사표를 발표하고 남만 정벌에 나선 제갈공명이 두목 맹획을 생포했다가 일곱 번이나 풀어준 ‘칠종칠금’의 덕과 지혜를 교훈 삼아 평화통일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가능한 말인지 모르지만 ‘교차신뢰’ , ‘이심전심’ 공감으로 미국과 중국을 향해 우리 민족의 슬기를 발휘해야 한다.
미국은 박대통령의 중국 전승 기념일 참석이 결정되자마자 카터 국방 장관이 나서서 한반도는 언제 전쟁이 날지 모르는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한중의 교분 쌓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안미경중’ 이란 말이 융통성 있는 사고를 갖는다면 남북 모두에게 해당되는 구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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