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우리 가족들이 타고 다녔던 차를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에 기부했다. 1997년도 캠리인데 226,149 마일을 주행했다. 제법 많이 달린 셈이다. 맨처음에는 미국에 1년씩 연수를 왔던 두 친척들이, 그리고 그 후 애들 엄마가 몇년간 타고 다녔다. 그러다가 큰 애와 둘째 애가 차례대로 고등학교 시절에 사용했고 두 애들이 대학에 간 다음에도 방학에 집에 올 때마다 썼다. 둘째가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는 아예 학교로 가져가 타고 다녔다. 아직도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주행에도 끄떡 없고 그다지 많은 수리도 필요치 않지만 아직 여러해 남아 있는 둘째의 대학원 과정 기간 동안 계속 사용하기에는 무리일 수도 있는 시점에 다다랐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서운하지만 그 차를 정리하기로 했다.
물론 팔거나 다른 차를 사면서 트레이드인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얼마 값도 못 받고 그렇게 하는 것보다 내가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의 자동차 판매 프로그램에 기부해 학생들 교육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차를 기부하면 차의 시세를 기준해 세금 공제 혜택도 받는다.
현재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는 13개의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는 학과목으로 학생 자동차 판매 (Student Auto Sales) 프로그램이 있다. 한 학교에서 평균 100명 정도의 학생들이 이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신청해 듣고 있다고 한다. 이 과목을 통해 학생들은 기부된 중고차의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을 수리해 대중에 판매한다. 학생들은 그 과정을 통해 자동차 정비부터 시작해 마케팅까지 현장 경험을 얻는다.
작년 한 해 동안 약 400대 정도를 기부 받았다고 한다. 물론 기부 받은 모든 차들을 수리해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년에는 그 중 150대를 수리해 팔았다고 한다. 나머지 차들은 대부분 분해되어 부품으로나 학생들의 정비 교육용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차 판매는 대부분 경매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150대를 판매해 약 217,000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그 중 25%는 이러한 학생들의 실업 교육을 도와 주며 특히 판매의 최종 과정인 타이틀 이전 서류 수속을 도와 주는 지역사회 비영리 단체인 FATE (The Foundation for Applied Technical Education, Inc.)에 경상비 대용으로 주어지고 나머지 75%는 각 학교에 다시 보내어져 이 프로그램에 필요한 비용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FATE는 사실 판매 수입의 25%에서 매년 최소한의 꼭 필요한 경비를 빼고 나머지를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한다고 한다. 그래서 작년에는 거의 3만달러 가량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이나 직업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수여했다. 자동차 판매 프로그램 외에 FATE가 주관하는 또다른 실업 교육 과목으로 주택건축 프로그램도 있다. 이 과목을 통해 학생들은 주택건축에 필요한 보든 과정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게 된다. 판매되는 집들의 규모도 제법 크고 가격도 만만치 않은 훌륭한 집들을 학생들이 직접 손으로 건축해 낸다.
나는 매년 가을에 열리는 FATE 주최 만찬에 참석해 왔다. 그 때마다 과거에 이 프로그램을 거쳐 현재 사회에 나가 일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이 프로그램이 본인들의 진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들을 수 있었다. 현재 자동차 정비, 판매나 주택 건축에 관련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이 프로그램이 주는 현장 중심의 산 교육이 그들이 현재 종사하고 있는 분야의 일에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경험담은 이 프로그램의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없음을 느낀다.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 가운데 자동차 판매 프로그램을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고등학교는 마샬, 폴스처치, 애난데일, 리, 에디슨, 헤이필드, 사우스카운티, 레이크브래덕, 페어팩스, 로빈슨, 챈틀리, 사우스레이크스, 그리고 센터빌 고등학교이다. 그리고 중고 자동차 기부에 관한 문의는 571-423-1206로 할 수 있다. 차를 구입할 수도 있다. 동포 여러분들의 관심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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