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유대인 동네에 살고 있는 에티오피아 어린이 두 형제와 함께 찍은 사진
The Old and New Catherdrals of St.Mary of Zion 대성당 사이
언약궤교회 The Chapel of the Tablet 1955년 건립
320만년 된 화석 ‘루시’가장 오래된 인류의 기원
명성교회서 운영하는 명성병원 에티오피아 우수병원 지정
▲악섬(Axum)으로 향하다
지루하게 오랫동안 공항에서 대기하다가 오후 4시 가까이가 되어 드디어 악섬행 비행기에 올랐다. 출발시간도 되기 10분전에 항공기는 이륙했다. 전체 7-80명 정도 타는 경비행기에 3분의 2정도의 승객들이 탔다. 오래된 비행기라서 일까? 1시간 비행 동안 기체소리가 요란했다.
곤다르로 갈 때 탔던 비행기와 거의 같은 종류였다. 소리도 나고 기체가 흔들렸지만 이미 경험한 바 있어 불안하지는 않았다. 비행기는 지평선을 질주한다. 저 멀리 저녁노을이 아프리카 대륙 하늘을 붉게 물 드리고 있다. ‘아, 아름답다!’는 말 밖에 다른 말이 있을 수 있을까? 물론 그때 나의 감정이 다소 낭만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악섬은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성스러운 도시로 중요한 순례지로 알려져 있다. 시바여왕의 왕국이 이곳이며 시바의 아들 메네리크 1세가 이곳에 솔로몬왕국을 세운 것은 약3000년 전의 일이다. 십계명이 새겨진 언약궤가 보존된 곳 라고 한다. 1세기에 세워진 악섬제국은 그 후 천년동안 지속되었다.
365년경 악섬제국왕 푸르멘티우스는 기독교로 개종하였다. 인구는 10만미만이나 현재 호텔을 비롯한 관광시설을 위한 건축이 한창이다. 곤다르와 마찬가지로 2012년 통계에 의하면 정교회교인들이 인구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 악섬대학이 2006년에 설립되었다. 이곳 주민의 80%가 농업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다. 1980년 유네스코는 악섬의 고고학지대를 유네스코 헤리티지 지역으로 선정했다.
곤다르에서 4시가 되기 직전 출발한 항공기는 오후 4시 50분에 악섬에 도착했다. 악섬에서 안내할 가이드 시세이 트스게이가 반가이 다가왔다. 곤다르에서 안내를 맡았던 가이드와 첫 이름이 같다. 그러나 가이드는 에티오피아사람 중에서는 별로 볼 수 없는 진한 검은 피부를 가진 사람이다.
여행객은 나뿐인데 15인승의 미니버스를 운전사와 함께 나왔다.
항공기를 놓치지 않았다면 하루를 이곳에서 관광할 계획이었지만 오후 늦게 도착한 나는 우선 내가 가보고 싶은 일정을 먼저 보도록 요청했다. 다음날 오후 아디스아바바로 가도록 되어 있어 보지 못한 곳은 아침에 관광을 계속하자고 요청했다.
공항에서 내리자 곧 가이드는 나의 요청대로 시바여왕인 마케다 유적지로 안내했다. 시내중심가에서 자동차로 5분 정도 떨어진 곳으로 데브라 마케다라는 지역이다. 가이드는 나무로 만들어진 전망대에 올라가 산을 향하여 열심히 설명을 한다. 나무도 없는 삭막한 산을 가르치며 산 이름도 동네이름도 시바의 여왕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전망대 아래에 시바여왕의 궁전이 있었던 장소는 흔적만 남아있다.
가이드의 설명은 열정적이며 연극적이다. 보통 가이드와 달리 수천 년 전의 사건을 지금 보는 것 같은 극적인 화법으로 설명한다. 더욱이 흥미를 돕는 것은 예수님이 탄생했을 때 방문한 3명의 동방박사들 중의한 사람이 악섬왕국왕 바젠(Bazen)이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서 “예수님이 탄생하자 이집트로 피난했지만 공생애가 시작되기 전에 악섬에 방문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고대 에티오피아 교회문헌에서 본 것이라고 하지만 확인할 수 없는 주장이라 생각되었다. 그는 에티오피아 사람이 주장하는 것처럼 자신이 솔로몬의 후예라고 확신한다.
해가 지기 전 시바여왕의 목욕탕으로 향했다.
데브라 마케다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는 것으로 목욕탕이라기보다 규모로 보아 저수지다. 과거에는 저수지 둘레의 바위에서 물이 솟아나와 그곳을 채웠지만 지금은 비에만 의존한다. 이곳에 물이 차면 세례식이 거행될 때가 있다고 한다. 곧 시내 중심지에 있는 호텔로 안내되었다. 방은 많지 않은 작은 호텔이지만 비교적 깨끗하고 상업 중심지에 있는 호텔이다.
저녁식사 후 혼자 주위를 20분간 산책했다. 여기저기 도로 옆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사람들이 티를 마시거나 술을 마시기도 한다. 까만 아프리카 아이들 여럿이 떼를 지어가다가 관광객과 사진을 찍는 광경도 있었다. 상쾌한 저녁 날씨에 거리를 걸으면서 나도 여행객이구나 하는 기분에 젖어있었다.
▲6월6일 토요일
아침 11시30분 수도 아디스아바바로 다시 가야하기 때문에 아침 7시부터 관광하기로 했다. 가이드가 운전수를 동반하고 약속시간 전에 와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이 타운에서 가장 중요한 곳인 두 교회 ‘the Old and New Cathedrals of St. Mary of Zion’ 대성당들을 방문하기로 했다. 구 성전인 Old Cathedral은 악섬제국 최초의 크리스천 왕 재임 시인 4세기에 건립된 것으로 수차례 파괴되었다. 현재 건물은 1665년 파실리데스 왕에 의하여 재건되었다. 원래 이곳에 언약궤가 모셔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 성전인 The New Cathedral은 하일리 셀라시 황제에 의하여 1955년 세워졌다. 새 성전이 세워질 때 이 두 성전사이에 언약궤교회 The Chapel of the Tablet이 건립되었으며 이곳으로 언약궤가 옮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이곳에서 살면서 지키는 제사장 이외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가 없다. 일반인들이 가까이 접근을 금하고 있어 50여 미터 전방에서 사진만 찍었다.
언약궤교회 주변에는 흰옷을 입은 남자들이 성경을 읽거나 기도하는 모습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나는 새 대성전에 들어 가보기로 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침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의자도 있었지만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대성전에서 나와서 바로 반대편에 돌비석 공원으로 향했다. 이 비석은 왕릉을 표시하는 비석이다. 비석들은 조각으로 연결한 것이 아니며 한 개 바위에서 각각 만들어진 것이다. 높이 24m의 화강암으로 된 것이 제일 높은 것으로 1,700년 전에 만들어졌다. 이곳에는 그리스도를 처음으로 에티오피아에 전파한 왕으로 알려진 바젠왕의 무덤도 있어 그곳으로 들어갔다.
물론 이집트의 왕릉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적은 왕릉이다. 그러나 흥미 있는 것은 자신만의 무덤이 아니라 뒤에 올 두 왕이 묻히도록 두 개의 방도 마련되어 있어 역시 현명한 왕이었구나 하고 생각해 보았다. 후세의 왕 무덤까지 고려했다는 것은 특이하다. 이곳에는 모두 37개의 비석들이 있다고 하니 37명의 왕릉이 있다는 해석이 된다. 공원 담 뒤에서 노래가 들려왔다. 예수그리스도교회에서 아침집회를 하고 있었다. 넓은 교회 뜰에 흰옷을 입을 남녀들로 가득 차있어 이른 아침예배가 성스럽게 보였다.
▲‘루시(Lucy)’
아침 11시 30분 아디스아바바 행 비행기를 타기위해 악셈비행장으로 향했다. 1시간정도 비행하여 공항에 도착한 후 15분이 지나서 우배가 왔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곧 국립박물관으로 향했다. 큰 나무들이 우거진 조용한 곳에 3층 건물인 에티오피아 국립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안내원의 설명을 듣기위해 안내원을 요청했다. 몇 가지 색깔로 된 화려한 안내원의 복장을 한 60대 초로 보이는 남성이 나타났다. 유쾌한 이 안내원은 익살을 부렸다. “인류의 조상 당신의 조상의 나라 에티오피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나도 “우리 조상의 나라에 온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하고 응수하여 우리 둘은 웃었다. 1층은 인류 진화관이고, 2층은 역사관, 3층은 미술관이다.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은 “Lucy”였기 때문에 주로 1층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역사관과 미술관은 적당히 스쳐갔다.
“루시”는 1974년 미국, 영국, 불란서 고고학자들이 에티오피아에서 발견한 인간과 원숭이의 특성을 가진 동물을 이름 붙인 것이다. 루시는 3백20만년 된 화석으로 증명되어 가장 오래된 인류의 기원으로 평가되었다. 루시의 화석과 인공 모형은 2007년부터 6년간 미국을 순회했으며 지금은 에티오피아 국립박물관에 안장되어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루시와 유사한 동물의 화석은 차드, 케냐, 탄자니아, 남아공에서도 발견되었지만 루시가 가장 오래되고 완벽한 화석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물관 안내원이 인류 조상의 나라라고 익살을 떤 것은 루시가 에티오피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인들은 인류의 조상이 이곳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고 있다.
박물관을 나와서 재래시장으로 차를 몰았다. 시장을 가보면 사람들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에 여행할 때 재래시장을 들릴 때가 있다. 시장 입구가 자동차들이 혼잡하여 들어갈 수가 없어 들어가는 것을 포기했다. 호텔로 오는 길에 트리니티 대성전에 들렸다. 다음날인 일요일 우베와 이곳에 예배를 함께 보기로 계획을 했지만 시간이 있어 오는 길에 들렸다. 시내 가운데인데도 나무가 우거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옆이 국회의사당이다.
독실한 정교교인인 셀라시에 황제의 명에 의하여 건축된 것이니 두말할 나위 없이 좋은 곳에 잘 지었으리라. 이 교회의 특징은 역시 셀라시에 황제의 명령으로 건축된 악셈의 새 성전처럼 가운데 지성소가 없이 내부가 확 트였다.
성전 들어가는 왼쪽 유리창은 아브라함을 시작으로 구약에 나오는 인물그림으로, 오른쪽 창문에는 베드로를 위시하여 신약에 나오는 인물로 차여있다. 흥미 있는 것은 구약의 인물 제일 끝 유리창에 솔로몬과 시바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이것은 바로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솔로몬과 시바의 후예라고 생각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증거다. 성전의 맨 앞 단이 하나님이 있는 지성소이다. 여기에는 신도들은 가까이 할 수 없다. 여러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지만 우베는 성전내부 곳곳을 안내하며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6월 7일 (일요일)
에티오피아 명성병원 해외에 여행을 할 때 한국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는 감정이 특별하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없는 경우 현지인 교회나 성당에 가서 예배를 본다. 언어가 달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들어가 묵상과 기도를 한다. 주일에 하나님을 대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가벼워지고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게 한다. 이날은 우베와 함께 에티오피아교회 예배에 참석하기로 했으나 한국교회로 가기로 했다.
전날 한국식당에서 점심식사 도중 한국대사관 사공효식 영사를 통하여 현지의 한국인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같이 온 사람들이 식탁에서 기다리는데도 내 좌석에 앉아서 궁금한 것을 모두 설명해 주는 친절을 베풀어 주셨다. 대한민국의 외교관 중에 이런 분이 있다는 것에 기뻤다.
아디스아바바에 몇 한국교회가 있지만 명성교회를 택하기로 한 것은 예배 후 명성병원도 보기위해서다. 아침 9시 예배시간에 참석하도록 우배는 나를 일찍 호텔에서 픽업했다. 20분 후에 도착한 명성메디컬센터를 보고 그 규모에 감탄했다. 진료소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넓은 대지위에 세워진 종합병원은 미국의 대학병원의 규모에 가깝다.
병원 옆에 세워진 교회의 규모도 대단했다. 현재 현지인 개신교교회에 빌려주고 있는 본당은 1,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옆에 부속되어 있는 예배실이 한국 사람들이 예배 보는 곳이다. 이 교회에 부임한지 5개월째 되는 김윤기 목사는 서울명성교회 부목사 출신이다.
김 목사는 80명 정도가 예배에 참석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성도들이 병원과 관련된 신자들이다. 광고시간에 나에게 마이크를 주면서 나를 소개하라고 했다. 신분을 밝히고 아프리카여행의 첫 기착지라고 말했다. 예배가 끝나고 차를 마시고 가라고 권한다. 예배실 옆방으로 옮겨 차를 마시는 테이블에 교회와 병원의 중요한 분들이 모두 함께 앉았다.
담임 김 목사, 병원장 겸 의과대학 학장인 김철수 선교사/장로, 병원운영 총책임자 정윤복 장로, 병원부원장 문홍량 장로와 함께 자리를 하고 병원과 의과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철수 병원장은 병원 스텝에 대하여 설명했다. 현재 한국인 의사는 김 원장 자신을 포함 한국에서 4명, 뉴욕출신 3명의 의사 모두 7명이다. 현지인과 외국인 의사는 모두 52명, 간호원 150명, 약사 43명 등 총 650여명의 직원들이 있다.
에티오피아 10여개의 종합병원 중 우수한 병원 중의 하나다. 3년 전에 6년제 의과대학도 개교하여 각 학년 30명으로 현재 3학년 까지 있다. 김 의대학장은 학생들의 학비는 1년에 5,000달러이며 장학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장학금을 줄 독지가들이 많았으면 하고 희망을 표시했다.
오후에 케냐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시간여유가 많지 않았지만 병원과 학교를 둘러보기로 했다. 정윤복 장로님이 병원과 의과대학의 시설을 일일이 보여주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현재 병상 수는 160개이나 현재 완공된 VIP병동이 곧 문을 열면 220개의 병상이 된다고 한다.
현재 운영문제를 물어 보았다. 건물건축은 명성교회에서 부담하였으며 그 외의 병원 운영은 자체로 충당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 진료도 하고 있으며 한국전에 참여한 300여명의 생존자들에게도 무료로 진료를 해주고 있다고 정 장로님은 설명했다.
명성메디컬센터는 1993년 에티오피아정부의 요청으로 부지를 확보하고 2001년 기공식을 거쳐 2004년에 MSM (Myung Sung Medical Center)를 개원했다. 미국의 존스 홉킨스 등 세계 유수 병원과 협력을 체결하고 있는 MSM은 내과 외과를 비롯한 18개 진료과목을 통하여 아프리카 최고의 의료기술과 시설을 꿈꾸고 있다.
2011년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방문했다. 우베는 이 병원이 아디스아바바에서 유명한 병원이며 에티오피아 대통령과 수상도 이곳을 방문 진료한 사실이 있다고 귀띔해주었다.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대형교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이 사실이다. 수백 명 성도들이 출석하는 교회교인들이 제일 행복하다고 하는 통계가 있다. 담임목사와의 접촉과 교인들의 친교가 쉽기 때문이다. 현대는 “관계(relation)”의 시대라고 한다. 담임목사와의 관계는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며 교인과의 좋은 관계는 교회생활을 즐겁게 한다.
대형교회에서는 일반 성도가 담임목사를 만나는 것이 대단히 힘들다. 명성병원을 보면서 대형교회만이 가능한 장점을 볼 수 있었다. 대기업도 하지 않는 이 큰 일을 교회가 하고 있다는 것에 병원을 나오면서 무척 고무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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