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요일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 신임교사 오리엔테이션의 첫 날 개막행사에 다녀왔다. 매년 8월 일주일 간 신임교사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오리엔테이션은 올해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애플 연방신용조합교육재단이 그랜트를 제공해 교육청이 큰 비용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올해 새로 채용된 이천명 가량의 교사 중 천이백명 정도가 참석했다. 각 학교 단위가 아닌 교육청이 주관하는 학군 전체 오리엔테이션 참석은 자원하는 신임교사에 한한다.
나는 이 행사의 개막식에 거의 매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왔다. 작년에는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내가 이 행사에 참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일한 소수민족 출신 교육위원으로서 새로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가르치게 되는 교사들에게 교육위원회에 소수민족 출신, 특히 아시아인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함이다. 그러기에 12명의 교육위원들 가운데 겨우 두 명이 참석했는데 그 중 하나였던 것이다. 작년의 경우에는 내가 유일했었다.
이 날의 행사 초반에 교육위원들, 그리고 그 다음으로 교육청 고위 간부들이 소개되었다. 그러면서 새삼 특이한 것이 다시 한번 느껴졌다. 지역담담 교육감보 (Regional Assistant Superintendent)가 소개되는 차례였다. 현재 페어팩스 카운티 학군은 5개의 지역 (Region)으로 나뉘어져 있다. 내가 20년 전 처음으로 교육위원을 시작했던 시절엔 지역을 “Area”라고 불렀고 4개가 있었다. 그 후 예산절감과 행정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지역수를 3개로 줄였다가, 조직 개편 후 다시 8개의 Cluster로 늘렸다. 그러다가 새로 부임한 현 교육감의 추천으로 5개 지역으로 재개편 된 것이다. 지역담당 교육감보들은 각자 해당 지역 내의 약 40개 정도 학교들을 감독한다. 각급 학교 교장들의 업무평가도 하고 교장들 선에서 해결 안되는 민원을 처리하기도 한다. 그리고 교장 자리에 결원이 생기는 경우 신임 교장 선정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교장 선임은 물론 인터뷰 패널의 평가도 거치고 교육감이 교육위원들의 동의하에 최종 결정을 내리지만 지역담당 교육감보의 천거대로 결정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교장은 학교의 모든 교직원들의 고용과 학부모들과의 접촉에 총 책임을 맡고 있다. 그래서 그러한 교장 선정과 업무평가를 맡아하는 지역담당 교육감보만큼 중요한 자리도 드물다.
그런데 페어팩스 카운티의 5개 지역담당 교육감보가 모두 소수민족 출신이다. 그리고 그 중 4명이 흑인이다. 나머지 한 명은 남미에서 20대에 미국에 온 이민자이다. 교육감보들 가운데 지역담당이 아닌 인사, 재정, 시설, 특수교육, 일반교육, 정보통신 등 각 부처담당 교육감보들은 현재 모두 백인들이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교육관료들을 상대하는 사무행정과 기술지원 등이 주 업무인 부처들의 최고 책임자들은 백인들, 그리고 주민들을 직접 상대하는 대민관계 업무와 각급 학교 및 그 책임자들 관리감독 업무의 최고 책임은 흑인들이 맡고 있는 모양새다.
흑인 사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초중고 교육자의 길을 걷는 것을 상당히 존경해 왔다고 한다. 그래서 특히 똑똑한 여학생들이 커리어로 교직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현재 4명의 흑인 지역담당 교육감보들 가운데 2명이 여자인 것도 의외가 아닌 것이다. 페어팩스 카운티 주민들의 10% 가량이 흑인들인데 최근 보고에 의하면 교육청 산하 교원들 가운데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8%가 조금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승진하기 위한 특별 프로그램 과정을 거치고 있는 교사들 가운데 흑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16%가 넘는다고 한다. 반면 아시안계는 그렇지 못하다. 카운티 주민들 가운데 아시안계가 19% 정도나 됨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아직도 6%가 채 못된다고 한다. 더우기 승진 프로그램을 밟고 있는 교사들 중 아시안계는 겨우 3%를 약간 상회한다. 아시안계의 초중고 공교육계 진출은 아직 갈 길이 요원한 모습이다. 좀 더 많은 아시안계 젊은이들이 꿈을 가지고 교직에 진출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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