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 카운티에서 주관하는 여름 스포츠 프로그램에 초등학교 학생들이 많이 모인다. 코치의 지도에 따라서 농구, 테니스, 축구를 하기도 하고, 교실에서 간단한 게임도 하면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 시니어들이 하는 운동교실과 가까이 있어서 잘 볼 수있다. 유니폼인듯한 연두빛 티셔츠를 입고, 피부가 흰 아이, 검은 아이, 동양아이, 국적을 알기 힘든 아이 등이 모여 자연스레 뛰노는 분위기가 미국이 이민자들의 나라임을 상기시켜 준다. 서로가 볼을 뺏기지 않으려고 눈동자가 번쩍이고, 깔깔거리며 웃기도 하고 박수를 치면서, 때론 소리도 지르고 쉴새없이 움직이며 땀에 젖는 모습들이 생동감있고 박력이 있다. 그 속에 조카의 딸의 미래 모습이 상상되어 보인다. 아이들은 우리의 희망이다.
조카가 아기를 낳았다. 거무스름한 피부에 코가 오똑하고 쌍커풀이 큰, 잘 생긴 여자아이다. 어려서부터 총명해서 명문 대학을 졸업했고, 모든 일을 스스로 잘 처리해서 부모에게 걱정하나 끼친 적이 없던 조카가 피부가 검고 우리나라 체질에 좀 생뚱맞은 인도 사람을 만나리라곤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 유난히 애교있고 귀여운 딸이었던 만큼 형부의 상심이 컸고, 보수적이고 자존심이 강한 언니와 형부의 반대는 의대생활 내내 이어졌다. 조금 사귀다가 그만둘거라 희망도 가져봤고, 마음이 바뀌라고 달래보기도 했지만, 같은 의대내에서 서로가, 힘든 의사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사랑은 더 깊어갔다. 사랑은 국경을 넘고, 사랑은 부모를 뛰어 넘었다. 딸의 남자친구로 머리가 아프고 , 신경쇠약에 걸린 언니는 딸과의 연락이 두절되고 몸소 드러눕기 직전, 딸의 눈물어린 호소 “한번 보기만 해달라” 에 못이겨 만나보고 약혼은 했으나, 관계는 여전히 어색했고, 딸을 잃을 것 같은 생각에 레지던트 과정이 끝난 후 결혼을 허락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단지 인도사람이라는 이유로 보지도 않는다는 건 말이 안된다. ‘언니가 생각을 고쳐야 한다’고 여러번 이야기해도 “딸이 아닌 조카이기 때문에 너는 그렇게 말할 수있다” 등으로 오해까지 했다. 심리적 상처가 이성적 판단을 억제하고 있었다. 열심히 잘하려고 노력하는 사위와 새로 태어난 귀여운 손녀를 보고 지금은 관계가 많이 좋아졌지만, 예전의 조잘거리던 딸의 모습을 찾기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미국에 일찍 유학온 남편과 그의 친구들, 또 교회나 대학 동창들의 주위를 살펴보면 대부분 그 자녀들이,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과 결혼한 경우가 많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솔직히 한국인과 결혼을 하면 언어와 생활습관 등이 같아 편할 수있을지는 몰라도, 그건 이민 일세인 우리 생각이고 미국에서 낳았거나 교육받은 1.5, 2세들에겐 오히려 우리의 사고방식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리라 본다.
이제 세계는 하나가 되어가는 추세다. 한국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금 한국도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20만 4,000명이라 한다. 미국에서 이민 역사가 짧은 우리 한국도, 세월이 흐르면 이민자들이 이룩한 나라에서 자연스런 흡수가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우리 이민 역사는, 2세, 3세등으로 이어 갈 수록 좀 더 발전되고 안정된 한국 이민사가 쓰여질거라고 기대해 본다.
모든 생명은 누구에게나 귀중한 가치를 갖고 있다. 내 마음이 열리면 상대방의 입장이 보인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면 일단 그의 마음을 받아들여 베풀 수있다.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고, 내가 기쁘면 나의 행복 바이러스가 남에게 전해져 기쁨이 되고, 행복함을 느껴, 세상은 살만한 가치를 느끼게 된다. 서로가 연결이 되어 하나가 되어가는 현실에서, 절대자가 주신 사랑의 힘으로 서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상호간의 신뢰와 애정을 가질때 삶의 가치관이 더욱 올바르게 설 수있다.
세월이 지난 후 큰 그림으로 언니의 삶을 그린다면, 그동안 언니가 겪은 실망과 슬픔이 기쁨으로 변화되어 밝은 빛깔로 채색될 것이라 확신한다. Lev Tolstoy는 우리 삶에 작은 변화가 일어날 때 진정한 삶을 살게 된다고 했다. 조금씩 향상되는 생각의 변화가 이민사회에 뿌리내려 아름다운 미국이민의 역사가 쓰여질 수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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